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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파요" 호소에도 시술 강행해 화상…의사 처벌 받나 [죄와벌]

등록 2023.03.12 09:00:00수정 2023.03.13 10: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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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리 제모 후 2도 화상…기기손상 발견

호소 무시하고 시술…檢 "주의 의무 위반"

1심 이어 2심도 무죄…"객관적 증거 부족"

뉴시스DB.

뉴시스DB.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아프다"는 호소에도 제모시술을 계속한 의사. 결국 시술을 받은 여성은 1년 간 치료가 필요한 화상을 입게 됐는데, 문제의 레이저 기기에서는 미세한 손상이 발견됐다.

검찰은 의사가 기기에 문제가 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항소심까지 다퉜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2019년 11월 지방의 한 비뇨기과를 찾은 20대 여성 A씨는 이 병원에서 레이저 기기를 이용한 종아리 제모 시술을 했다.

당시 사용됐던 기기는 약간의 손상에도 레이저 출력에 문제가 생겨 피시술자에게 화상을 입게 할 수 있는 기기로, 시술 시 표면에 이물질이 있거나 손상이 있는지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주의가 요구됐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시술 당시 '너무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했는데, 시술을 맡은 비뇨기과 전문의 B씨는 '원래 아프다'며 시술을 계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A씨는 1년 간 치료가 필요한 2도 화상, 멜라닌 과다색소침착, 피부 일부에 혈관염 등을 입게 됐다.

이후 이 기기에서는 손상이 발견됐는데, 검찰은 시술 중 피시술자가 고통을 호소할 경우 치료를 중단해 부위를 살피고 시차를 둬야하는 등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B씨를 기소했다.

1심은 객관적 증거 부재를 이유로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기기 손상이 발견된 시점은 A씨 시술 이후 나흘이 지난 때였는데 이후에 손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해당 기기가 손상 발생 시 레이저 출력 문제로 이어져 작동이 멈추도록 설계됐음에도 당시 시술이 진행됐다는 점도 연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봤다.

특히 손상된 부분이 1.5㎜에 불과해 육안을 통해 당연히 발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공소사실 일부를 변경해 항소했지만 2심 역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 2심을 맡은 대구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최종한) 역시 지난 1월 기기 손상 부분이 미미하고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점 등 원심 판단 상당수를 인용해 A씨가 의사로서 주의를 게을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사고 이후에도 병원 직원 등이 기기를 확인했지만 손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이에 기기를 계속 사용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평균적인 의사로서 가져야 할 주의를 기울여 손상 여부를 당연히 발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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