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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신입생, 고소득층↑·저소득층↓…"교육 사다리 위기"

등록 2023.03.16 16:25:28수정 2023.03.16 17: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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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국가장학금 신청자 통계 분석

2021년 소득 9~10분위 신청자 49.8%

5년새 소득 하위 신청자 절반으로 줄어

소득차가 교육 격차로…사교육비 5배차

대학들 고민…"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울대학교 졸업생들이 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2023년 서울대학교 제77회 학위수여식을 앞두고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2.24.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울대학교 졸업생들이 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2023년 서울대학교 제77회 학위수여식을 앞두고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2.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SKY 신입생 중 고소득층 자녀 비중이 크게 늘고 저소득층은 줄어, 그간 계층 이동의 통로로 여겨져온 '교육 사다리'가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이 3개 대학 신입생 국가장학금 신청자 6375명 중 고소득층인 9~10구간에 해당하는 학생이 49.8%(3173명)에 달했다.

학자금 지원 구간을 나누는 소득분위는 가구별 소득수준을 1~10구간으로 구분한 것이다. 올해 기준 월 소득인정액이 1080만1928원(중위소득 2배 이상)을 넘기면 9구간 이상으로 분류된다. 올해 기준 중위소득은 4인가구 기준 540만964원이다.

학교별로 보면 서울대의 경우 2021년 장학금 신청 신입생 2037명 중 고소득층(9~10구간)에 해당하는 학생이 55.5%(1130명)에 달했다. 5년 전인 2017년 39.6%(598명) 대비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1~2구간 신입생 신청자 비율은 11.6%(237명)로 5년 전(21.6%)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고려대도 2017년 35.9%(786명)이던 9~10구간 장학금 신청 신입생 비율이 2021년 51.6%(1255명)으로, 연세대 역시 같은 기간 36%(667명)에서 41.4%(788명)으로 각각 상승했다.

반면 저소득층 신입생 신청자 비중은 같은 기간 고려대는 19.7%(431명)에서 12.8%(311명)로, 연세대는 21.5%(398명)에서 19.3%(367명)로 줄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혜화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2022.11.17.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혜화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2022.11.17. [email protected]



이처럼 고소득층 자녀의 명문대 진학 비중이 늘고 저소득층은 줄어든 것은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기회 불평등 지표인 '개천용 지수'를 개발한 주병기 서울대 교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통계"라며 "명문대 진학이 계층 이동의 수단으로 생각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 비중이 줄어든 데 반해 고소득층이 늘었다면 계층 이동성이 둔화하는 경고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성적을 높이기 위해 사교육에 쏟아붓는 '경제력'부터 계층간 격차가 극명히 드러나는 양상이다.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9만원, 하위 20%의 사교육비는 32만3000원으로 두 배 차이를 보였다.

집안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에 투입하는 돈의 액수도 다르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 64만8000원꼴인 반면,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12만4000원에 그쳐 격차가 5배 넘도록 벌어졌다.

실제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1년 6개월 가량 초중고교가 비대면 원격 수업이 이뤄지고 반대급부로 사교육 비중이 늘면서 소득에 따른 학력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주 교수는 "21학번(2021년 신입생)이면 코로나 첫 해에 고등학교 3학년을 보낸 학생들로, 이 시기 상대적으로 상위 계층이 교육 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를 겪은 기간이 더 긴 22, 23학번의 경우 격차가 더 커졌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줄이고자 2주간 서울 중·고등학교 수업이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2020.12.07.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줄이고자 2주간 서울 중·고등학교 수업이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2020.12.07. [email protected]



이런 '계층별 교육 대물림'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각 대학들도 대책 마련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낸 '중장기발전계획'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소득기반 적극적 옹호 정책(class-based affirmative action)을 참고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소득 하위 25% 학생이 학업성취도 상위 25%에 드는 이른바 '학업탄력적' 정도를 보면 한국의 경우 이 비율이 2006년 52.7%에서 2015년 36.7%로 감소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가난하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큰 어려움 없이 서울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대학교육이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는 것은 국민이 서울대학교에 부여한 소명"이라며 취약계층 학생 선발 확대를 주장했다.

주 교수는 "현행 지역 균형 선발의 비중을 높이고, 학생을 골고루 선발한다는 취지에 맞도록 평가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며 "가능한 내신을 중심으로 선발하고, 스펙 경쟁의 비중을 낮추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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