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81세 사진작가 알버트 왓슨 "난 사진에 중독됐다"

등록 2022.12.08 15:57:58수정 2022.12.13 14:59:1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한가람미술관 2층서 아시아 첫 대형 사진전 개막

한쪽 눈 시력장애 극복한 ‘사진작가 중의 사진작가’

[서울=뉴시스]8일 알버트 왓슨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자신의 대규모 사진전에 내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뉴시스]8일 알버트 왓슨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자신의 대규모 사진전에 내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스물한 살 생일날 나의 부인이 선물한 카메라를 받은 이후 사진에 중독됐다. 아직까지도 나는 사진에 집착한다."

서울에 온 사진작가 알버트 왓슨이 "지금도 매일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앤디워홀, 알프레드 히치콕, 데이비드 보위 등 세기의 유명 인사들을 찍은 사진가다. 1977년부터 올해까지 패션잡지 보그의 표지를 100회 이상 촬영하며 패션사진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81세 현역 거장으로 한쪽 눈 시력 장애를 극복한 '사진작가 중의 사진작가’다.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었지만 카메라의 눈을 빌려 세상의 아름다움을 사진이라는 매체에 담아낸다.

8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서 그의 아시아 첫 대규모 사진전이 개막했다. 앨프리드 히치콕, 스티브잡스 등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인사들의 인물 사진과, 모로코와 라스베이거스 사막의 풍경, 박물관에 전시된 전리품 같은 오브제 작업 등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넘게 축적된 왓슨의 사진 연대기를 만나볼 수 있다. 1960년대 초기작부터 외부에 최초 공개되는 최신작까지 영상, 폴라로이드 사진등 125점을 선보인다.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다.

이날 전시 간담회에 참석한 왓슨은 "서울은 영화, 음악 등 생동감이 넘치는 나라다. 서울이 관심이 많다"며 자신의 대규모 전시를 서울로 정한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시스]앨프리드 히치콕, 로스앤젤레스(Alfred Hitchcock, Los Angeles, 1973) 상업사진분야에 입문한 왓슨이함께 작업한 첫번째 유명인. 이 사진이 발표되고 왓슨은빠르게패션사진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한다. 아우라가남다른거장을찍은특별한경험은 이후 왓슨이 인물사진 촬영을 하는데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게된다

[서울=뉴시스]앨프리드 히치콕, 로스앤젤레스(Alfred Hitchcock, Los Angeles, 1973) 상업사진분야에 입문한 왓슨이함께 작업한 첫번째 유명인. 이 사진이 발표되고 왓슨은빠르게패션사진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한다. 아우라가남다른거장을찍은특별한경험은 이후 왓슨이 인물사진 촬영을 하는데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게된다



알버트 왓슨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찍은 후 유명세를 탔다. 1973년 패션잡지 하퍼스 바자에 히치콕 사진이 발표되고 패션 사진계에서 인정받았다. 그도 자신의 최고 작품으로 히치콕 사진을 꼽았다. "처음으로 날 주목 받게 해 준 작품으로 사진을 찍기 전 매우 긴장됐는데 그는 매우 친절했다"면서 "유명인을 찍은 일은 매우 큰 기회가 됐다”고 했다.

당시 하퍼스 바자의 크리스마스호로 촬영한 히치콕 사진은 털이 뽑힌 채 크리스마스 장식 리본을 단 거위의 목을 쥐고 뚱한 표정을짓는 모습으로, 이때의 경험이 훗날 알버트 왓슨 특유의 미니멀하고 강렬한 인물사진 스타일을 구축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히치콕 감독을 찍은 이후 알버트 왓슨은 LA와 뉴욕을 오가며 본격적인 패션 사진작가의 길을 걸었다. 1977년 패션잡지 보그의 첫 표지 촬영을 시작으로 프라다, 아르마니, 리바이스, 레브론 등  패면 명품 광고 사진을 섭렵했다.
[서울=뉴시스]스티브잡스, 쿠퍼티노,캘리포니아,2006 (Steve Jobs, Cupertino, California, 2006)

[서울=뉴시스]스티브잡스, 쿠퍼티노,캘리포니아,2006 (Steve Jobs, Cupertino, California, 2006)


알버트 왓슨을 다시 주목하게 한 사진은 2006년 스티브 잡스를 찍으면서다.  잡스 사망 당시 애플 본사의 부고 사진으로도 활용된 사진은 군더더기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잡스를 묘사해 그를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했다. 이 사진은 바쁜 잡스에게 왓슨이 30분안에 촬영을 마칠 수 있다고 하자 잡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기뻐했고, 결과적으로 왓슨은 20분만에 그의 천재성과지성, 자신감을 포착해 원하는 이미지를 얻어냈다고 한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피사체를 대하는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 알버트 왓슨이 5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사진 철학이다. “촬영할때 모델이 시장의 짐꾼이든 모로코의 왕이 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마음을 가지고 모두를 대해야 한다는 것이죠. 모두에게 친절해보세요.”

패션사진만 찍는 작가는 아니었다. 어제는 스튜디오에서 유명 배우를 찍었다면, 오늘은 다른 대륙에 있는 박물관에서 셔터를 눌렀다. 1978년 세계에서 가장 큰 로데오 중 하나인 캐나다의 캘거리스탬피드 촬영을 시작으로 왓슨은 틈틈이 여행을 하며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행에서 얻은 개인 프로젝트 사진은 오늘날 예술사진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서울=뉴시스]케이트모스, 마라케시,1993 (Kate Moss, Marrakech, 1993) 왓슨은 당시모델 유망주였던 케이트모스의우아함을 강조하기 위해 누드촬영으로 결정하고 앞모습은 자연광만을 활용해 촬영하기로했다. 케이트의 뒷모습을찍은 컷은 실내에서 스튜디오 조명으로 촬영했지만, 앞모습과 마찬가지로 자연광 같은 효과가난다.

[서울=뉴시스]케이트모스, 마라케시,1993 (Kate Moss, Marrakech, 1993) 왓슨은 당시모델 유망주였던 케이트모스의우아함을 강조하기 위해 누드촬영으로 결정하고 앞모습은 자연광만을 활용해 촬영하기로했다. 케이트의 뒷모습을찍은 컷은 실내에서 스튜디오 조명으로 촬영했지만, 앞모습과 마찬가지로 자연광 같은 효과가난다.


이번 전시에는 19세 이상 관람이 가능한 작업사진을 모은 '+19'섹션도 구성했다. 관능미와 고혹미가 넘치는 누드 작품을 소개한다. 사진과 명화의 경계를 오가는 그의 페티시 작업중 ‘꿈의 정경’시리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사진작가들에게 나쁜 소식은 은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좋은 소식 역시 그것"이라며 "앞으로도 작가로서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여전히 사진에 열정이 있다. 앞으로도 유명인, 패션, 풍경화, 인물화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것을 찍고 싶다." 전시는 2023년 3월30일까지.                         
[서울=뉴시스]알버트 왓슨이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사진전에 내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뉴시스]알버트 왓슨이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사진전에 내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알버트 왓슨은

1942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신으로 던디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런던의 왕립예술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1970년 가족과 함께 런던에서 미국LA로 이주한 후 1973년 패션잡지 하퍼스바자 크리스마스호에 실린 전설적인 영화감독 앨프리드히치콕 감독을 촬영한 것으로 패션사진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0년 영국 왕립사진협회Royal Photographic Society에서 명예회원상을 수상했다. 2015년 사진 공로를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2세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2004년부터 밀라노현대미술관, 쿤스트하우스빈, 뒤셀도르프NRW-포럼, 밀라노 포르마갤러리아, 모스크바 멀티미디어 아트뮤지엄, 함부르크 다이히토어 할렌Deichtorhallen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킬빌’(2003), ‘게이샤의 추억’(2005) 등의 영화 포스터도 촬영했다. 영국사진협회로부터 지난 100년간 가장 위대한 사진 작가, 어빙 펜(Irving Penn), 리처드 애버던(Richard Avedon)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인의 사진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