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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는 법 위에 있나?…또 사적제재 논란

등록 2023.06.05 16:26:38수정 2023.06.05 18: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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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의자 신상 공개

'유튜버 사적제재' 온라인 상에서 논란

"형벌이 약하다는 인식에서 전개된다"

"사적 보복은 범죄라는 인식 가져야"


[서울=뉴시스]지난 2일 사건 및 사고를 다루는 유튜버 A씨는 '부산 서면 돌려차기 강간 살인미수 사건'의 가해자 B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유튜버 A씨 채널 캡처) 2023.06.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 2일 사건 및 사고를 다루는 유튜버 A씨는 '부산 서면 돌려차기 강간 살인미수 사건'의 가해자 B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유튜버 A씨 채널 캡처) 2023.06.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찬호 리포터 = 최근 한 유튜버가 범죄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한 것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 영상이 '정의를 바로 세웠다'고 열광하지만 개인이 범죄자를 직접 처벌하는 '사적 제재'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5일 유튜브에 따르면 이슈 유튜버 A씨는 지난 2일 '부산 서면 돌려차기 강간 살인미수 사건'의 가해자 B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는 B씨의 얼굴이 나온 사진, 실명, 생년월일, 출생지, 키, 혈액형, 신체특징, 범죄 이력 등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공개된 지 3일만에 47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A씨가 공개한 '부산 서면 돌려차기 강간 살인미수 사건'은 지난해 5월 부산에서 가해자 B씨가 피해 여성을 뒤쫓아가 돌려차기를 하는 등 무차별 폭행을 가해 의식을 잃게 만든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당시 피의자 B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에 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부산 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B씨의 혐의를 강간살인미수로 변경하고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 발생 ▲충분한 증거 ▲알권리 보장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함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것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만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A씨는 B씨가 극악무도한 범죄자임에도 신상 공개가 되지 않고 있어 자신이 대신 나섰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상에서 A씨는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정말로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며 "유튜버인 내가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피해자가 평생동안 느낄 수 있는 고통과 두려움을 분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법절차에 따르지 않고 가해자의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할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 있고, 나 역시 보복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사건, 사고를 다루는 유튜버가 신상정보까지 무단으로 공개한다는 것은 '유튜버로서 도를 넘은 사적제재 행위가 아닐까'하는 우려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신상 공개에 대해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겁다. 사적 제재 논란에도 '국가가 못하면 국민이 해야지', '나라에서 잘하면 이런 일이 생기겠는가. 오히려 속 시원하다' 등 유튜버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상에서 악행을 고발하고 악인을 처벌하는 내용의 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유튜버들이 경쟁적으로 이런 '참교육' 콘텐츠에 뛰어들고 있다.

유튜버의 사적 제재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지난 2020년 격투기 선수 출신 유튜버 C씨가 아동성범죄, 성폭행 등 중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됐다 출소한 조두순에게 사적제재를 예고했던게 대표적인 사례다. C씨는 조두순의 거주지로 찾아가 그가 탄 차량을 여러 차례 발로 가격하는 행위를 벌여 '공무수행 방해죄'로 입건됐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엄연히 불법에 해당한다. 사적제재는 법치주의의 대원칙 중 하나인 자력 구제 금지의 법칙을 위배하는 행위다. 또 현행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위반시 최대 5년형의 징역형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직접 악인이나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을 허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박준영 '박준영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적 영역에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람은 '공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경제적인 보상이나 ‘자기 존재감’을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신상공개는) 공적 영역에서 공개 절차를 신중히 밟는다는 조건에서 논의가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튜버들의 사적 제재는 여론에 편승해 이득을 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지난 3일 유튜브 측으로부터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영상 수익 창출 제한 조치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A씨는 자신의 계좌번호를 공개하고 구독자들에게 후원을 요청했다. 영상 제작의 목적이 수익 창출에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인 방송인들의 활동에 대해 "의협심이 없지는 않을 거라는 것에 동의한다. 문제는 한 국가의 형벌권이라는 것은 개인으로부터 국가에 위임한 것"이라며 "처벌을 내리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인데, 형벌이 약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이런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컨대 비제이(인터넷방송 진행자)같은 이들은 사람들의 공분에 편승해 본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렇기에 사적 보복은 곧 범죄다라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중들이 유튜버들의 사적제재에 열광하는 것은 그만큼 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국민 법감정과 괴리돼 있다는 반증이다. 범죄자의 신상 공개 기준이 모호한 점도 국민의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다. B씨의 경우 상습폭행, 강간 등을 저질러 온 전과 18범으로 출소 후 3개월 만에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공권력에게 주어진 권능을 민간에 '외주화'한다고 더 공정하고 상식에 부합한 처벌이 가능할까? 유튜버가 연루된 최근의 여러 사건들은 사적 제재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으로 돌아올 위험을 예고한다.

유튜버 D씨는 마약사범을 함정으로 유인해 경찰에 신고하고 검거 과정을 중계하는 이른바 '참교육' 영상으로 인기를 끌던 유튜버다. D씨는 3개월 동안 100명의 마약 사범을 적발하는데 관여하면서 '정의구현'을 갈망하는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D씨는 현재 공갈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인터넷에 함께 마약을 투약하자고 글을 올려 마약 사범을 유인한 뒤 검거 과정을 영상으로 찍고, 이를 유튜브에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뜯으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는 한 개인이 온라인 공간에서의 인기와 영향력을 기반으로 직접 범죄자를 단죄하는 것은 물론 신상 공개 등 처벌 수위까지 결정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슈 유튜버들이 '정의'를 표면에 내세우더라도 결국에는 자극성과 수익성에 치우친 활동을 하게될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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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리포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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