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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변비·혈압약 없어요"…약국에 약 떨어진 이유는?

등록 2023.02.05 10:00:00수정 2023.02.05 10: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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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원부자재 공급 불안 원인 커

정부, 약가인상 검토 등 대응나서

코로나19 이후 새 품귀현상 지속

약사들 "정부가 유통에 개입해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멀미약이 원료 수급의 불안정과 코로나 유행 이후 수요가 많은 감기약 등의 생산 집중으로 생산이 줄며 품귀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31일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 멀미약이 진열돼 있다. 2023.01.3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멀미약이 원료 수급의 불안정과 코로나 유행 이후 수요가 많은 감기약 등의 생산 집중으로 생산이 줄며 품귀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31일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 멀미약이 진열돼 있다. 2023.01.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지난 해 감기약 품귀현상에 이어 멀미약, 변비약, 혈압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약품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5일 약국가에 따르면 '노보민시럽' '소보민시럽' '해피트립액' '이지롱액' '토스롱액' 등 다수 멀미약 제품이 품귀현상을 빚으며 수급이 불안정하다.

배변 활동이 어려운 고령층이 많이 쓰는 변비약 '마그밀'도 구하기 어렵다.

지난해부터 수급이 불안정했던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정' '현대테놀민정' 역시 지금까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게 약사들의 설명이다.

수급 불안의 원인도 의약품마다 다르고 다양하다. 변비약 마그밀은 작년 8월 이 약의 원료를 납품하던 일본 업체의 생산라인 문제로 공급이 지연된 후부터 계속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게 제조사 삼남제약의 설명이다. 새로운 이스라엘 원료사를 찾으면서 생산을 재개했지만 공급 불안 후 물량을 확보하려는 심리로 주문량이 늘어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삼남제약 관계자는 "당초 마그밀의 월 출고 수량은 4~5만 병(1병당 1000개 알약) 수준이었는데 지난 달 출고량이 6만7000병에 이른다. 지금 밀린 수량만 9만병이다"며 "인원을 더 투입해도 역부족이다. 중국의 원료사도 더 확보하고자 찾고 있다"고 말했다.

멀미약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며 여행객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라는 게 관계자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멀미약 제조사 관계자는 "약국에서 원하는 수량이 기존보다 2~3배 뛴 것 같다"며 "이는 수요도 증가했지만 일부 멀미약 제조사들이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게 되면서 남은 제조사들에 쏠림현상이 일어난 영향이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멀미약은 이달부터 공급이 될 거라는 공지를 받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은 정상 공급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생산 확대 요청·약가 인상 검토…대응 나서

수급 문제의 원인은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원료 및 원부자재 공급 불안이 많이 거론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지난 해 두 달 넘게 이어진 상하이 봉쇄는 의약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의약품을 만들 때 들어가는 부형제에는 옥수수 전분을 많이 쓰는데 최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못 구하는 상황에 처했다. 또 중국은 국내 제약기업의 최대 원료의약품 수입국이다.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변비약을 만드는 제약사들에게 생산 확대를 요청했다. 조아제약과 신일제약 등에 공문을 보내 생산과 공급 확대를 요청했다.

보건복지부는 저가인 변비약 보험약가의 인상을 검토할 예정이다. 제약사들은 변비약 원료 수급이 어려운 원인 중 하나로 저가 약값을 꼽고 있다.

"새 품귀현상에 맞는 근본 대책 있어야…정부가 개입해야"

현장에서 품절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약사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광명시의 약사는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공급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해 약을 못 구하는 새로운 품귀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전쟁으로 글로벌 유통망이 망가졌고 물류시스템도 원활하지 못하며 공장가동률이 낮아진 복합적인 원인이다"고 말했다.

그는 "새 품귀현상에 맞는 기준과 대비책이 필요하다"며 "기존처럼 정부가 수급 모니터링에만 집중해서는 해소할 수 없다. 수급이 불안정할 땐 시장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정부가 유통에 개입해야 하며, 새 프로그램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시중에 물건이 부족하니 대형 약국은 약을 잘 구하고 동네 약국은 잘 못 받는 유통왜곡 현상이 심각해졌다"며 "우선 품절에 대한 정의와 기준을 세운 후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품절의 정의로 ▲일주일 동안 발주를 했는데도 공급이 안 된 경우 혹은 ▲전년 동기 대비 50% 미만으로 공급량이 떨어진 경우로 약사회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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