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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바뀐 후 횡단보도 진입…그래도 처벌 받은 운전자, 왜? [죄와벌]

등록 2023.02.26 07:00:00수정 2023.02.26 08: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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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바뀌어 출발하려다 자전거와 사고

택시기사 "과실 없었고 상해 발생 안해"

1심 "출발하기 전 전방·좌우 살폈어야"

"출발 무렵 이미 자전거 진입 모습 확인"

"어린이 과실도 인정"…벌금 250만원

[서울=뉴시스] 법원 마크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 법원 마크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 적색 신호에 자전거를 타고 건너던 아이와 출발하려던 택시가 부딪혀 교통사고가 났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법원은 전방주시 태만을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택시기사 A(65)씨는 지난해 5월26일 오후 2시53분께 경남 양산시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했다. 잠시 뒤 신호등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다.

A씨가 차를 출발시키려는 순간 자전거를 탄 B(12)군이 나타났다. 뒤늦게 횡단보도에 진입한 B군은 A씨의 택시 좌측에서 우측으로 가로지르다 부딪혔고, 다리 부위에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게 됐다.

결국 A씨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택시로 B군의 자전거를 충격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사고 발생에 A씨 과실이 없었고 B군에게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A씨가 차량을 출발시키기 전 좌우를 살펴 이미 횡단보도에 진입한 보행자가 있는지를 살폈어야 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박현배)는 지난 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A씨)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제한속도를 준수했고, 자전거가 횡단보도에 진입하기 직전 차량 신호는 녹색으로, 보행자 신호는 적색으로 변경된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 지점은 어린이 보호구역이고 사고 발생 시각이 하교 무렵이어서 피해자(B군)와 같은 어린이들의 이동이 빈번했다"며 "운전자로서는 보행신호가 적색신호로 바뀐 이후에도 어린이가 횡단을 시도할 수 있음은 예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차량이 출발하기 시작할 무렵 이미 피해자의 자전거가 횡단보도에 진입하는 모습이 확인된다"며 "피고인이 택시를 출발시키기 전 횡단보도에 진입한 보행자가 있는지 전방·좌우를 살펴봤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 당시 피해자가 받은 충격의 정도, 상해 부위 및 치료 기간, 피해자의 연령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 역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행자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자전거를 탄 채 횡단보도에 진입한 B군의 과실도 사고 발생에 영향을 준 점, 공제조합에서 피해자 측에 치료비 상당액을 지급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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