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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CEO 후보, 내정 17일 만에 사의…KT 경영 혼란 최고조(종합)

등록 2023.03.23 16:02:34수정 2023.03.23 16: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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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만남 자리서 사임 의사…주총, 대표 선임 없이 진행

리더십 공백 현실화…"여기가 민간기업 맞나" 직원들 혼란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KT 이사회가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자로 확정했다. 윤 후보자는 이달 말 정기 주총 승인까지 거치면 KT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사진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사옥에 직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2023.03.08.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KT 이사회가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자로 확정했다. 윤 후보자는 이달 말 정기 주총 승인까지 거치면 KT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사진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사옥에 직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2023.03.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KT가 리더십 공백 위기를 맞았다. 차기 대표 후보자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내정 17일 만에 물러나기로 했다. 이로 인해 KT는 경영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홍역을 치루면서 인사나 조직개편, 새해 사업 계획 등에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사령탑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성장을 위한 투자나 신사업에 대한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KT에 따르면 윤 사장은 전날 이사회에 후보자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차기 대표 후보자가 또다시 낙마하면서 이달 31일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는 대표 선임 안건 없이 열리게 됐다.

계속된 여권의 압박에…윤 사장 내정 17일만에 사의 표명

업계에서는 구현모 대표와 윤 사장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가 예고되는 등 여권의 압박이 계속되고 통신 산업 특성상 정부 규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설령 CEO에 정식 취임한다 해도 험로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사장의 사의로 인해 KT는 경영 혼란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부터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진행되면서 KT 본사는 물론 계열사 인사 및 조직개편은 올스톱 상태다. 게다가 해가 바뀌면서 준비해야 할 경영 계획은 물론 시기에 맞춰 이뤄져야 할 대규모 계약이나 신규 투자 등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KT는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디지털플랫폼(디지코)’ 관련 사업을 추진, 성장궤도에 오른 상황이었다.

KT는 경영 공백 최소화를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구 대표의 임기는 이달 31일 주총까지다.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가 선임될 임시 주총까지 현 체제를 유지할지, 대표이사 유고 상황으로 판단하고 직제 규정에 맞춰 대표 직무 대행을 선임할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질곡의 KT 대표 선임…구현모 대표 이어 윤경림 사장도 중도 퇴진

윤 사장은 KT의 차기 대표로 연임에 도전한 구현모 현 대표 다음으로 후보자로 뽑힌 인물이다. 당초 구 대표가 연임 의사를 나타내면서 KT 이사회는 심사를 통해 적격 판정을 내렸으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여권에서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지적을 받았고 두 번의 경선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구 대표는 도전을 포기했다.

이후 4명의 KT 전현직 임원을 면접 대상자로 추렸으나, 이에 대한 여권의 지적은 그치지 않았다. 여권에선 윤 사장을 포함한 면접 대상자가 추려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이권 카르텔’이라며 비판했다. 특히 윤 사장을 짚어 ‘구현모 대표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압박에도 KT 이사회는 지난 7일 여권이 지목한 윤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 윤 사장은 변화를 꾀하기 위해 대표 선임 절차와 이사회 구성에 대해 논의하는 ‘지배구조개선TF’를 꾸리고,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명문화 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검찰은 시민단체가 고발한 내용으로 구현모 대표와 윤 사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과거에도 정권 교체기 때 KT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했던 상황이 되풀이된 모양새다.

이로 인해 이달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의 표대결에 관심이 쏠렸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데다 주요 주주인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이 정권과 국민연금의 눈치로 인해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던 중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ISS는 물론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도 윤 사장을 대표로 선임하는 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면서 윤 사장 선임 가능성에 무게추가 실렸다.
 
하지만 윤 사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KT 내부에선 무력감과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민영화 된지 21년이 지났음에도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대표 선임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과, 자타가 인정하는 외압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KT 관계자는 "대표 심사만 벌써 세 번째"라며 "투명성·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선을 치러 후보자를 결정했는데, 외부에서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 되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여기가 과연 민간기업인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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