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신년인터뷰]"비핵화 목표 포기 안 돼…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군사적 가치 부족"

등록 2022.12.31 07: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뉴시스 신년 인터뷰

"비핵화 정책목표 포기, 위험한 신호 줘…한·일 방어 약속에도 우려 키울 것"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北 선제공격 위험 키워…자체 핵무장 美와 긴장 유발"

"김주애 후계설 시기상조…배경의 다탄두 ICBM에 초점 맞춰야"

"日 없이 美 '한국 방어' 안 돼…日 주둔 美부대, 동맹 안보 계획에 필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사진=헤리티지재단 홈페이지) 2022.12.29. *재판매 및 DB 금지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사진=헤리티지재단 홈페이지) 2022.12.29.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2022년 1월5일, 북한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탐지됐다.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라고 주장한 이 발사는 2022년 한 해 북한의 끊이지 않는 무력시위의 신호탄이었다.

전례 없는 수의 미사일 도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파기, 뒤이어 제기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7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2022년은 북한의 줄기찬 무력시위와 도발 고조로 점철된 한 해였다.

북한의 도발 고조에 이어 미국 전문가 일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 군축 담당 당국자의 입에서 '군축'이 언급된 가운데,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뉴시스 신년 인터뷰에서 정책 목표로써 비핵화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국방정보국(DIA) 출신인 그는 CIA 한국지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2007년 헤리티지재단에 합류해 북한 및 한반도, 일본, 동북아시아 문제를 다뤄왔다. 그의 분석은 미국 상·하원 외교위·정보특위에서도 다뤄졌다.

"비핵화 목표 포기는 위험한 신호…한·일 방어 약속에도 우려"

클링너 연구원은 뉴시스 신년 인터뷰에서 "비핵화 정책 목표 포기는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요구하는 11개 유엔 결의안을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일각에서는 북한의 대화·외교 교착 국면에서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군축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아울러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축 담당 차관은 북한과 군축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그러나 "그런 정책 전환은 미국과 다른 국가가 북한의 국제적 합의 위반에 제재를 부과하고 집행할 법적 권한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제재 체제의 토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울러 "북한이 더는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어떻게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약하기 위해 '부분적 제재 완화'를 협상할 수 있겠는가"라고도 했다. 자칫 향후 북한과의 협상 카드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이와 함께 "공식적인 비핵화 포기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수십 년에 거친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모순된다"라며 "핵무기 야망을 보유한 다른 국가에도 위험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비확산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클링너 연구원은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 무기를 합법화한다면 미국의 방어 약속 실행 가능성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우려를 악화할 수 있다"라고도 설명했다. 미국이 강조해온 '철통 같은 한·일 방어 약속'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군사적 가치 부족…北 선제공격 위험"

북한의 도발 고조 국면에서 부상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 및 자체 핵무장론에는 경계를 표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남한 땅에 미국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일은 군사적 가치가 부족하다"라며 "1990년대에 제거된 지상 기반 무기는 더는 미국 군사 재고에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미국은 지난 1950년대부터 주한미군 통제하에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했으나, 점차 수를 줄이다 1991년 완전히 반출했다. 이후 오늘날 미국 전술핵무기의 경우 주로 이동식 공중·해상 플랫폼 기반으로, 북한이 이를 목표로 삼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클링너 연구원은 그러나 "이들 무기를 (한국의) 고정된 지하 벙커에 두는 일은 억지력을 저하하고 이런 가치가 큰 목표물에 대한 북한의 선제공격 리스크를 고조할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한반도에 전술핵무기가 공식적으로 배치되면 그 자체로 위험이 되리라는 것이다.

한국 자체 핵무장론을 두고는 "한국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미국과의 긴장을 유발할 것"이라며 "1970년대 한국의 비밀 핵 프로그램 발견 이후 동맹을 파기하겠다는 미국의 위협을 연상케 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막대한 방위예산 투입이 필요한 점도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와 함께 "한국의 핵 프로그램은 NPT를 위반하거나, 한국의 탈퇴를 요할 것"이라며 "(위반이건 탈퇴건) 어떤 쪽이건 한국을 국제 제재에 노출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아울러 한국의 자체 핵무장 추진이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당시보다 더 강력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부를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핵무장론, 트럼프 재선시 확장억제 우려 때문…美약속 흔들리면 핵무장론 강화"

한국에서 이처럼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론이 부상한 이유로는 미국 확장억제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클링너 연구원은 특히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미국의 확장억제 보장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미국은 한국을 보호하겠다는 조약적 서약, 한국전쟁의 시련으로 구축한 동맹을 보유했다"라며 "오늘날 2만8500명의 장병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곳(한국)에 복무한다. 이는 미국의 약속에 대한 살아있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 2018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및 연합군사훈련 재개에 미국이 동의한 점 역시 한국을 상대로 한 확장억제 보장의 또 다른 신호라고 풀이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다만 "어떤 나라가 됐건 국가 안보의 많은 부분을 하나의 동맹에 의존할 때 우려가 있으리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라며 "한국을 방어한다는 미국의 약속이 흔들리는 징후가 보인다면, 이는 핵 옵션에 대한 지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 땅에 주둔시키거나 한국의 독자적 핵전력을 개발하는 일은 선택지가 돼서는 안 된다"라며 "이들 모두가 엄청난 단점을 보유했고, 옳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재차 당부했다.

"美, ICBM만 중시하면 안 돼"…서울·시애틀 교환 질문에 '美 의지' 강조

한편 북한의 미사일 역량이 고조하며 최근 이른바 '미국이 서울을 시애틀과 바꿀 것인가'라는 의문도 고조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역량을 갖출 경우 한반도 유사시 과연 미국 정부가 자국의 위험을 감수하며 개입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에 관한 질문에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수호하기 위해 소련과 핵협상을 할 때 약 1억 명의 사상자를 감수할 의지가 있었다"라고 답했다. 본(구서독 수도), 파리, 런던을 위해 시애틀, 뉴욕, 워싱턴의 위험을 감수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최근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보다는 자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 등 장거리미사일에 관심을 갖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이미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7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은 자국을 위협하는 북한 미사일뿐만 아니라 핵·생화학무기 포기를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 완전 이행에 계속 집중해야 한다"라며 "ICBM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 중요한 동맹의 국가안보를 묵살하는 것처럼 보여 그들과 소원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는 "북한의 행동이 '무엇'인가가 '언제', '왜'보다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7차 핵실험 시기보다, 북한이 전장에서 사용 가능한 차세대 전술핵 완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딸 공개에…"김주애 후계설 시기상조, 다탄두 ICBM에 초점 맞춰야"

2022년 북한의 눈에 띄는 행보는 미사일 말고도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공개석상에 등장시킨 것이다. 이에 이런 행보에 기반해 김주애를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그러나 "김정은의 여동생이나 딸이 그가 선택한 후계자일 수도 있다는 가정은 시기상조"라며 "이는 (북한) 정권이 미국과 그 동맹을 상대로 계속 가하는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눈앞의 어린 소녀(김주애)보다 그 배경에 있는 다탄두 ICBM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라며 북한의 ICBM이 미국 대륙 전역을 사거리로 둘 수 있고,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된 미사일 방어 체계를 압도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지속해서 제기된 '북한 문제 후순위설'과 관련한 답변도 있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은 외교 정책 어젠다가 많지만, 북한을 방치하지는 않았다"라며 "미국은 북한과 외교적 대화를 반복해 추구했지만, 북한 정권이 모든 형식의 대화를 거부했다"라고 했다.

고립된 북한을 상대로 한 대북 경제 제재 무용론과 관련해서는 그간 북한과의 수많은 합의 이행 실패를 거론, "이것이 모든 (외교적) 노력을 저버려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재 무용론 역시 마찬가지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는 "제재를 완전히 포기하자는 것은 북한이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의 돈세탁과 사이버 해킹 등 불법행위에 대해 미국 법상 면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나의 정책적 요소가 실패라고 주장하기보다는 모든 수단이 포괄적인 방식으로 사용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미·일 삼자 안보 협력, 한반도 방어에 중대…日 없이 美 '한국 방어' 안 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보호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삼국 간) 안보 협력은 한반도 방어에 중대하다"라며 "간단히 말해, 미국은 일본 없이는 한국을 방어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대북 유사시 일본이 미국 전력의 핵심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클링너 연구원은 "(대북 유사시) 미국 군사력은 공격·물류 작전을 위해 추가로 일본 기지에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며 "오키나와 주둔 미국 해병대 부대는 북한 병력의 전면 침공 대응은 물론 다른 군사 컨틴전시에 따른 동맹의 안보 계획에 필수"라고 했다.

한편 그는 미·중 간 대북 협력 가능성과 관련, "중국은 언제나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해결책의 일부라기보다는 문제의 일부라는 점을 보여줘 왔다"라고 답변,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중국이 그간 북한의 유엔 결의안 위반에 책임을 물으려는 국제적 노력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은 미국과 한국, 일본, 그리고 다른 국가가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군사적 대응을 개시하도록 북한이 유발한 긴장을 환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북한의 지속적 도발은 또한 중국 국경에서의 군사 분쟁이나 주요한 위기의 리스크를 키운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북·중·러 관계를 두고는 "중국·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수십 년 동안 약화했지만, 삼국은 언제나 전략적 이익을 공유했다"라며 "현재 북한 정권은 (중·러라는) 두 후원자와의 강력한 관계 재건이 이롭다고 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