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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 잇딴 '고금리 특판' 사고 왜…금융당국, 경위파악 나서

등록 2022.12.08 15: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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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으로 한도 없는 적금 내놨다가 자금 몰리자 '해지' 읍소

상호금융 금리 경쟁 자제령에도 특판 사고…당국, 관리 강화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확인하고 있다. 2022.01.0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확인하고 있다. 2022.01.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금융감독원이 최근 상호금융권의 고금리 예·적금 특판 경쟁에 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일부 지역 상호금융에서 특판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영세한 규모의 지역 단위 농협이나 신협이 특판 상품에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예수금이 몰려들자 가입자들에게 해지를 읍소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 남해군 남해축산농협은 전날 사과문을 내고 "한순간의 직원 실수로 인해 적금 10% 상품이 비대면으로 열리면서 저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예수금이 들어왔다"며 최근 판매된 정기적금 가입자에게 해지를 요청했다.

남해축산농협은 최근 연 최고 10.25%의 금리가 적용되는 적금을 대면으로 10억원 모집할 예정이었는데 직원 실수로 온라인에 비대면으로 상품 가입이 풀렸다. 한도가 없고 여러 계좌 개설도 가능했던 탓에 5000계좌 이상에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이 때문에 이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되자 가입자들에게 해지를 읍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 조합의 지난 6월 말 기준 출자금은 73억5000만원이며 현금성 자산은 3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남해축산농협은 사과문에서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하기에 경영의 어려움에 봉착했다"며 "고객님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를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경북 경주시 동경주농협도 사과문을 통해 고객들에게 적금 해약을 읍소했다.

동경주농협은 전날 사과문에서 "한순간의 잘못된 판다으로 인해 우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너무 많은 적금이 가입됐다"며 "지난해까지 이월 결손금을 정리하고 올해 경영정상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에 또다시 이번 특판으로 인해 경영 악화로 인한 부실이 심히 우려스러워 염치 불구하고 고객님들에게 해지를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 조합은 최고 금리 연 8.2%의 정기적금 특판 상품을 내놓았는데 한도 없이 비대면으로 판매한 탓에 만기시 돌려줘야 할 예금이 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자금이 몰렸다.

이보다 앞서 경남 합천농협도 지난 5일 연 최고 9.7%의 이자를 주는 12~33개월 만기 자유적립식 특판 적금을 출시했다가 이자지급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합 역시 비대면으로 한도 없이 다수 계좌개설이 가능한 상품을 내놓았다가 감당키 어려운 자금이 쏠렸다고 한다.

제주 사라신협도 최근 12~23개월 만기 자유적립식 특판 적금에 연 7.5%를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았다가 쏟아지는 신청 속에 서둘러 마감시켰다. 정액정립식 상품에 적용하려던 금리를 직원 실수로 자유적립식 적금에 잘못 적용했다며 가입자들에게 해지를 요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상호금융사의 잇딴 특판 사고는 일차적으로는 일부 직원의 실수 또는 영세 조합의 수요 예측 실패 등에서 비롯됐지만 금융권의 예·적금 금리 경쟁 속에 더 높은 이자를 찾아다니는 '금리 노마드족'들의 활발한 자금 이동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자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의 예·적금을 들기 위해 여러 은행을 돌아다니는 금리 노마드족들이 많아진 가운데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고금리 특판 상품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면서 순식간에 돈이 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시스 DB) 2021.02.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시스 DB) 2021.02.05. [email protected]

금융당국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에 대한 예금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자 소비자들이 금리 혜택을 찾아 상호금융권으로 눈을 돌리는 '풍선효과'도 작용했다.

실제 이번에 특판 사고가 벌어진 조합들은 대면 영업이 많은 지역 단위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고의든 실수든 간에 비대면으로 특판 상품을 출시했던 곳들이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요즘은 SNS가 워낙 발달해서 특정 지점이나 조합에서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놓는다고 하면 순식간에 소비자들 사이에 소식이 전파된다"며 "중앙회나 금융당국이 다 파악하기도 전에 SNS로 소문이 더 빨리 퍼져나갈 정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상호금융의 경우 그 특성상 해당 지역 외 대출이 제한적이어서 예·적금 수요가 쏟아질 경우 이자를 지급할 여력이 취약한 구조라는 점이다. 현행 규정상 상호금융 예대율은 지역 조합원보다 비조합원 대출 비중이 낮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예금은 이러한 규제가 없다.

이같은 위험을 감지했던 금융당국은 자금시장 경색 속에 촉발된 예·적금 금리 경쟁이 은행권을 넘어 다른 업권까지 확산되자 상호금융권에 자금조달 과당경쟁을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상호금융권에 대한 예·적금 금리 인상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특판 사고가 연달아 터지자 금융당국은 각 상호금융사 중앙회와 협조 하에 사고 경위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각 상호금융사 중앙회와 계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개별 조합이지만 중앙회가 통제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서 대화를 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까지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점검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도·감독권이 있는 상호금융사의 지역본부가 현황을 정확히 파악 중인데 그쪽에서 리스크 정도를 보고 있고 그 결과와 사안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단위 조합이나 직원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의로 일을 질렀다기보다는 실수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에 보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상호금융권에 과도한 수신금리 경쟁은 자제해달라고 얘기를 해 왔다. 높은 금리로 예·적금을 판매하고 나중에 대출 상품을 충분히 팔지 못하면 역마진이나 유동성 위기가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아직까지도 지역 조합은 (수신금리 관리가) 느슨한 곳이 있어서 계속적으로 지도를 하면서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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