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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유튜버 니키 "마술은 거짓이지만 콘텐츠는 100% 진실"

등록 2023.02.10 06:00:00수정 2023.03.15 15: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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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로 내성적 성격 극복…올해 20년차"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영상은 당구 편"

"세대교체·코로나19로 마술계는 침체기"

"직업 마술사는 외로움 견딜 수 있어야"

[서울=뉴시스]마술사 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니키가 지난 2일 니키아티브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니키 제공) 2023.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마술사 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니키가 지난 2일 니키아티브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니키 제공) 2023.02.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운지 인턴 기자 = "마술을 업으로 삼고 싶다면,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끈기와 '어떻게 하면 날 공연에 불러 줄까'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해요"

마술사 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니키(본명 양희준)는 지난 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영상 중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영상은 당구 편이다. 마술을 제작하는 2주 동안 자존감이 내려갈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영상에 나온 출연자들의 반응이 진짜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100% 리얼이다. 이미 마술 자체가 거짓말이니, 마술을 이용한 콘텐츠는 거짓말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세계 및 국내 마술 업계에 대해서는 "현재 침체기다. 코로나 영향이 컸고, 마술을 즐기는 세대가 떠나고 있다. 앞으로 5년, 10년 뒤 미래에 대해 확언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지만, 그러면서도 "다시 태어나도 마술사를 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동료와 후배 마술사들에게 '마술사도 저렇게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을 주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니키와의 일문일답.

-마술을 배우게 된 지는 얼마나 됐나.

"올해로 20년 차다. 안 그래도 올해 목표 중 하나가 20주년 콘서트를 여는 거다. 빠르면 11월, 늦어도 12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마술을 배운 후 삶의 변화가 있었나.

"원래 굉장히 내향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집에서 혼자 생각하거나 노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 우연히 마술을 접했다. 마술의 특성은 반드시 타인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거다. 관객이 필요하니 사람을 찾아다니게 됐고, 그렇게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할 수 있었다. 내향적이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지만, 필요할 때 버튼을 눌러서 '외향적인 니키'를 소환할 수 있다."

-전문 마술사가 되기의 과정은 어땠나.

"사실 중간에 한 번 마술을 업으로 삼는 걸 포기하려고 했었다. 성인이 되고 전국 마술대회에 나가 보니 ‘내 실력으로 저 사람들을 당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편도 아니었다. 그런데 군대에서 마술 동아리 활동을 하며 내 안에 미련이 남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당시 22살이었다. '아예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마음에 다시 한번 도전을 했는데, 국제 마술 대회에서 덜컥 3등을 해버렸다. 당시 심사위원 중 한 분이 내게 와서 '희준이 같은 사람은 마술을 계속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분은 대한민국 마술계의 큰 어른 같은 사람이다. 그때부터 세계대회만 보고 꾸준히 달렸다. 그렇게 2012년도부터 2014년까지 꾸준히 우승한 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했는데, 그때는 현 일루셔니스트로 활동하고 계신 이은결님을 보고 꿈을 키웠다."

-섭외력이 굉장히 좋다. 각종 스포츠 국가대표 등을 전부 섭외하는데, 다들 마술 콘텐츠에 큰 관심을 보이는 편인가.

"섭외를 요청하면 대부분 흔쾌히 받아준다. 세상에 없었던 콘텐츠이고, 그 사람을 위해 유일한 쇼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아이스하키 마술을 만드느라 2주 동안 정말 고생했다. 선수 분이 '아이스하키로 이런 게 되냐'며 굉장히 즐거워했다."

-마술사는 무대 위의 스타인만큼, 독대할 기회가 없다는 점도 이유인 것 같다.

"맞다. 마술을 업으로 삼아서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는 않다. 그 이유는 단 1, 2분의 쇼를 보여주기 위해 며칠, 몇 달, 몇 년을 연습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연습실 밖에 잘 안 나간다. 나도 20대 내내 연습실에만 있었고, 하루에 14시간에서 19시간까지도 연습을 했다."

-지금까지의 영상 중 트릭 제작이 가장 어려웠던 편은 뭔가.

"당구 편이다. 왜냐면 당구의 특성상 얇고 긴 당구 채를 사용하고, 공을 손으로 잡지도 못한다. 심지어 공도 크고 무겁고 한 손에 가려지지도 않는다. 마술에 너무 큰 제약이 깔려버린 거다. (트릭을 제작하는)2주 동안 자존감이 내려갈 정도로 힘들었다. 그래도 그렇게 고민하고 만들어서 그런지, 영상 조회수가 200만회 넘게 나왔다. 선수분은 촬영 초중반에 '저 그냥 그만하면 안 될까요. 너무 무서워서 나갈래요'라고 했다. 밖에 있던 팀원 세 분도 전부 기겁했다."

-사실 콘텐츠의 완성도가 너무 높다 보니, '출연자들의 반응이 진짜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이 얘기를 언젠가 하고 싶었다. 우리는 100% 리얼이다. 이미 마술 자체가 거짓말인데, 마술을 활용한 콘텐츠까지 거짓말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 콘텐츠가 거짓으로 만들어진다면 사람들이 다른 마술사의 활동을 볼 때도 '저거 다 짜고 치는 거야'라고 치부할 수 있다. 이건 내 가치관이고 철학이다."

-다른 마술사의 영상을 보면 트릭이 어느 정도 감이 오나.

"트릭은 보기 싫어도 보인다. 이 업계에서 10년 이상 하신 분들은 대부분 보일 거다. 다른 마술사의 퍼포먼스 영상을 볼 때 '이런 트릭을 만들었네'보다는 '이 트릭을 이렇게 연출했네'를 본다. 고전적인 트릭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만드는지, 사용하는 소품은 어떤지, 음악과 조명 효과가 어떤지에 주목하는 편이다."

-가장 자신 있는 마술이 있나.

"과거에는 손기술 마술, 그중에서도 공 마술이라고 했을 거다. 그런데 요즘은 '영상 마술 콘텐츠'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현재 영상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마술사의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 아직 영상으로 마술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나는 이것만 8년 동안 해 왔다."

-요즘 세계 마술 업계 분위기는 어떤가.

"사실 전 세계 마술계가 굉장히 침체기다. 코로나 영향이 정말 컸고, 나라별로 마술을 즐기는 세대가 점점 떠나가기 시작했다. 2012년 해외 활동을 할 때 충격적이고 놀라웠던 경험이 있다. 일본에서 막이 열린 후 등장해서 인사를 하는데, 관객석이 모두 하얀색이었다. 노인 분들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거다. 유럽에 가도 똑같았다. 결국 그런 모습이 대한민국의 20년, 30년 후였다."

-지난해 유호진 마술사가 국내 마술사 중 최초로 '아메리카 갓 탤런트' 결승에 올랐지만, 국내 언론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아쉽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에서 마술사로 사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유호진 마술사는 무명 시절 같은 연습실에서 연습했던 동료고, 결국 굉장히 유명해졌다. 하지만 그처럼 스타가 된 사람보다 포기하고 나간 사람들을 더 많이 봤다. 2011년경 프로 마술사 학원에서 5년간 강사로 일했는데, 학원을 거친 사람 중 마술사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은 열 명이 채 안 된다. '어떤 분야든 1%는 잘 산다'는 말이 있지 않나. 마술은 그래도 다른 분야에 비해 생계유지가 쉬운 편이지만 그건 지금 시대인 거지, '앞으로 5년 뒤 10년 뒤도 그럴까'라고 누가 물어본다면 확답할 수 없을 것 같다."

-마술사가 꼭 가져야 하는 기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마술사를 하면 수많은 관중의 박수와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그 무대에 1년에 한 번도 못 오르는 날도 올 수 있다. 그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끈기가 없으면 마술을 업으로 삼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공연에 날 불러 줄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하면 정말로 잘될 거다. 결국 마술이 즐거워지려면 사람들 앞에 서야 하고, 사람들 앞에 서면 수익이 발생한다. 이 공식은 어쩔 수가 없다."

-다시 태어나도 마술사를 하게 될까.

"할 것 같다. 사실 20대 때는 '잘 모르겠다'였다. 반지하 연습실에서 하루 14~17시간씩 대회 준비를 할 때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더 값진 거다. 다시 태어나도 마술을 안 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팬과 시청자에게 한 마디.

"원래 회사의 슬로건이 '마술의 대중화'였는데, 지난해에 '가능성'으로 바뀌었다. 동료나 후배 마술사들이 니키아티브를 통해 '마술사도 저렇게 좋은 환경에서, 대중들에게 사랑받으며 활동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고 싶다. 이런 슬로건을 내걸 수 있게 된 건 정말 여러분들 덕분이다. 너무나도 감사하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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