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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야구③]처참한 제구력·무딘 스윙 등 실력도 문제

등록 2023.03.14 06:10:00수정 2023.03.20 09: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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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없는 투수진, 불리한 볼카운트 자초 후 자멸

한국타자, 여전히 생소한 투수에 고전

[도쿄=뉴시스] 김선웅 기자 =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22:2 콜드게임으로 중국에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03.13. mangusta@newsis.com

[도쿄=뉴시스] 김선웅 기자 =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22:2 콜드게임으로 중국에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03.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문성대 기자 =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한국 야구가 처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호주, 체코 등 유럽 야구가 한국과 격차를 줄이고 있는 반면, 한국 야구의 기술은 도태되고 있다.

1라운드 첫 경기인 호주전에서 7-8로 패했던 한국은 두 번째 경기인 일본전에서 3-14로 완패를 당했다. 콜드게임을 간신히 면한 패배였다. 야구 변방인 체코에 7-3로 승리하고 중국에 완승을 거뒀지만, 결국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대부분의 한국 투수들은 자신감을 잃고 허둥댔고, 타자들은 허명뿐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강철 감독의 마운드 운용 등 용병술도 대회 내내 불안 요소로 지적됐다.

한국 투수들의 구위는 일본 선수들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팔 힘이 강하고, 악력이 세고, 피지컬이 좋다고 해도 그 힘을 제대로 공에 전달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제구력 부족 또한 한국 투수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하고, 프로에 들어와서 전문적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본인이 던지고자 하는 코스에 공을 던지지 못했다. 컨디션이 나쁘다는 이유를 댈 수 있지만, 나오는 투수마다 제구력 난조에 시달렸다. 타자의 위세에 주눅이 들어서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가 스스로 자멸하는 경우가 잦았다. 연습 부족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강철 감독은 대회 시작 전 "일부 투수들이 너무 일찍 몸을 만들어서, 선수들의 폼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걱정을 했다. 일부 선수들은 KBO리그 공인구에 비해 미끄러운 WBC 공인구 적응에 곤욕을 치른다고 공을 탓했다.

모두 같은 조건에서 대회를 치르는데, 이유 같지 않은 궤변을 부끄러움도 없이 내뱉었다.
[도쿄=뉴시스] 김선웅 기자 =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22:2 콜드게임으로 중국에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인사를 나눈 후 더그아웃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03.13. mangusta@newsis.com

[도쿄=뉴시스] 김선웅 기자 =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22:2 콜드게임으로 중국에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인사를 나눈 후 더그아웃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03.13. [email protected]


타자들은 생소한 투수들이 나오면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특별한 것도 없는 '투 피치' 유형의 투수를 상대로도 고전했고, 유인구에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실투가 날아와도, 제대로 배트 중심에 맞히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에 '해결사' 역할을 해준 선수는 양의지 정도밖에 없었다.

한국 타자들은 일본전에서는 최고 투수인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선제점을 올리기도 했지만, 6회초 1사 후부터 5개의 삼진을 당하는 등 11명 중 단 한 명도 1루에 나가지 못했다. 일본 계투진은 '산 넘어 산'이었다.

그만큼 일본 선수들은 대회 전에 컨디션을 잘 조절한 것이다. 올해를 끝으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오타니 쇼헤이 같은 '슈퍼스타'도 진심으로 대회에 임했다.

대표팀의 간판타자 이정후 역시 일본 투수들의 구위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충격적이었다. 야구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계속 일본전이 생각날 것 같다. 분한 것도 있고, '이게 뭐지'라는 생각도 드는 등 여러 생각을 했다"며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을 쳤고, 확실히 일본 투수들의 공은 좋았다. 리그에서는 보지 못하던 공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정후, 양의지 정도만 수준 높은 투수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였을 뿐, 나머지 타자들은 현격한 수준 차이를 보여줬다.

이번 WBC를 통해 한국 야구의 암울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KBO리그 성적은 무시하고,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이 약한 선수는 과감하게 빼야 한다. KBO리그에서 큰 스윙으로 홈런을 노리는 타자보다 정교한 타자, 투수들을 괴롭힐 수 있는 선수를 중심으로 타선을 꾸리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이제 4강에 올랐던 1, 2회 WBC와 2008 베이징올림픽의 영광은 잊고, 인재 발굴과 선수 교육 및 육성 등 근본적으로 야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시기가 왔다.

중국전을 마친 이강철 감독은 "1, 2회 WBC 때는 확실하게 나갈 수 있는 1선발을 정할 수 있었다. 이번에 야수보다 투수 쪽 성적이 안 좋았다. 확실한 선발투수를 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성적이 안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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