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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테니스, 똘똘 뭉쳐 '중꺾마'로 일궈낸 '잠실 대첩'

등록 2023.02.05 19: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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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1·2단식 내주고 둘째날 복식과 3·4단식 잡아 대역전승

사상 첫 2년 연속 데이비스컵 16강 진출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5일 서울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23 데이비스컵 최종본선 진출전 벨기에와의 경기(1복식, 4단식)에서 세트스코어 3대2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2023.02.05.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5일 서울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23 데이비스컵 최종본선 진출전 벨기에와의 경기(1복식, 4단식)에서 세트스코어 3대2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2023.02.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한국 남자 테니스 대표팀이 '잠실 대첩'을 일으키며 사상 첫 2년 연속 테니스 국가대항전 세계 16강인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진출을 일굴 수 있었던 중심에는 팀워크와 포기하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박승규(KDB산업은행)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테니스 대표팀은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장에서 끝난 벨기에와의 2023 데이비스컵 최종 본선 진출전(4단1복식)에서 최종 전적 3-2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3월 열린 파이널스 최종 본선 진출전에서 오스트리아를 3-1로 물리쳐 2007년 이후 15년 만에 데이비스컵 16강 무대를 밟았던 한국은 2년 연속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에 진출했다.

2년 연속 데이비스컵 16강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은 1981년, 1987년, 2007년과 지난해 데이비스컵 16강에 올랐다.

'대첩'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대역전극이었다.

한국은 지난 4일 벌어진 1, 2단식을 모두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특히 1단식에서 한국의 에이스 권순우(당진시청·61위)가 해볼만한 상대였던 지주 베리스(115위)에 1-2(6-1 4-6 6-7<6-8>)로 패배한 것이 뼈아팠다.

둘째날 전망도 밝지는 않았다.

일단 복식에 나서는 송민규(KDB산업은행·복식 147위)-남지성(세종시청·복식 152위) 조가 상대인 요란 블리겐(복식 53위)-산더 질레(55위) 조보다 세계랭킹이 낮았다.

3단식에서는 '에이스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컸는데, 벨기에의 에이스 다비드 고팽(41위)은 현재 세계랭킹이 권순우보다 높을 뿐 아니라 2017년 세계랭킹 7위까지 올랐던 톱랭커였다. 고팽은 4차례나 메이저대회 8강에 오른 전력도 있다.

승부가 4단식까지 이어져도 홍성찬이 권순우를 꺾으며 상승세를 탄 베리스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단단한 팀워크로 똘똘 뭉친 한국은 예상을 깨고 대역전극을 선보여 1000여 석의 관중석을 모두 메운 테니스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5일 서울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23 데이비스컵 최종본선 진출전 벨기에와의 경기(1복식, 4단식)에서 세트스코어 3대2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02.05.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5일 서울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23 데이비스컵 최종본선 진출전 벨기에와의 경기(1복식, 4단식)에서 세트스코어 3대2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02.05. [email protected]

시작은 복식이었다. 송민규-남지성 조는 블리겐-질레 조를 2-0(7-6<7-3> 7-6<7-5>)으로 꺾으면서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진 3단식에서 권순우는 고팽에 2-1(3-6 6-1 6-3)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바통을 이어받은 홍성찬은 4단식에서 베리스를 2-0(6-3 7-6<7-4>)으로 제압,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포르투갈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16강 진출에 성공한 뒤 태극기에 새긴 문구,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 떠오르는 경기였다.

경기를 마치고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박 감독은 "너무 좋아서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2년 연속 파이널스에 진출한 것이 꿈만 같다"며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줘서 너무 고맙다. 선수들이자 후배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장 송민규는 "어제 1, 2단식을 내준 후 늦은 밤까지 치료를 받으면서 '끝난게 아니다, 형들이 최선을 다해서 복식을 이겨볼테니 준비해달라'고 했다. 나와 (남)지성이가 이겨서 (권)순우, (홍)성찬이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기적이 일어났고, 말한대로 이뤄져 너무 고맙다. 다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자랑스러운 팀이라 자부한다"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뒤 코트에 엎드려 감격한 홍성찬은 "4단식에 나가기 전에 분위기가 좋았다. 매치 포인트를 잡았을 때 데이비스컵만 하면 졌던 것이 생각나 감정이 벅차올랐다"며 "국가대항전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했다. 시작하자마자 해볼 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되돌아봤다.

남지성은 "긴 말 필요없이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팀워크 덕분이다. 어떤 팀보다 단합심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벨기에보다 전력이 약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우리는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로 뭉치면 좋은 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손에 상처가 생기는 등 대회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었던 에이스 권순우가 힘을 낸 것도 동료들 덕분이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5일 서울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23 데이비스컵 최종본선 진출전 벨기에와의 3단식 권순우 대 다비드 고팽 경기, 권순우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2023.02.05.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5일 서울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23 데이비스컵 최종본선 진출전 벨기에와의 3단식 권순우 대 다비드 고팽 경기, 권순우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2023.02.05. [email protected]

권순우는 "연습 환경이 좋지 않은 탓에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손도 찢어지고, 날씨가 추워서 경기를 못 뛸 상황까지 갔었다"며 "하지만 감독님과 동료들이 좋은 이야기를 해줘서 극복하고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중에도 팀워크는 돋보였다. 선수들은 벤치에서 경기 중인 선수들을 향해 '침착하게 하라'며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4단식에서 홍성찬이 경기하는 동안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권순우는 "선수들이 경기를 하다보면 냉정하지 못할 때가 많다. 국가대항전에서는 서로 좋은 말을 해줄 수 있는 것이 좋은 부분"이라며 "그래서 홍성찬이 급해 보일 때마다 이야기를 해줬다"고 전했다.

선수들끼리 오른손 검지를 관자놀이에 대는 동작을 주고 받았던 것도 팀워크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권순우는 "경기 중에 혼자 집중하자는 느낌으로 했는데, 내가 하니까 벤치에서 같이 해줬다"며 "그렇게 해주니 힘이 났다"고 했다.

한국 남자 테니스는 앞선 4차례 데이비스컵 16강에서는 한 번도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지난해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조별리그에서도 캐나다, 세르비아, 스페인에 내리 패배해 3패로 8강에 오르지 못했다.

극적인 역전승을 일군 대표팀은 이제 데이비스컵 본선 첫 승리를 꿈꾼다.

권순우는 "막상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에 가서 뛰어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며 "파이널스에서 8강, 4강을 목표로 하겠다. 선수들 모두 한마음 한뜻이다. 큰 변화만 없다면 지난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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