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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호, 국제전화입니다"…보이스피싱 '번호 둔갑' 뿌리뽑는다

등록 2022.12.08 12:00:00수정 2022.12.08 12: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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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통신 분야 보이스피싱 대응 후속 대책 마련

'국제번호→일반번호' 바꾸는 '심박스', 네트워크로 차단

국제전화 걸려오면 "국제전화입니다" 음성 안내…경각심 높인다

의심 문자 신고도 손쉽게…모르는 번호 아래 '피싱신고' 버튼 추가

"이 번호, 국제전화입니다"…보이스피싱 '번호 둔갑' 뿌리뽑는다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정부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빈번하게 악용되는 국제전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국제전화가 걸려올 경우 "국제전화입니다"라는 음성 안내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불법 번호변작 중계기(심박스, SIM Box)'를 네트워크 기반으로 즉시 차단하는 등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낯선 국제전화 번호를 일반 휴대전화 번호로 '세탁'하는 수법 대응도 보다 강화될 예정이다.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보다 진화하는 만큼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기술대응책 연구개발(R&D)에도 150억원을 투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월 발표한 범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통신·금융 분야 대책'에 따라 통신서비스가 보이스피싱 범죄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과 함께 후속조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통신 분야 보이스피싱 후속 대책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심박스·휴대전화 등 단말기 네트워크 차단 ▲국제전화 음성 안내 ▲불법문자 간편 신고 체계 구축 ▲불법문자 신속 차단을 위한 식별코드 삽입 등이다.

앞서 지난 9월 발표된 범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대책인 대포폰 근절을 위한 1인당 개통 가능 회선 월 3개 제한, 공공·금융기관 발송문자 안심마크 표시 등은 지난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보이스피싱 악용되는 심박스·휴대전화 등 'IMEI' 기반으로 차단

먼저 과기정통부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사용하는 심박스를 보다 쉽게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로 해외 콜센터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국민들이 국제전화번호는 잘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의식해 심박스 중계기를 통해 국제전화번호를 일반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서 피해자들을 속여왔다. 실제로는 '070' 등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를 중계기가 '010'으로 바꿔줬던 것이다.

그동안에는 이같은 심박스를 경찰에서 직접 물리적으로 단속해야만 했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경찰 추적을 피해 심박스를 야산 등에 숨겨놓거나 심지어 아예 사람이 중계기를 들고 차량·지하철 등에 탑승한 채 이동하는 방법까지 사용해 단속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오는 11일부터는 심박스와 같이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단말 장치를 네트워크 기반으로 차단할 수 있다. 심박스 등 단말기에는 고유식별번호(IMEI)가 있는데, 이동통신사와의 협조를 통해 범죄에 사용된 단말기가 망에 접속 했을 때 IMEI를 기반으로 사용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당초 단속반이 중계기를 직접 찾아야 했던 것과 달리 이통사·수사기관·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집적된 정보를 통해 보이스피싱 의심 번호가 몰린 단말기를 찾아내 일일이 모두 차단할 수 있게 됐다.
'불법 번호변작 중계기(심박스, SIM Box)'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위쪽)과 태블릿 PC 등을 이용한 'CMC 기법' 개요. 우측 상단 사진은 보이스피시 범죄 조직이 심박스를 야산에 숨기거나, 차량·지하철 등으로 이동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한 사례의 모습이다. (사진=한국인터넷진흥원) *재판매 및 DB 금지

'불법 번호변작 중계기(심박스, SIM Box)'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위쪽)과 태블릿 PC 등을 이용한 'CMC 기법' 개요. 우측 상단 사진은 보이스피시 범죄 조직이 심박스를 야산에 숨기거나, 차량·지하철 등으로 이동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한 사례의 모습이다. (사진=한국인터넷진흥원) *재판매 및 DB 금지

뿐만 아니라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 다른 단말기를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국내에 있는 범죄용 휴대전화 단말기를 중계기 삼아 전화·문자를 발송하는 신종 범죄 수법인 'CMC 기법'에 활용되는 단말기들도 심박스와 동일하게 IMEI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차단이 가능해졌다.

이같은 조치는 최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시행하게 됐다. 법령 개정에 따라 IMEI를 기반으로 분실·도난 된 통신단말장치 뿐만 아니라 심박스·휴대전화 등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된 통신단말장치'의 사용도 차단할 수 있게 됐다.

국제전화 오면 "국제전화입니다" 안내 멘트…국민 경각심 높인다

보이스피싱에 흔히 악용되는 국제전화에 대한 대응책도 강화된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발신번호 뒤 9~10자리가 같을 경우 피해자 휴대전화에 등록된 이름이 표시돼 발생했던 '가족 사칭 신종수법'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수신자가 국제전화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통신사가 전화번호 앞단에 '009' 등 국제전화 식별번호 등을 함께 표시하도록 하는 조치도 이미 시행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내년 상반기부터는 걸려온 전화가 국제전화라는 사실을 통화 연결 시 음성으로도 안내할 예정이다. 통신사와의 협력을 통해 국제전화가 연결되면 수신자에게 "국제전화입니다"라는 음성 안내멘트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음성 안내가 시행되면 연령대 등에 관계 없이 국제전화 사실을 보다 쉽게 인지할 수 있고, 곧바로 전화를 끊는 등 좀 더 경각심을 갖고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국제전화가 연결되면 수신자에게 "국제전화입니다"라는 음성 안내멘트를 제공해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일 계획이다. (사진=한국인터넷진흥원)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국제전화가 연결되면 수신자에게 "국제전화입니다"라는 음성 안내멘트를 제공해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일 계획이다. (사진=한국인터넷진흥원) *재판매 및 DB 금지

보이스피싱 '미끼문자' 신고 더 쉽게…문자메시지 창에 '피싱신고' 버튼 추가

보이스피싱의 첫 단계가 서민대출, 해외결제, 정부지원금 등을 사칭한 '미끼문자'인만큼 이에 대한 신고 체계도 보다 편리하게 개선될 예정이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미끼문자를 대량 살포한 뒤 해당 문자에 포함된 번호로 연락하거나 문자에 포함된 링크를 누른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다시 보이스피싱 범죄에 활용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이미 단말기 자체에도 스팸신고창이 있긴 하지만 메시지함에서 스팸메시지 선택 → 메시지 본문 2초간 꾹 누름 → 스팸번호로 신고 선택 → 확인 선택 등 다소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KISA 홈페이지에 마련된 별도 신고사이트도 국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졌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의심 문자를 수신하는 즉시 쉽고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간편 문자 신고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이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올 경우 번호 아래에 '스팸신고', '피싱신고' 선택 버튼을 바로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신고체계 개선은 국내 단말기 제조사, KISA 등과 협의를 완료해 내년 상반기부터 개선될 예정이며, 애플 등 주요 해외제조사에는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다.

다만 신고체계 개선은 2단계에 걸쳐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KISA가 스팸신고와 피싱 신고를 모두 통합해 관리한 뒤 피싱 범죄 관련 문자를 경찰 쪽으로 이관하게 된다. 추후 경찰청 내에 통합 신고·대응센터가 구축돼 2단계 체계가 확립되면 스팸 신고는 KISA, 피싱 신고는 경찰청으로 곧바로 전달될 예정이다.
스팸 및 피싱 문자 신고 체계 개선안. (사진=한국인터넷진흥원) *재판매 및 DB 금지

스팸 및 피싱 문자 신고 체계 개선안. (사진=한국인터넷진흥원) *재판매 및 DB 금지

또 과기정통부는 KISA와 함께 내년 3월부터 인터넷 발송 문자사업자별로 '식별코드'를 삽입해 최초 불법문자 발송지를 보다 빠르게 추적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불법 문자 신고 접수부터 발송자 차단까지 소요기간이 최대 7일에서 2일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해 내년 초부터 불법행위에 이용된 전화번호를 문자사업자간에 공유해 해당 번호로는 추가 문자 발송이 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조치도 시행된다.

불법 행위 명의자, 1년간 휴대폰 개통 제한…보이스피싱 대응 R&D에 150억원 투자

이같은 보이스피싱 방지 대책에 더해 과기정통부는 보이스피싱에 활용되는 대포폰 근절을 위해 내년 2월부터 불법 행위 이력이 있는 명의자에 대한 이통사 간 정보 공유를 통해 휴대전화 신규 개통을 1년간 제한하고, 알뜰폰 신분증 스캐너 도입 등을 통해 개통 시 본인확인 절차도 강화할 방침이다.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AI·빅데이터를 활용한 R&D도 오는 2024년까지 150억원을 투입해 진행한다. 기술 강화를 통해 범죄수법 진화에도 뒤처지지 않게 대응하고, 경찰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신종수법에 대한 대책도 지속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정창림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과기정통부는 통신 분야 보이스피싱 대책에 포함된 내용들을 내실있게 이용·관리해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부처 뿐만 아니라 이통사, 단말기 제조사 등과도 적극 협력하고, 날로 진화해나가는 수법에 대한 추가 개선사항도 발굴해서 대응 대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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