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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삶을 사셨습니까…'자살가게'

등록 2022.12.09 1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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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자살가게'. (사진=열림원 제공) 2022.1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자살가게'. (사진=열림원 제공) 2022.1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실패한 삶을 사셨습니까? 저희 '자살가게'로 오십시오."

프랑스 작가 장 퇼레 장편소설 '자살가게'(열림원)는 섬뜩한 책 제목과 달리 유쾌한 폭소의 무대다.

목매달기용 밧줄, 동맥절단용 면도날, 할복자살용 단도, 독 묻은 사과와 사탕, 투신 자살을 위한 콘크리트 블록... 자살가게에는 죽음의 상품들이 총망라돼 있다.

가문 대대로 자살 용품을 판매해온 튀바슈 가족은 손님들의 슬픔과 우울을 먹으면서 승승장구해왔다. 아버지 '미시마'는 자살가게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으로 늘 성실하게 가게를 운영해왔다. 어머니 '뤼크레스'는 독극물 전문가로 뛰어난 영업 수완을 지녔다.

장남 '빈센트'는 두개골이 터져라 끈질기게 따라붙는 악몽을 예술적 기질로 풀어냈고, 장녀 '마릴린'은 못생기고 쓸모없는 자신을 세상에서 없애버리고 싶어한다. 불행에 만족하면서 죽음을 희구하고 살아온 가족의 삶은 막내아들 '알랑'의 등장으로 완전히 바뀐다.

"알랑!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거니? 우리 가게에서 나가는 사람들한테는 '안녕히 가세요'라는 평범한 인사는 하는 게 아니야. '명복을 빕니다'라고 아예 작별 인사를 해야지. 대체 언제가 돼야 알아들을래?"

날 때부터 웃는 얼굴이던 알랑은 삶을 사랑한다. 그의 전염성 강한 행복 바이러스는 자살가게의 전통을 뿌리째 뒤흔든다. 결국 죽음에 굴복하는 인간의 운명과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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