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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압수수색 영장도 '심문' 추진…검찰 "증거인멸 하란 얘기냐" 반발

등록 2023.02.08 13:16:19수정 2023.02.08 14: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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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도입 추진

"영장 신청자와 제보자 등이 주요 대상"

"복잡한 사건에 제한적으로 시행 전망"

대검 "수사기밀 유출·증거인멸 등 우려"

[서울=뉴시스]대법원. 2018.12.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대법원. 2018.12.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류인선 정유선 기자 = 대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법관이 영장신청자를 불러 심문할 수 있도록 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3일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형사소송규칙은 형사소송법의 하위 규칙으로 대법원이 개정할 수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와 관련해 법관이 임의적 대면심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사를 진행하는 수사기관, 제보자, 압수수색 대상자 등을 불러 법관이 직접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대법원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높아 특별히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지난 2021년 10월 제16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한 적이 있다. 재판제도분과위원회는 '법관이 영장 발부를 결정하기 위해 당사자를 대면해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까지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법관은 서면 심리를 통해 요건을 검토하고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법관은 통상 ▲피의자가 죄를 범했는지 ▲증거가 존재할 개연성이 있는지 ▲압수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검토한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지고, 디지털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문제가 대두하면서 법관들도 서면심리로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법관이 영장의 내용을 물어보기 위해 검사에게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법원은 공식적으로 대면 심리가 가능하도록 명문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 같은 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관이 수사기관, 제보자, 압수대상자 등과 대면하면 영장 발부가 필요한지를 더 충실히 심리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심문이 필수적인 구속영장과 달리 압수수색 영장은 필요한 경우에만 대면심리를 할 수 있도록 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관들이 특별히 복잡한 사건을 더 정확하게 심리하기 위해 도입하는 절차라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임의적 대면 심리가 가능하게 되면 압수수색의 실체적 요건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내용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고,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법관에게 수사 필요성을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대면심리 대상은 주로 영장을 신청한 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제보자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일부 복잡한 사건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실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압수수색 단계에서 수사 밀행성 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심문대상은 통상 수사기관이나 제보자가 될 것이고 피의자와 변호인은 수사밀행성을 고려할 때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심문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법원은 사법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법관이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 의문이 있으면 청문회에 가까운 심리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형사소송 규칙, 뉴욕 주 형사소송법, 캘리포니아주 형사법 등에도 관련 규정이 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대검찰청. 2022.12.27.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대검찰청. 2022.12.27. [email protected]


하지만 검찰은 수사 정보가 외부로 누설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하는 압수수색 단계에서 혐의 사실이 외부로 유출되면 증거인멸과 말 맞추기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보안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피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은밀하게 수사하고 있는데,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에 심문기일이 열릴 경우 피의자가 도주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 규칙 개정 소식이 알려진 뒤 대검찰청은 "범죄수사의 초기 착수 단계에서 청구되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과 내용이 사전에 공개되고 사건관계인들에 대해 심문 절차가 진행되면, 수사기밀 유출과 증거인멸 등 밀행성을 해치게 되고 수사가 지연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검찰 내부에서는 영장 청구시 대면 심문을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규칙으로 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형사소송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위한 심문이 피의자나 피압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규칙 개정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보석심문의 경우 규칙상 심문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도 대면 심리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지 질의가 있었다. 당시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심문 대상으로 상정하는 것으로 논의됐다.

대법원은 오는 3월14일까지 의견을 접수할 예정이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별도로 의견 요청을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필요할 경우 대법원 측에 의견을 제시할 방침이다.

대검은 "70여년간 계속된 압수수색 영장과 관련해 생경한 절차를 도입하려면 국민과 관계기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협의와 숙고를 거쳐야 함에도 아무런 사전 의견수렴이나 협의 없이 규칙 개정 절차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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