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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못하는 흑인중창단,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다

등록 2023.03.21 06:29:27수정 2023.03.21 08: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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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조나단, 5인조 흑인 중창단 결성

'흑인은 노래 잘해' 고정관념 깬 점 신선

공연·행사로 200만원 모금해 기부 목표

[서울=뉴시스] '케이비에스' 흑인중창단이 결혼식 축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조나단 채널 캡처) 2023.03.13.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케이비에스' 흑인중창단이 결혼식 축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조나단 채널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많은 사람들이 흑인에 대해 떠올리는 대표 이미지가 있다. '갱스터', 'NBA 농구선수', '래퍼' 등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강렬한 캐릭터를 연상한다. 하지만 전 세계에는 13억명의 흑인이 살고 있고, 이들 중 대다수는 우리와 크게 다름 없는 평범한 사람일 것이다. 자신이 흑인인데 '노래 잘해?' '농구 잘하지?'와 같은 질문을 매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방송인 조나단(23)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흑인은 노래를 잘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조나단은 5인조 흑인 중창단 'KBS(Korean Black Soul)'를 결성했다. 가나 출신 쌍둥이 틱톡커 이스라엘(24)과 이삭(24), 축구선수 데니스(20), 미국 출신 가수 그렉(39)이 멤버로 참여했다. 흑인 5명이 모이면 '보이즈2멘' 같은 소울과 하모니를 보여줄 수 있을까?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던 이들은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트레이너 역할을 하는 그렉을 제외한 4명의 노래에서는 리듬감이나 소울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음정과 박자조차도 불안정한 '초보'들이다.

4명은 그렉의 지도 하에 지옥훈련을 시작한다. 노래 초보가 단기간에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불안했던 음정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하는 모습은 한 편의 성장드라마 같은 재미를 준다. 가사 중 '니가(네가)'라는 단어가 나오자 멤버들이 혼비백산하는 모습 등 재치 있는 유머코드도 영상 속에 녹아 있다.

KBS는 공연 수익금 200만원을 모아 전액 기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신촌에서 열린 첫 버스킹(길거리 공연) 에서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정말 사랑했을까'를 불렀다. 전문 가수 같은 실력은 아니었지만 공연 영상은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사연 신청자의 결혼식에서 젝스키스의 '커플'을 부르기도 했다. 음역대가 높아지는 고음 부분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올레코디드(AR)'을 사용했다. 노래를 잘 하진 않았지만 신랑 신부에게 큰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시청자들이 KBS의 노래 실력을 보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노래 못하는 흑인'들이 연습을 통해 실력을 키워나가고 서툴지만 진지하게 한국 R&B 곡을 부르는 모습에서 신선함을 느낀다. 한국인은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함께 살아온 경험이 많지 않다. KBS는 그런 한국인들에게 한 발 다가선다. 이들이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고정 관념도 점차 깨지고 있다.

에디터 Sparky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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