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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 사천 vs 대전 지역 경쟁…학계 "지역 아닌 처우 경쟁해야"

등록 2023.03.21 06:00:00수정 2023.03.21 07: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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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권 의원, 우주항공청 설립 세미나…충청권 의원, '문제분석' 토론회 맞불

국정과제 명시 vs 전문가 선호 명분 대결…학계는 "우주청 위상부터 높여야"

[고흥=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2022.06.21. photo@newsis.com

[고흥=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2022.06.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정부가 한국형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 우주항공청의 연내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역구를 중심으로 '우주항공청 모시기'에 나섰다. 특히 국정과제에 명시됐다는 명분 등을 쥐고 있는 경남 사천시와 우주항공청 위상·독립성 강화를 기치로 내건 대전광역시 간의 대립이 치열하다.

지역 간의 유치 경쟁이 격화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산·학·연 측에서는 입지보다는 확실한 연구원 처우 개선, 우주항공청의 입지·위상 강화 등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일 '성공적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우주항공청특별법 세미나'를 개최했다. 우주항공청 설립 근거·기준 등을 담은 특별법이 지난 2일 입법 예고 된 이후 여야가 함께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 소속 하영제·김정호 의원은 특별법 원안 두둔…"사천이 우주항공 발원지"

눈에 띄는 점은 세미나를 주최한 두 의원의 지역구가 각각 경남 사천·남해·하동, 경남 김해라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는 이들 외에도 경남, 사천 소속의 도·시 의원들이 대거 참석하며 우주항공청의 조속한 설립 및 사천 유지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사천은 우주항공의 발원지다. 누리호가 탄생한 곳도 사천이고, 항공기 제조 분야 생산의 80%, 종사자수 70%, 사업체수 67%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를 중심으로 한 사천에 기반하고 있다"며 "사천 우주항공청은 국가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낙후된 서부 경남 전체의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어 지역균형 발전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 역시 "경남은 국내 최고·최대의 우주항공 생산 거점"이라며 "저는 항공우주산업의 메카인 경남 사천을 중심으로 (우주항공청이) 설립돼야 한다는 뜻을 담기 위해 '항공우주청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힘을 실었다.
[서울=뉴시스]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공적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우주항공청특별법 세미나'에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맨 앞줄 3번째),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맨 앞줄 4번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맨 앞줄 5번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맨 앞줄 2번째)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서울=뉴시스]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공적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우주항공청특별법 세미나'에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맨 앞줄 3번째),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맨 앞줄 4번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맨 앞줄 5번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맨 앞줄 2번째)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이날 세미나에 함께 자리한 옥주선 경남테크노파크 항공우주본부장은 "항공우주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논의됐는데,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정에 와있다"며 우주항공청의 사천 유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천에 위치한 KAI 노동조합 또한 "사천이 아닌 대전에 우주항공청이 설립된다면 사천 지역은 경제가 위축되고 고용이 상실돼 지방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국회가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정부 원안대로 조기의결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충청권 의원, '우주청 독립성 저해' 명분으로 대안입법 추진…대전 유치 힘 실을듯

이처럼 사천·경남 지역이 우주항공청 유치에 힘을 쏟는 데 이어 또 다른 과학의 메카인 대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조승래·변재일·이정문 민주당 의원 등 대전·충청 지역 지역구의 의원을 중심으로 우주항공청 특별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7인은 오는 22일 '우주항공청특별법 문제분석과 대안입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특별법에 명시된 우주항공청을 과기정통부 외청 형태로 사천에 설치한다는 내용이 우주항공청의 위상과 독립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과기정통부 산하로 설치되면 범부처, 다방면을 아우르는 우주전담기구로써의 역할을 다할 수 없다는 게 이들 의원의 입장이다.

토론회 공동 주최 의원들이 사천을 대체할 입지를 공식 언급하진 않았으나 우주항공청의 대전 유치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 등 연구기관이 소재한 대전, 과기정통부가 있는 세종 등과 가까운 곳에 우주항공청이 들어서야 업무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관 분야 전문가들이 우주항공청 입지로 대전·세종권을 선호하는 것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는 최근 발간한 '우주개발 확대에 따른 국가우주개발 거버넌스 개편방안' 보고서를 통해 우주개발 분야 전문가 67%가 우주항공청 입지로 행정부처·연구기관이 모여있는 대전·세종권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표했다고 밝혔다.

이외에 지역은 주요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응답이 16%로 뒤를 이었고, 대통령 공약사항인 사천이 8%, 서울권이 7%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계와 학계에서 입지는 주요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1.28.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1.28. [email protected]


산·학·연은 "지역적 문제 크지 않아"…권한·역량 강화 초점 둔 조직 설계 촉구

실제로 하영제, 김정호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산·학·연 관계자들은 입지가 아닌 우주항공청의 위상, 권한 강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항우연과 KAI 전신인 현대우주항공 등을 두루 거친 김해동 경상대 항공우주 및 소프트웨어 공학부 교수는 "우주항공청이 우리나라의 전 우주·항공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사천만이 아니라 마라도라도 가서 저부터 일을 할 것"이라며 "우주항공청의 위상이 나사만큼 우리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다면 지역적 문제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황진영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우주항공청 설립되면 우리도 해외 우주항공선진국과 같은 정부조직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본격적인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국책연구기관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고, 그간 축적된 민간 우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우주항공청이 설계돼야 한다. 올해 말 우주항공청 출범 전 이같은 내용들이 함께 정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의 입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는데, 그같은 문제에 앞서 우주항공청의 역량 강화 방안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세미나 좌장을 맡은 최정열 부산대 항공우주학과 교수 또한 우주항공청 입지보다는 특별법의 설계 자체에 초점을 뒀다. 최 교수는 "우주항공청이 과기정통부 외청으로 설치됐지만 동시에 국가우주위원회 간사 역할을 맡아 실질적으로 모든 부처를 조정할 수 있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아주 정교하게 설계된 법이라고 본다"며 "우주항공청 설립이 굉장히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일인데, 이번 기회가 지나면 또 얼만큼 기다려야할 지 모르는 만큼 힘을 모아서 올해 출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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