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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침공' 보완책 압박에…대학들 '미적·과탐 가산점' 만지작

등록 2023.02.19 09:00:00수정 2023.02.21 09: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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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대학, 고2 입시전형 내달 본격 논의

서강대, 올 고3 입시전형부터 '과탐Ⅱ' 가산점

커트라인 하락 걱정 속에도 교육부 압박 계속

이주호 공개 메시지에 국고사업 평가 연계까지

여전히 학내 반발 변수…가산점제, 타협책 성격

[청주=뉴시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해 12월9일 오전 충북 청주 세광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2.19. 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해 12월9일 오전 충북 청주 세광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2.1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이르면 내달부터 서울 주요 대학들이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를 2025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결정할 전망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학 미적분·과학탐구를 응시하지 않은 이른바 문과 수험생의 의약학 계열 등 이과 지원을 허용할 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만, 수능 필수 과목을 폐지하되 그 과목을 친 수험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타협안을 고민하는 분위기라 수험생들에게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다.

1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은 소위 '문과침공'(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보완책을 포함한 202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이달 말 올해 신입생 최종 추가모집이 끝나면, 이르면 내달부터 통합형 수능 도입 후 ▲대입전형 운영 결과 ▲전형별 합격생 중도이탈률(반수 등) 등 자료 분석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손창완 연세대 입학처장은 "이과생들이 문과 학과에 (교차)지원하는 문제는 해결을 해야 하겠다고 보고 있다"며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에서도 그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입학전형 변경 방식에 대해 묻자, 손 처장은 "정책 소위원회를 열어 교수들과 논의 중"이라며 "그런 부분(교차지원 방지)을 포함해 저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익명을 요청한 다른 서울 대형 사립대 입학처장은 "의학계열을 포함한 이공계에서도 선택과목 제한을 풀자는 컨센서스(공감대)는 이뤄졌다"며 "그래도 고등학생에게 기본이 되는 과학, 미적분, 기하 정도는 듣고 오라는 신호를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대체적인 입장이라 '가산점제'를 신중히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주요 대학 이공계열 학과는 입시에서 대체로 수능 수학 영역의 미적분이나 기하, 과학탐구 영역 8개 과목을 필수 응시과목으로 정해두고 있다. 이 과목을 치르지 않으면 아예 지원할 수 없다.

수능이 문·이과 통합형 체제로 바뀐 이후 이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수학에서 '확률과 통계' 대신 '미적분'을 택하게 됐고, '미적분' 응시자가 상위권을 독식한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탐구도 이과는 과학, 문과는 사회로 선택이 나뉘어 있다.

따라서 수능 필수 응시를 없애거나, 폐지하는 대신 수학 영역의 미적분 또는 기하, 과학탐구를 응시한 수험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산점제는 수험생들에게는 큰 변화가 아니다.

단 1점으로도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최상위권 학과의 정시 전형을 준비하며 경쟁자가 받아가는 가산점을 포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대학들이 응시과목에 따른 가산점제를 검토하는 이유는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입시 결과 커트라인 하락 등 유·불리, 신입생 교육 어려움에 따른 학내 교수진 반발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학 입학 관계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2.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학 입학 관계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2.19. [email protected]

이는 전적으로 대학의 자발적 조치라고 해석하기 어렵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보완책 마련을 주문하고, 교육부는 국고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 연차 평가 지표에 반영하며 압박에 나섰다.

손 처장은 "연세대가 입학 전형료를 10년째 올리지 못하고 있어 10억원씩 적자가 난다"며 "5억원 정도는 국고 지원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대학가에서 '정시 40% 규제'로도 통한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16개 대학을 지정, 2024~2025학년도에 신입생 40%를 정시로 뽑지 않으면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그간 대학들이 어떤 압박이나 유도의 성격을 갖는 정책 수단 없이 알아서 입시 전형에서의 수능 필수 응시과목 제한을 풀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미적분 응시생의 표준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는 통합형 수능 구조상 '미적분 필수 응시' 조건을 없애면 커트라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수진들이 기초 소양이 부족한 신입생들이 수업을 따라올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점도 문제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적어도 고2가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는 올해 고3 학생들이 치를 2024학년도 입시와 비교해 보다 많은 대학이 통합형 수능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입시 전형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균관대는 2024학년도부터 수학 필수 응시과목을 폐지했고, 탐구는 2개 중 최소 1개를 과학탐구를 응시하도록 했다. 서강대는 수학, 탐구 필수 응시 조건을 폐지한 대신 과학탐구Ⅱ 과목에 가산점을 준다.

다만, 입시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는 선언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지방 의과대학의 커트라인이 서울대 등 주요 대학 이공계열보다 높은 상황에서 모든 의약학대가 필수 응시과목을 없애는 수준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그렇게 다 풀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학교마다 입장이 다르고 교수들의 의견이 있어서 한꺼번에 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학교마다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입 전형은 수험생 혼란을 막기 위해 고등교육법에 사전예고제를 두고 있다. 대학별 시행계획은 적어도 신입생 입학 1년 10개월 전에 확정해야 한다. 따라서 늦어도 4월 말까지는 202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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