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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금융지주사 이어 KT.포스코 등 지배구조 손보나

등록 2023.02.07 09: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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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자산운용사 등이 '주인없는' 공기업에 의결권 제대로 행사하는지 제도 개선

금융위 TF팀 구성해 법적 근거 마련 계획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1.30.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1.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뿐 아니라 KT와 포스코 등 '주인없는 기업'들의 지배구조까지 들여다볼 예정이어 이목이 집중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1분기 중 내부통제 강화에 중점을 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와 별도로 비금융사들까지 포함해 기업들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한 주요 금융지주회사들과 KT, 포스코 등 '주인없는 기업'들의 제왕적 지배구조와 셀프 연임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타오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내부통제 개선은 이미 지난해 8월 출범한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안으로 현재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며 "비금융사까지 포괄하는 개선 작업은 주인없는 기업 전체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는 내부통제 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금융위는 금융사 뿐 아니라 비금융사들까지 포괄하는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착수한다. 이를 위한 별도의 TF도 구성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진행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이나,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거기에서 만들어진 지배구조와 경영진이 경영활동을 하게 되면 기업과 우리 사회의 비용과 수익을 서로 일치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며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활성화를 강조한 데 따른 조치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을 비롯한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주주로서 적극 참여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에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는 행동 지침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시작으로 여러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금융위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등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 활성화를 통해 금융사들 뿐 아니라 '주인이 없는' 비금융회사들의 경영투명성까지 높인다는 복안이다. 국민연금의 최대주주 지위를 활용하면 이사회 구성 등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지난해 12월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이사의 연임을 결정하자,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 당국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요소를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소유분산 기업들의 최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KB 7.95%, 신한금융 7.69%, 하나금융 8.78%, 우리금융 7.86% 등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 우리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지주의 최대주주다. 또 KT와 포스코홀딩스, KT&G 지분 각각 9.95%, 8.50%, 7.4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도 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모범 규준을 만들 때 예컨데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으면 어떠한 의무가 부여된다는 식의 규정을 금융위에서 정할 수 있다"며 "이러한 모범 규준이 비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인 없는 회사들 대부분이 상장사인만큼, 자본시장을 활용해 상장사에 대한 각종 규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ESG 경영에서 ‘G’를 강화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선 금융위는 TF를 구성해 소유분산 기업들의 스튜어드십 코드와 이사화 기능 강화 등에 대해 논의한 뒤, 필요한 경우 논의를 범부처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상이 포괄적인 만큼, 논의를 범부처로 확대할 지 등에 대해서는 현재 실무진에서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하고 '거수기' 이사회 없앤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로 이사회 구성, 최고경영자(CEO)의 적극적 자격요건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해 1분기 중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 2020년 6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정부안)' 입법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지배구조법은 금융사들에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규모 불완전판매,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또 현행 체계는 의무 이행여부에 대한 판단기준, 책임소재 등이 불명확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조직문화와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통제권한을 가진 고위경영진과 임원의 내부통제 관련 최종책임을 강화하고, 특히 대표이사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해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사회가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관리업무를 감독하고, 대표이사에 대한 내부통제 의무 이행현황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임원들이 각각의 소관업무에 대해 내부통제 관련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임원별 책무구조도 명확화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인없는 기업'들이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이사회의 기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강화할 지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으며, 업무집행권한을 가진 비등기임원의 자격 요건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만들고 이행토록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금융감독원 역시 업무보고를 통해 은행지주와 은행의 지배구조 구축 현황, 이사회 운영의 적정성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은행 등 경영진의 성과보수체계 적정성에 대한 점검도 함께 이뤄진다. CEO 감시·견제의 핵심인 지주 사외이사와 금융당국 간 소통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회장선임 절차 등이 글로벌 기준에 비춰 미흡한 측면이 있는 만큼 승계절차의 공정성, 투명성 제고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경주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은행 등 금융회사 이사회와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이사회 운영현황에 대한 실태점검을 추진해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다.

지배구조 선진화?… "관치 제도화" 우려도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개선작업이 오히려 관치를 제도적으로 가능케 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인없는 기업들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 하지만, 사실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위해 손을 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특히 '완전 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에 도리어 관료 출신 인사를 앉힌 것은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과 맞지 않은 모순적 행태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관료 출신 후보자가 우리금융지주 유력 후보로 나오면서 정부의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명분이 벌써 퇴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의 선진국에서 CEO 선임 절차 투명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주요 임원 자격 등을 심사하고, 이사회 구성에도 적극 관여하고 있단 것이다.

예컨데 EU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럽건전성감독지침에 따라 주요 금융기관 임원 후보자에 대한 경험, 평판, 이해상충 가능성 등을 금융당국이 심사토록 한다. 영국 금융감독청(FSA)도 금융사 주요 임원이 적합한 자질을 갖췄는지 심사 후 승인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출신이든 관료 출신이든 상관 없이 주주가 원하는 능력있는 인물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민영화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앞서 "관치도 문제지만 주인 없는 회사 CEO들이 본인의 우호적인 세력만 주변에 놓고 계속해서 그들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내치'는 과연 맞는 것이냐는 의문이 있다"며 "관치는 분명히 문제가 있고 나쁘지만 (내치로)가는 건 올바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외국에서도 임원에 대해 감독당국이 적격성 심사(fit and proper test)를 한다"며 "어떤 최고경영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조직의 경영의 너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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