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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尹정부 징용 '독자' 해법…위안부 합의 '반면교사' 삼아야

등록 2023.03.06 15:42:10수정 2023.03.06 15: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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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尹정부 징용 '독자' 해법…위안부 합의 '반면교사' 삼아야

[서울=뉴시스]최서진 기자 = "저희가 미리 말씀을 못 드렸던 건 연휴 기간 중에 여러 가지 진전이 급하게 이루어지는 바람에…"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협상 전에 왜 피해자를 미리 만나지 않았냐"고 지적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한 말이다. 정부는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사업에 10억엔을 내는 조건으로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하는 데 합의했다.

당시 정부는 피해자와 사전 협의를 생략하고 결과를 도출해 '졸속' 비판을 받았고,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무효화하는 뼈아픈 결과를 낳았다.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합의 내용은 수많은 국제무대에서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침묵을 선택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윤석열 정부는 조속한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기조를 갖고 출범 이후 정상 간 만남을 포함한 각 레벨에서의 소통을 통해 협상에 나섰다.

협상은 사과의 수위와 내용, 배상의 주체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원고 측은 최소한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의 입장 규명과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막판까지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했다.

결론은 '논란의 안'으로 귀결된 모양새다. 배상은 한국 기업들이 출연한 자금을 재원으로 삼고, 사과는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결국 일본은 사과와 배상, 어느 것 하나 양보하지 않고 손쉽게 관계 개선에 응하게 됐다. 협의 내내 호응은커녕 '한국 정부안부터 가져오라'며 관전의 모양새를 취한 일본 정부의 버티기가 통했단 목소리가 나온다.

양국 경제단체를 통한 '미래청년기금'에 피고 기업을 참여토록 한 대목에선 "피해자에 1엔도 낼 수 없다는 일본의 논리에 굴복했다"다는 원고측의 한탄까지 나온다. 고령화된 원고를 배려했다기 보다 양국 외교 일정을 고려해 합의를 서두른 것이 아니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안이 발표되자 피해자 대리인단과 지원단체 측은 회견을 열고 즉각 항의에 나섰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정부는 2015년 합의 정신을 언급하며 일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굴종외교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안부 합의 때와 달리 공개토론회, 설명회 등을 통해 수시로 피해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노력이 보였으나, 여전히 부족하다. 대리인단 측에 따르면,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유족 중 정부 해법에 긍정적 의사를 표한 이는 절반이 안 된다.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속도전에 치중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정부는 일본과의 협상 주체라는 책임감을 갖고 피해자측과 수시로 소통해야 한다. 경제단체 기금에 피고 기업이 참여하는 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와 대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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