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빌라의 눈물]②"보증금 못 받으면 어쩌죠"…세입자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등록 2023.01.29 09:00:00수정 2023.02.06 09:17:0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수도권 곳곳서 전세보증금 사고 터져

전세 수요도 줄며 세입자 발길 끊겨

빌라 전셋값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림세

"깡통전세 걱정…가격 낮춰도 집 보러 안와"

빌라 밀집지역의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빌라 밀집지역의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가뜩이나 거래도 안 되는데 주변에서 전세보증금 사고 수십 건이 터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아예 끊겼어요."

최근 전세보증금 사고가 다수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9일 "지난해 11월까지는 그나마 월세를 구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전세 세입자는 자취를 감췄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최근 3개월간 서너 명의 손님만 다녀가고 계약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집주인이 전세 호가를 1000만원 낮춘 물건이 있는데 문의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이른바 '빌라왕 사망사건'을 시작으로 수도권 곳곳에서 전세보증금 사고가 터지면서 빌라 전세시장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월세 수요가 늘고, 전세 수요는 줄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졌는데 최근 사회적으로 전세 사기 문제가 대두되면서 세입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실제 빌라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1~11월) 전국 다세대·연립(빌라) 거래량은 25만4379건이었는데 2022년(1~11월)에는 15만6130건으로 38.6%나 급감했다.

빌라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줄면서 전셋값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다세대·연립 전세가격은 0.58% 올랐지만, 8월 0.02% 떨어지면서 하락 전환된 뒤 12월까지 -1.57% 변동률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전셋값 하락세가 뚜렷했다. 지난해 4분기 빌라 전세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수도권(-1.74%)이 지방(-0.71%)과 비교해 하락 폭이 컸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2.28% 떨어졌고, 인천 -1.33%, 경기 -1.28%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세보증금 사고가 수십 건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일대는 1~2개 동으로 이뤄진 '나홀로 아파트'나 도시형 생활주택, 빌라 등이 밀집한 곳이다. 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교통이 편리해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일대에서 전세보증금 사고가 여러 건 발생하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기존 세입자와 집주인은 물론 인근 중개업소들의 고충도 크다.

숭의동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B씨는 "4월에 이사해야 해서 전세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1500만원이나 낮췄지만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집주인이 이삿날까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라며 "요즘 깡통전세가 많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 세입자 구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빌라는 아파트와 비교해 환금성이 떨어지다 보니 세입자가 매매로 갈아타기도 쉽지 않다. 인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는 매매가격이 떨어져 전세보증금과 별 차이가 없어지면 차라리 매수하겠다는 세입자가 있는 편이지만 빌라는 나중에 되팔기도 어렵다 보니 살 생각도 안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