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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분향소' 철거 놓고…서울시·유족 갈등 '격화'

등록 2023.02.06 16: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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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분향소 철거, 2회 이상 계고…원칙대로"

유가족 "온전한 추모 탄압하려는 것…철거 불가"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천막' 갈등 재현 우려도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6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서울광장 분향소에 전기난로를 반입하다 서울시로부터 제지를 당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2023.02.0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6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서울광장 분향소에 전기난로를 반입하다 서울시로부터 제지를 당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2023.02.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서울광장에 기습 설치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놓고 서울시와 유가족 측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서울시가 6일 예고했던 분향소 철거 기한을 한 차례 연기하기로 했지만 '분향소 철거'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상태라 갈등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에 대해 철거 기한을 연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행정기관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판례를 보면 2회 이상 계고한 후 행정대집행을 하게 돼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4일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측에 이날 오후 1시까지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는 계고장을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곧장 철거에 들어가지 않고 '판례상 2회 이상 계고'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서울광장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확고하다. 유족 측이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 등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서울광장 내 이태원 참사 분향소 설치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경우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대변인은 "규정에 따라 불법 시설물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법령과 판례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서울광장 이용시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시장은 광장의 무단점유 등에 대해 시설물의 철거를 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시설물을 철거하고 그 비용을 징수할 수 있다.

반면 유족 측은 서울시의 철거 통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종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지금까지 정부나 서울시로부터 어떠한 인도적 조치도 받지 못했다"며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방치되고 따돌림 당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향소를 철거하겠다는 서울시와 경찰의 의도는 결국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유가족들과 시민의 온전한 추모를 탄압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유족 측에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으로 제시한 '녹사평역 지하 4층 공간'을 두고서도 양측은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태원 좁을 골목, 어두운 곳에서 숨도 못 쉬고 죽었다"며 "지하 4층 굴속으로 들어가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조용히 사그라질 때까지 숨 못 쉬고 있으라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이 대변인은 "지하 4층으로 표기돼있지만 녹사평역 자체가 층고가 높고, 게이트 바로 앞에 있다"며 "'음습한 곳이냐'고 하는데 이런 곳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광화문광장 내 천막·분향소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2014년 7월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짓고 단식 농성을 벌였고, 이후 2019년 3월까지 광화문광장을 지켰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 앞에서 열린 서울시의 분향소 행정대집행 관련 규탄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3.02.0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 앞에서 열린 서울시의 분향소 행정대집행 관련 규탄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3.02.06. [email protected]


당시 정부의 유족 지원 요청에 따라 세월호 천막 14개 중 11개가 서울시의 합법 시설물로 설치됐지만, 무단 설치된 3개 천막은 자진 철거 때까지 불법으로 남았었다.

이 과정에서 불법 논란 등이 지속됐고, 서울시는 향후 변상금 1800여 만원을 부과했다. 이후 2021년 7월 광화문광장 내 천막과 분향소를 철거한 대신 마련된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는 과정에서도 서울시와 유족 간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요구 등으로 서울시가 유가족과 적극 협의에 나설 가능성도 없진 않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태원 참사 유족 측이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족 스스로 설치한 분향소까지 강제 철거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야만적 강제 철거 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정부는 광화문에 유족이 원하는 분향소를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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