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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한적한 시골마을서 보물찾기 소동 한창

등록 2023.01.30 11: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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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뒤 정부가 탐사해 없다고 결론냈지만

나치 병사 그린 보물지도 비밀해제로 공개되자

수십 명이 금속탐지기 들고 숲 속 파헤치는 중

[서울=뉴시스]네덜란드 국립문서보관소가 비밀해제해 공개한 나치 병사가 그린 보물지도.(출처=네덜란드 포스트 홈페이지) 2023.1.3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네덜란드 국립문서보관소가 비밀해제해 공개한 나치 병사가 그린 보물지도.(출처=네덜란드 포스트 홈페이지) 2023.1.3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의 한 지방은행 금고를 폭파해 금과 보석을 약탈한 독일군 병사가 만든 보물 지도가 공개되면서 네덜란드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보물찾기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덜란드 점령 독일군이 철수하기 2주전인 1945년 봄, 5명의 독일군 병사들이 한적한 네덜란드 마을 숲속에 보물이 담긴 탄약통 5개를 묻었다. 수백 만 달러 상당의 이 보물들은 1944년 늦여름 아른헴시 은행 금고를 폭파해 약탈한 것이었다.

이들이 보물을 묻는 것을 부상당해 숲 속에 누워있던 헬무트 존더라는 다른 독일군 병사가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뒤에 포플러 나무 세 그루 옆 50㎝~70㎝ 깊이로 묻었다고 쓴 보물지도를 작성했다.

이 지도가 어떻게 비밀문서가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네덜란드 국립문서보관소가 이달 비밀을 해제한 문서에 포함됐다.

그 직후 인구 751명의 한적한 시골 마을 옴메렌에서 보물찾기가 벌어지면서 나치가 보물을 숨긴 장소로 유명해졌다.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동남쪽으로 차로 1시간 거리다.

옴메렌 마을이 있는 지역의 전 시장인 클라스 탐메스는 “우리가 지도에 올라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들이 몰려와 숲 이곳저곳을 파헤치는 것에 짜증을 내기도 한다.

탐메스는 수십 명이 삽과 금속탐지기를 들고 숲 속을 헤맨다고 전했다. 수맥탐지 막대기를 든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가 살고 있는 집터에서도 보물찾기가 벌어졌다. 주민들이 돌려보고 있는 사진 중엔 한 남자가 길가에 허리 깊이로 판 땅 속에 들어가 있는 장면도 있다.

이처럼 소동이 벌어지면서 보물찾기 소동이 전 세계에 알려졌지만 아직도 보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보물이 남아 있을까”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옴메렌 마을 박물관에서 일하는 향토사학자 요케 혼더스는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그는 옛 지도와 독일 병사가 그린 지도를 비교한 끝에 어느 곳인지를 알게 됐다면서 보물사냥꾼들이 아직 파헤치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도 “정확한 장소는 말 못한다”고 했다.

누군가 보물을 찾아내면 어떻게 처리될 지도 불분명하다.

욘더스는 “모두 훔친 것들”이라면서 나쁜 기운이 가득한 보물들을 찾아내더라도 갖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차 대전 불발탄이 많이 남아 있어 숲속을 파헤치는 건 위험하다는 경고도 뒤따른다.

옴메론 자치단체의 홈페이지에는 마구잡이 보물찾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경고문이 올라 있다. 자치단체 대변인 비르기트 판 아켄-퀸트는 지도가 공개된 뒤 정확한 장소를 문의하는 연락이 많았다면서 5명이 공식적으로 보물찾기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국립문서에 따르면 1946년 독일에 주둔했던 네덜란드 병사들 사이에 보물상자 소문이 처음 돌았다. 이를 근거로 약탈자산 복구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 1946년 겨울 이 지역을 탐사했다. 1947년 1월의 첫 탐사는 땅이 얼어 실패했고 몇 주 뒤 다시 이뤄진 탐사는 금속탐지기 고장으로 실패했다. 1947년 여름 세 번째 탐사 때 지도를 그린 독일군 병사 존더를 동반했지만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결국 1947년 8월 네 번째 탐사를 마친 당국자들은 보물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옴메렌 주민들은 보물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고 밝힌다. 탐메스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건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국립문서보관소의 안네트 발켄스 연구원은 “이번 지도를 우연히 발견했다. 수천 장의 다른 지도들이 보관돼 있는데 모두 탐색해 보물을 이미 찾아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당국자들은 존더가 지어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부 당국자들이 몰래 찾아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보물을 묻은 독일군 병사중 누군가가 돌아와 보물을 찾아갔을 것이라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아무 것도 입증이 불가능하며 존더가 살아 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여름엔 캠핑이나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이 종종 보이지만 겨울엔 외지인을 볼 수 없는 옴메렌 마을에서는 2016년 고고학 발굴이 진행돼 로마시대 금화 31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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