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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10억원어치 밀수 80대 국민참여재판, 징역 11년

등록 2023.04.01 10: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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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10억원어치 밀수 80대 국민참여재판, 징역 11년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가 10억원 상당의 필로폰 약 10㎏을 여행용 캐리어에 숨겨 몰래 들여온 혐의로 기소된 8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류경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81)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평결을 바탕으로 징역 11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가 원해서 이뤄진 이번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6월19일 남아공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필로폰 9.99353㎏(시가 9억9930만원 상당)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같은달 9일 공범 B씨에게서 항공권과 숙박료를 지원받아 인천국제공항에서 남아공으로 출국한 뒤 마약전달책인 성명불상의 흑인 남성으로부터 해당 필로폰이 은닉된 여행용 캐리어를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법정에서 "B씨가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줄 선물이 담긴 캐리어를 운반해달라 부탁했다"면서 "캐리어에 필로폰이 들어있는 줄 몰랐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미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A씨는 뇌성마비 환자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B씨로부터 550만달러(약 71억원)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받아 남아공에 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행용 캐리어 안에 가액 5000만원 이상의 필로폰이 은닉된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6년에도 뇌성마비 환자를 위한 사업자금을 모으기 위해 남아공에 갔다가 흑인 남성으로부터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선물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일본으로 입국한 A씨는 해당 선물에서 필로폰 2.01㎏이 적발돼 1년 동안 일본에 구금돼 수사와 재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해당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하지만, 마약류 수입 범죄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경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일본에서 석방된 이후에도 이 사건 전까지 남아공을 6번이나 더 다녀왔다"면서 "그때마다 아랍에미리트나 튀르키예, 에티오피아 등의 경유지를 거치는 복잡한 경로를 이용했는데, 이는 국제적 마약 조직들이 마약류를 밀수입하는 과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뇌성마비 환자를 직접 치료해보거나 뇌성마비 치료 연구와 관련된 경력이 없다"면서 "여러 차례 남아공을 방문했음에도 기금이 조성되거나 지원 사업이 진척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경비와 항공권을 성명불상자들로부터 모두 지원받는 등 매우 이례적인 방식으로 출국 목적이 불분명한 해외여행을 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B씨가 부탁한 여행용 캐리어에 대해 신고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반입한 물건이 없다'는 취지로 여행자 휴대품신고서를 작성했다"면서 "B씨의 부탁을 호의로 들어준 것이라면서도 B씨로부터 캐리어 전달 대가로 미화 5000달러 상당(한화 약 595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진술한 점도 모순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이 2021년 남아공에서 여행용 캐리어 2개를 가져와 중국인 청년에게 전달하고 5000달러를 받았다"면서 "피고인이 남아공 방문 때마다 캐리어 운반을 돕고 비슷한 금액의 돈을 받아온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는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므로 엄벌이 필요하다"면서 "피고인이 밀수입한 마약류의 양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은 고령으로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이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수입된 필로폰이 모두 압수돼 유통되지 못한 점, 피고인의 가족과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국민참여재판은 국민 중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형태의 재판이다. 배심원 평결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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