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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추위보다 보일러비 오르는게 더 무서워" 쪽방촌 주민들

등록 2023.01.27 15:40:26수정 2023.01.27 22: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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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사람들에게 가스비 두 배 오르는 건 어마어마한 부담"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보일러부터 끄는 게 없이 사는 사람들의 심리”

[수원=뉴시스] 쪽방촌에 거주하는 문모(50대)씨가 취재진에 공개한 3개월치 난방비 고지서. (사진=본인 제공) 2023.0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쪽방촌에 거주하는 문모(50대)씨가 취재진에 공개한 3개월치 난방비 고지서. (사진=본인 제공) 2023.01.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다음 달엔 얼마나 나올지 가늠조차 안 된다.”

지난 26일 오후 8시께 경기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의 한 쪽방촌에서 만난 50대 주민 문영기(가명)씨의 한숨은 한 달 새 더 깊어져 있었다.

추워진 날씨에 4평 남짓한 쪽방에서 개별난방으로 가스보일러를 때면서 난방비가 무려 7만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그의 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차가운 한기가 입구 앞 주방부터 흘렀다.

방 내부에는 그가 추위를 막기 위해 벽에 붙여놓은 단열재들이 한 달 전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처럼 똑같이 눈에 보였다.

당시 문 씨는 본격적으로 가스 보일러를 가동하기 전인데도 4만원이 넘는 난방비에 부담감을 크게 느꼈던 터였다.

이러한 까닭에 문 씨는 이날 수원지역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져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전기장판과 온풍기에 의존한 채 차가운 외풍과 맞서야 했다.

문 씨는 “샤워할 때 생긴 습기가 입구에서 얼어붙어 문이 열리지 않아 발로 차서 연 적이 있다”며 “쪽방촌 사람들에게 가스비가 두 배가 오른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부담이다.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보일러부터 끄게 되는 게 없이 사는 사람들의 심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의 또 다른 주민 김모(66)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 씨는 최근 이어진 최강 한파에도 거의 난방을 틀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이날 취재진이 찾을 때도 추위를 막기 위해 여러 벌 옷을 껴입은 모습이었다.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쪽방촌 모습. 이곳에 사는 문모(50대)씨는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보일러부터 끄게 되는 게 없이 사는 사람들의 심리"라고 난방비 부담을 호소했다. 2022.12.17. gaga99@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쪽방촌 모습. 이곳에 사는 문모(50대)씨는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보일러부터 끄게 되는 게 없이 사는 사람들의 심리"라고 난방비 부담을 호소했다. 2022.12.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방 안에는 여러 겹으로 깔린 요 위에 전기장판이 있고, 그 위에 두툼한 이불이 덮인 잠자리와 옷장과 TV, 전자레인지 등이 전부였다.

김 씨는 “춥다고 보일러를 막 틀면 7~8만 원은 그냥 나올 텐데 추위보다 그게 더 무섭다”며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난방비가 더 올라 큰일”이라며 걱정했다.

새해부터 몰아치는 강추위 속에서 난방비 상승에 따른 취약계층의 가계 부담이 높아지면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도시가스요금과 열요금으로 구성되는 난방비를 지난해 큰 폭으로 올렸다. 정부는 도시가스요금을 네 차례에 걸쳐서 1MJ(메가줄)당 5.47원으로 인상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65.23원이었던 열요금을 지난해 10월 89.88원으로 오르며 8개월 만에 총 37.8%를 인상했다.

도시가스와 함께 난방의 한 축인 전기요금도 계속해서 오름세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요금을 세 차례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19.3원 올렸고 이번 달에도 13.1원 추가 인상했다.

상황이 이렇자 경기도는 급등한 난방비로 혹한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전날 200억 원을 투입해 ‘난방 취약계층 긴급 지원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도는 6만4528개 노인 가구와 2만979개 장애인 가구에 각 20만 원을 지원하고, 18개 노숙인 시설과 '한파쉼터'로 쓰이는 5421개 경로당에 40만 원을 지원한다. 또 지역아동센터 786곳에도 각 40만 원의 난방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전날 자신의 SNS에 “국민들은 추위가 아니라 난방비에 떨고 있다. 국민들이 시베리아 한파에 전전긍긍할 동안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었나”라며 “한파와 난방비 폭탄으로 건강과 생존을 위협받는 도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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