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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사진으로 보는 문화] ‘미술계의 침입자’ 마우리치오 카텔란 'WE'

등록 2023.02.04 09:00:00수정 2023.02.04 09: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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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계 가장 논쟁적인 작가...리움미술관서 국내 첫 개인전

12만 달러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 등 회화 조각 설치등 38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아홉 번째 시간'은 운석에 맞아 쓰러진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의 모습이다. 사회적 권위와 관행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아홉 번째 시간'은 운석에 맞아 쓰러진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의 모습이다. 사회적 권위와 관행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미술계의 침입자’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개인전 'WE'를 지난달 31일(화) 부터 7월 16일까지 개최한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이탈리아 출신 작가이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변곡점 많은 인생을 살아온 작가의 작품은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며 삶의 폐부를 찌르는 현실비평가이다.    

악동 아티스트 카텔란의 작업은 제도와 경계를 넘너들며 위트와 역설적 유머로 종교, 정치, 사회, 미술계의 고정관념을 붕괴시킨다. 전시 제목인 ‘WE’는 동명의 작품에 대한 직접적인 참조보다는 확장된 의미에서 ‘우리는 누구인가’, ‘어떻게 우리가 되는가’,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극사실적 그의 작품 대부분은 미술사를 슬쩍 도용하거나 익숙한 대중적 요소를 교묘히 이용한다. 나아가 익살스럽고 냉소적인 일화를 선보이면서 무례하고 뻔뻔한 태도로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고, 인식의 근간을 순식간에 뒤엎어버린 '미술계의 침입자'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을 꼼꼼히 감상해 보자.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코미디언'. 커다란 벽에 테이프로 붙인 바나나 한 개가 있는 이 작품은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 처음 등장했다. 특별할 것 없는 바나나를 예술가의 지시에 따라 단순히 벽에 붙인 이 작품이 12만 달러에 팔린 것부터 한 작가가 퍼포먼스로써 바나나를 떼서 먹어버린 일, 그러나 그저 신선한 새 바나나로 교체되었고 몰려든 인파로 인해 부스 운영이 어려워지자 결국 작품을 내린 갤러리의 선택까지, 이 작품은 거듭해서 논란을 중심이었다. 이처럼 카텔란은 작품과 작품이 아닌 것을 판단하고 작품의 미적,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미술 제도를 회피하는 대신 오히려 한 가운데 뛰어들어 그 모순을 드러낸다. 바나나는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한다. 점차 썩어갈 운명인 바나나는 어떻게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누구든 만들 수 있는 작품이 이토록 비싼 값에 팔린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수많은 사물중에 왜 하필 바나나였을까?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코미디언'. 커다란 벽에 테이프로 붙인 바나나 한 개가 있는 이 작품은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 처음 등장했다. 특별할 것 없는 바나나를 예술가의 지시에 따라 단순히 벽에 붙인 이 작품이 12만 달러에 팔린 것부터 한 작가가 퍼포먼스로써 바나나를 떼서 먹어버린 일, 그러나 그저 신선한 새 바나나로 교체되었고 몰려든 인파로 인해 부스 운영이 어려워지자 결국 작품을 내린 갤러리의 선택까지, 이 작품은 거듭해서 논란을 중심이었다. 이처럼 카텔란은 작품과 작품이 아닌 것을 판단하고 작품의 미적,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미술 제도를 회피하는 대신 오히려 한 가운데 뛰어들어 그 모순을 드러낸다. 바나나는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한다. 점차 썩어갈 운명인 바나나는 어떻게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누구든 만들 수 있는 작품이 이토록 비싼 값에 팔린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수많은 사물중에 왜 하필 바나나였을까?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무제'. 뜬금없이 바닥을 뚫고 머리를 내민 인물이 있다. 비정상적인 경로로 전시장에 침입한 인물은 카텔란과 비슷하다. 이 작품을 처음 선보인 로테르담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에서는 마치 그림을 훔치려는 듯 18세기 네덜란드 대가의 회화가 잔뜩 걸린 방에 설치했다. 하지만 그가 정확히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기 어렵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무제'. 뜬금없이 바닥을 뚫고 머리를 내민 인물이 있다. 비정상적인 경로로 전시장에 침입한 인물은 카텔란과 비슷하다. 이 작품을 처음 선보인 로테르담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에서는 마치 그림을 훔치려는 듯 18세기 네덜란드 대가의 회화가 잔뜩 걸린 방에 설치했다. 하지만 그가 정확히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기 어렵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우리'. 현대미술에서 작가의 정체성이 일종의 예술적 실천이 되기도 한다. 카텔란의 이중 자화상 역시 삶과 죽음, 권위에 대한 오마주와 전복을 한꺼번에 단행하는 태도와 겹쳐진다. 한 쌍의 창백한 얼굴은 우리 안의 내적 갈등과 모순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우리'. 현대미술에서 작가의 정체성이 일종의 예술적 실천이 되기도 한다. 카텔란의 이중 자화상 역시 삶과 죽음, 권위에 대한 오마주와 전복을 한꺼번에 단행하는 태도와 겹쳐진다. 한 쌍의 창백한 얼굴은 우리 안의 내적 갈등과 모순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그림자(Shadow)'. 냉장고 속 여인은 작가의 어머니. 작가는 20대 초반에 어머니를 여의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그만의 방식으로 어머니를 기리고 있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그림자(Shadow)'. 냉장고 속 여인은 작가의 어머니. 작가는 20대 초반에 어머니를 여의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그만의 방식으로 어머니를 기리고 있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아버지(Father)'. 벽화 속 발의 주인은 카텔란이다. 트럭 운전사였던 아버지의 발 대신 어려서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을 도왔던 자신의 발을 내놓은 카텔란은 아버지의 의미를 묻는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아버지(Father)'. 벽화 속 발의 주인은 카텔란이다. 트럭 운전사였던 아버지의 발 대신 어려서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을 도왔던 자신의 발을 내놓은 카텔란은 아버지의 의미를 묻는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그'. 유대인을 학살한 역사상 가장 잔혹한 악인으로 꼽히는 히틀러. 이미지를 통해 민감한 주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카텔란은 언급조차 금기시되는 인물을 생생하게 되살려냄으로써 질문하고, 토론하도록 한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그'.  유대인을 학살한 역사상 가장 잔혹한 악인으로 꼽히는 히틀러. 이미지를 통해 민감한 주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카텔란은 언급조차 금기시되는 인물을 생생하게 되살려냄으로써 질문하고, 토론하도록 한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찰리'. ‘찰리’라는 소년이 세발자전거를 타고 미술관을 종횡무진 돌아다닌다. 미소 지은 소년은 카텔란의 어릴적 모습을 무척 닮았다. 보통 미술관에서는 시끄럽게 떠들거나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달리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탄 소년은 미술관의 고요를 깨고,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천진난만하게 돌아다닌다. 어른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관객 사이를 달리는 장난꾸러기 찰리는 기성 체제와 권력에 도전하는 카텔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미술관, 나아가 우리 사회에 아이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을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 우리의 순수한 마음이 얼마나 사회적 통념에 의해 억압되어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찰리'. ‘찰리’라는 소년이 세발자전거를 타고 미술관을 종횡무진 돌아다닌다. 미소 지은 소년은 카텔란의 어릴적 모습을 무척 닮았다. 보통 미술관에서는 시끄럽게 떠들거나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달리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탄 소년은 미술관의 고요를 깨고,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천진난만하게 돌아다닌다. 어른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관객 사이를 달리는 장난꾸러기 찰리는 기성 체제와 권력에 도전하는 카텔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미술관, 나아가 우리 사회에 아이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을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 우리의 순수한 마음이 얼마나 사회적 통념에 의해 억압되어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그것'. 검은 고양이는 여러 문화권을 가로질러 액운을 불러온다는 오명으로 인해 기피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문화 콘텐츠에서 똑똑한 조력자로 등장하거나 오히려 행운을 상징한다. 하지만 전시장에 놓인 검은 고양이는 우리를 등지고 생각을 숨긴 채 새초롬하게 앉아 있다. 마치 작품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양가적인 감정과 여운을 남기는 카텔란처럼...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그것'. 검은 고양이는 여러 문화권을 가로질러 액운을 불러온다는 오명으로 인해 기피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문화 콘텐츠에서 똑똑한 조력자로 등장하거나 오히려 행운을 상징한다. 하지만 전시장에 놓인 검은 고양이는 우리를 등지고 생각을 숨긴 채 새초롬하게 앉아 있다. 마치 작품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양가적인 감정과 여운을 남기는 카텔란처럼...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Charlie Don’t Surf)'. 카텔란은 어린 시절 자화상에 해당하는 작업의 제목에 ‘찰리’라는 이름을 붙이곤 하는데, '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Charlie Don’t Surf)' 역시 학교라는 사회에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웠던 카텔란의 유년 시절을 상징한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책상에 십자가형을 선고 받은 이 소년은 사회에서 청소년이 희망찬 미래와 동일시되는 한편 학교 안팎에서 극도의 경쟁과 폭력에 노출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이 작품의 제목은 베트남 전쟁을 다룬 1979 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에 등장한 유명한 대사이기도 하다. 전쟁광이자 서핑광인 미군 킬고어 중령이 내뱉은 이 대사에서 ‘찰리’는 베트남 게릴라 부대를 뜻하며,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점령한 영역을 마땅히 즐기겠다는 잔혹함을 암시한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Charlie Don’t Surf)'. 카텔란은 어린 시절 자화상에 해당하는 작업의 제목에 ‘찰리’라는 이름을 붙이곤 하는데, '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Charlie Don’t Surf)' 역시 학교라는 사회에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웠던 카텔란의 유년 시절을 상징한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책상에 십자가형을 선고 받은 이 소년은 사회에서 청소년이 희망찬 미래와 동일시되는 한편 학교 안팎에서 극도의 경쟁과 폭력에 노출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이 작품의 제목은 베트남 전쟁을 다룬 1979 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에 등장한 유명한 대사이기도 하다. 전쟁광이자 서핑광인 미군 킬고어 중령이 내뱉은 이 대사에서 ‘찰리’는 베트남 게릴라 부대를 뜻하며,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점령한 영역을 마땅히 즐기겠다는 잔혹함을 암시한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Charlie Don’t Surf)'. 카텔란은 어린 시절 자화상에 해당하는 작업의 제목에 ‘찰리’라는 이름을 붙이곤 하는데, '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Charlie Don’t Surf)' 역시 학교라는 사회에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웠던 카텔란의 유년 시절을 상징한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책상에 십자가형을 선고 받은 이 소년은 사회에서 청소년이 희망찬 미래와 동일시되는 한편 학교 안팎에서 극도의 경쟁과 폭력에 노출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이 작품의 제목은 베트남 전쟁을 다룬 1979 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에 등장한 유명한 대사이기도 하다. 전쟁광이자 서핑광인 미군 킬고어 중령이 내뱉은 이 대사에서 ‘찰리’는 베트남 게릴라 부대를 뜻하며,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점령한 영역을 마땅히 즐기겠다는 잔혹함을 암시한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Charlie Don’t Surf)'. 카텔란은 어린 시절 자화상에 해당하는 작업의 제목에 ‘찰리’라는 이름을 붙이곤 하는데, '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Charlie Don’t Surf)' 역시 학교라는 사회에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웠던 카텔란의 유년 시절을 상징한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책상에 십자가형을 선고 받은 이 소년은 사회에서 청소년이 희망찬 미래와 동일시되는 한편 학교 안팎에서 극도의 경쟁과 폭력에 노출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이 작품의 제목은 베트남 전쟁을 다룬 1979 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에 등장한 유명한 대사이기도 하다. 전쟁광이자 서핑광인 미군 킬고어 중령이 내뱉은 이 대사에서 ‘찰리’는 베트남 게릴라 부대를 뜻하며,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점령한 영역을 마땅히 즐기겠다는 잔혹함을 암시한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사랑이 두렵지 않다'. 아기 코끼리가 눈과 코 부위를 뚫은 흰 천을 뒤집어쓴 채 서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문제를 일러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고 표현한다. 이 작품은 코끼리를 실내로 들여와 이 표현을 그대로 구현했다. 이곳에 모두가 뻔히 보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것이 있는 걸까요? 이 코끼리는 미국 백인우월주의 결사단체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 KKK)의 전형적인 의복을 상기시킨다. 2000년 뉴욕 마리안 굿맨 갤러리(Marian Goodman Gallery)에서 개최한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이 작업은 뉴욕에 입성한 당당한 예술가의 모습 대신 수줍은 듯 몸을 가린 코끼리를 제시하여 언급을 꺼리는 미국 내 사회적 갈등을 암시했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사랑이 두렵지 않다'. 아기 코끼리가 눈과 코 부위를 뚫은 흰 천을 뒤집어쓴 채 서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문제를 일러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고 표현한다. 이 작품은 코끼리를 실내로 들여와 이 표현을 그대로 구현했다. 이곳에 모두가 뻔히 보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것이 있는 걸까요? 이 코끼리는 미국 백인우월주의 결사단체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 KKK)의 전형적인 의복을 상기시킨다. 2000년 뉴욕 마리안 굿맨 갤러리(Marian Goodman Gallery)에서 개최한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이 작업은 뉴욕에 입성한 당당한 예술가의 모습 대신 수줍은 듯 몸을 가린 코끼리를 제시하여 언급을 꺼리는 미국 내 사회적 갈등을 암시했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비디비도비디부'. 다람쥐와 그 크기에 알맞은 미니어처 살림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다. 멀리서 보면 동화 속 한 장면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어떨까요? 테이블에 축 늘어진 다람쥐의 자세와 싱크대에 쌓인 더러운 접시, 그리고 발치에 놓인 권총을 통해 이 작은 동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칩 앤 데일’처럼 애니메이션 속 다람쥐 캐릭터는 장난기가 가득하지만, 여기 이 다람쥐는 카텔란의 유년 시절을 재현한 듯한 평범한 이탈리아 노동자 가정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서 누더기 옷을 입은 소녀를 공주로 만들어준 요정 대모의 주문 ‘비비디 바비디 부’도 이러한 현실의 불행을 막을 수는 없었던 걸까요? 귀여운 동물의 크기에 맞게 축소된 세계는 오히려 냉혹한 현실의 무게를 더한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비디비도비디부'. 다람쥐와 그 크기에 알맞은 미니어처 살림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다. 멀리서 보면 동화 속 한 장면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어떨까요? 테이블에 축 늘어진 다람쥐의 자세와 싱크대에 쌓인 더러운 접시, 그리고 발치에 놓인 권총을 통해 이 작은 동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칩 앤 데일’처럼 애니메이션 속 다람쥐 캐릭터는 장난기가 가득하지만, 여기 이 다람쥐는 카텔란의 유년 시절을 재현한 듯한 평범한 이탈리아 노동자 가정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서 누더기 옷을 입은 소녀를 공주로 만들어준 요정 대모의 주문 ‘비비디 바비디 부’도 이러한 현실의 불행을 막을 수는 없었던 걸까요? 귀여운 동물의 크기에 맞게 축소된 세계는 오히려 냉혹한 현실의 무게를 더한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무제'. 한 여성이 등을 보인 채 작품 운송 상자에 고정되어 있다. 섬뜩할 만큼 현실적인 이 작품은 미국 사진가 프란체스카 우드먼(Francesca Woodman)의 흑백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드먼은 22 살에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스스로 피사체가 되어 벌거벗은 내밀한 모습이나 유령처럼 스치는 장면을 포착하는 강렬한 사진 작품을 남겼고, 사후에 큰 주목을 받았다. 카텔란은 그중 우드먼이 두 팔로 문간에 매달려 있고, 그 옆에 의자를 두어 죽음을 연상하는 사진에 매료되어 사진 속 인물을 실물 크기 모형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을 처음 선보일 때는 사진과 마찬가지로 모형이 문간에 매달린 모습으로 설치했지만, 엎드린 채 상자에 고정된 작품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이후로 카텔란은 나무 틀까지 통째로 전시하게 되었다. 사지와 허리가 고정되고 양손에 못이 박힌 모습은 예수의 십자가 혹은 순교자의 죽음을 연상하게 한다. 생생하게 구현된 고난의 장면은 모형에 불과하지만 복잡다단한 감정을 일으키는 기념비로 재탄생되었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무제'. 한 여성이 등을 보인 채 작품 운송 상자에 고정되어 있다. 섬뜩할 만큼 현실적인 이 작품은 미국 사진가 프란체스카 우드먼(Francesca Woodman)의 흑백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드먼은 22 살에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스스로 피사체가 되어 벌거벗은 내밀한 모습이나 유령처럼 스치는 장면을 포착하는 강렬한 사진 작품을 남겼고, 사후에 큰 주목을 받았다. 카텔란은 그중 우드먼이 두 팔로 문간에 매달려 있고, 그 옆에 의자를 두어 죽음을 연상하는 사진에 매료되어 사진 속 인물을 실물 크기 모형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을 처음 선보일 때는 사진과 마찬가지로 모형이 문간에 매달린 모습으로 설치했지만, 엎드린 채 상자에 고정된 작품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이후로 카텔란은 나무 틀까지 통째로 전시하게 되었다. 사지와 허리가 고정되고 양손에 못이 박힌 모습은 예수의 십자가 혹은 순교자의 죽음을 연상하게 한다. 생생하게 구현된 고난의 장면은 모형에 불과하지만 복잡다단한 감정을 일으키는 기념비로 재탄생되었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동훈과 준호'. 도시 곳곳에 존재하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는 노숙자들이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곳인 미술관의 로비에 자리를 잡았다. 의외의 장소에 놓인 노숙자 연작은 1996년 최초 발표된 이래로 관객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내거 고 있다. 얼굴 없이 웅크리고 있는 모형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노숙자를 직면하도록 하는 동시에 미술관에 들어오기에 적합한 사람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에 도전 한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동훈과 준호'. 도시 곳곳에 존재하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는 노숙자들이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곳인 미술관의 로비에 자리를 잡았다. 의외의 장소에 놓인 노숙자 연작은 1996년 최초 발표된 이래로 관객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내거 고 있다. 얼굴 없이 웅크리고 있는 모형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노숙자를 직면하도록 하는 동시에 미술관에 들어오기에 적합한 사람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에 도전 한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숨'. 시대의 조각가 야코포 델라 케르시아(Jacopo della Quercia)가 만든 이 조각은 죽은 듯 누워 있는 인물과 주인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는 듯 발치에 얌전히 자리 잡은 개를 보여준다. 카텔란은 이 기념비를 보았던 경험, 그리고 주무시는 부모님께 다가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했던 어린 시절 습관에 비추어 웅크린 사람과 그 곁에 누운 개를 조각으로 만들었다. 역사적으로 뛰어난 건축물과 조각에 사용 되어온 귀중한 재료인 카라라(Carrara) 대리석으로 만들어 숭고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 조각은 두 존재의 유대감과 더불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경험하는 두려움과 희망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숨'. 시대의 조각가 야코포 델라 케르시아(Jacopo della Quercia)가 만든 이 조각은 죽은 듯 누워 있는 인물과 주인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는 듯 발치에 얌전히 자리 잡은 개를 보여준다. 카텔란은 이 기념비를 보았던 경험, 그리고 주무시는 부모님께 다가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했던 어린 시절 습관에 비추어 웅크린 사람과 그 곁에 누운 개를 조각으로 만들었다. 역사적으로 뛰어난 건축물과 조각에 사용 되어온 귀중한 재료인 카라라(Carrara) 대리석으로 만들어 숭고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 조각은 두 존재의 유대감과 더불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경험하는 두려움과 희망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프랭크와 제이미'. 뉴욕 경찰 제복을 입은 ‘프랭크’와 ‘제이미’가 거꾸로 서 있다.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한편 공권력을 행사하는 존재지만 이들은 보시다시피 버려진 마네킹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이 작품은 9.11 테러 직후 뉴욕의 대표적인 갤러리 중 하나인 마리안 굿맨 갤러리(Marian Goodman Gallery)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때문에 당시 관객은 나란히 뒤집힌 뉴욕 경찰의 모습에서 무너진 쌍둥이 빌딩을 연상하고, 나아가 테러로부터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국가의 실패를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20년이 흐른 지금, 거꾸로 선 두 인물을 보며 우리는 공권력의 부재 혹은 남용과 관련된 다른 사건들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작품은 국가적 재난과 공권력 같이 때로는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해학적이면서 생생한 얼굴로 마주하게 한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프랭크와 제이미'. 뉴욕 경찰 제복을 입은 ‘프랭크’와 ‘제이미’가 거꾸로 서 있다.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한편 공권력을 행사하는 존재지만 이들은 보시다시피 버려진 마네킹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이 작품은 9.11 테러 직후 뉴욕의 대표적인 갤러리 중 하나인 마리안 굿맨 갤러리(Marian Goodman Gallery)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때문에 당시 관객은 나란히 뒤집힌 뉴욕 경찰의 모습에서 무너진 쌍둥이 빌딩을 연상하고, 나아가 테러로부터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국가의 실패를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20년이 흐른 지금, 거꾸로 선 두 인물을 보며 우리는 공권력의 부재 혹은 남용과 관련된 다른 사건들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작품은 국가적 재난과 공권력 같이 때로는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해학적이면서 생생한 얼굴로 마주하게 한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모두'. 바닥에 나란히 놓인 아홉 개의 조각... 구체적으로 묘사된 신체 부위는 없지만 천으로 덮은 시신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나아가 누가 어떻게 희생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유추하게 된다.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미디어를 통해 참사의 현장이나 죽음의 재현을 간접적으로 마주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평평한 스크린을 통해 반복적으로 송출되는 전 세계의 사건사고 중 한 장면을 펼쳐놓은 듯한 이 작품은 기념비에 자주 쓰이는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든 것이다. 아홉 개의 얼굴 없는 대리석 조각은 익명의 죽음에 대한 기념비로, 보는 이 각자에게 깊이 새겨진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섬세하고 현실적인 천의 주름 표현은 18세기 이탈리아 예술가 쥬세페 산마르티노(Giuseppe Sanmartino)의 '베일을 쓴 그리스도(The Veiled Christ)'처럼 숭고한 존재감을 자랑하여 눈을 떼기 어렵다. 마치 참혹한 현장임에도 구경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모두'. 바닥에 나란히 놓인 아홉 개의 조각... 구체적으로 묘사된 신체 부위는 없지만 천으로 덮은 시신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나아가 누가 어떻게 희생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유추하게 된다.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미디어를 통해 참사의 현장이나 죽음의 재현을 간접적으로 마주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평평한 스크린을 통해 반복적으로 송출되는 전 세계의 사건사고 중 한 장면을 펼쳐놓은 듯한 이 작품은 기념비에 자주 쓰이는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든 것이다. 아홉 개의 얼굴 없는 대리석 조각은 익명의 죽음에 대한 기념비로, 보는 이 각자에게 깊이 새겨진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섬세하고 현실적인 천의 주름 표현은 18세기 이탈리아 예술가 쥬세페 산마르티노(Giuseppe Sanmartino)의 '베일을 쓴 그리스도(The Veiled Christ)'처럼 숭고한 존재감을 자랑하여 눈을 떼기 어렵다. 마치 참혹한 현장임에도 구경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어머니'.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한 카텔란은 수피 이슬람(sufi islam) 계통의 고행 수도자 파키르(fakir)를 초청했다. 두 시간 동안 기도하는 손만 드러내고 땅에 묻힌 파키르의 고행은 개막 행사 기간 동안 수차례 반복했다. 중동과 남아시아 등지에서 진행되는 파키르의 수행이 종교적, 지역적 맥락을 떠나 국제 미술 행사에서 치러지자 의문을 자아냈다. 실제 수행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이미지만 유통되었던 탓에 눈속임이라는 혐의를 받거나 낯선 종교 수행의 의미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어머니(Mother)'이다. 독실한 신자였던 카텔란의 어머니는 언제나 카텔란에게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으며, 말년에 병마와 싸우는 동안 종교에 의지했다고 한다. 카텔란이 지켜보는 중에 진행된 매장 퍼포먼스는 그가 참석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장례식을 대신한 이별 의식이었을지도 모른다. 단 하나의 이미지로 집약된 종교적 수행은 미술 전시를 예술가의 성취를 드러내는 곳이 아닌 문화적 포용의 계기로 전환하고, 관객 마음속의 상실감을 상기하며 애도와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어머니'.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한 카텔란은 수피 이슬람(sufi islam) 계통의 고행 수도자 파키르(fakir)를 초청했다. 두 시간 동안 기도하는 손만 드러내고 땅에 묻힌 파키르의 고행은 개막 행사 기간 동안 수차례 반복했다. 중동과 남아시아 등지에서 진행되는 파키르의 수행이 종교적, 지역적 맥락을 떠나 국제 미술 행사에서 치러지자 의문을 자아냈다. 실제 수행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이미지만 유통되었던 탓에 눈속임이라는 혐의를 받거나 낯선 종교 수행의 의미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어머니(Mother)'이다. 독실한 신자였던 카텔란의 어머니는 언제나 카텔란에게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으며, 말년에 병마와 싸우는 동안 종교에 의지했다고 한다. 카텔란이 지켜보는 중에 진행된 매장 퍼포먼스는 그가 참석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장례식을 대신한 이별 의식이었을지도 모른다. 단 하나의 이미지로 집약된 종교적 수행은 미술 전시를 예술가의 성취를 드러내는 곳이 아닌 문화적 포용의 계기로 전환하고, 관객 마음속의 상실감을 상기하며 애도와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부츠'. 누군가 신다 버린 낡은 부츠에 식물이 자라고 있다. 2008년 이 작업을 처음 선보인 독일 풀하임-스톰멜른(Pulheim-Stommeln) 유대교 회당은 1930년대 반유대주의 나치 정권의 탄압으로 철거될 운명이었지만, 한 농부가 회당을 곳간으로 전용하여 겨우 살아남아 있다. 새로운 생명의 요람이 된 부츠는 역경 가운데 놀라운 저항과 회복의 힘을 보여준 회당의 역사처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편, 낡은 신발은 반 고흐가 즐겨 그리던 소재이다. 흙투성이 신발을 그린 고흐의 그림에서 소박한 소재로부터 숭고한 가치를 읽어내는 순례자의 마음이 전해진다. 이탈리아의 농가에서는 헌 신발에 꽃이나 허브를 심어 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특별할 것 없는 일상과 고된 세월, 심지어 죽음을 연상하기도 하는 주인 없는 부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생의 주기를 상기한다. 2023.0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작품 '부츠'. 누군가 신다 버린 낡은 부츠에 식물이 자라고 있다. 2008년 이 작업을 처음 선보인 독일 풀하임-스톰멜른(Pulheim-Stommeln) 유대교 회당은 1930년대 반유대주의 나치 정권의 탄압으로 철거될 운명이었지만, 한 농부가 회당을 곳간으로 전용하여 겨우 살아남아 있다. 새로운 생명의 요람이 된 부츠는 역경 가운데 놀라운 저항과 회복의 힘을 보여준 회당의 역사처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편, 낡은 신발은 반 고흐가 즐겨 그리던 소재이다. 흙투성이 신발을 그린 고흐의 그림에서 소박한 소재로부터 숭고한 가치를 읽어내는 순례자의 마음이 전해진다. 이탈리아의 농가에서는 헌 신발에 꽃이나 허브를 심어 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특별할 것 없는 일상과 고된 세월, 심지어 죽음을 연상하기도 하는 주인 없는 부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생의 주기를 상기한다. 2023.02.0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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