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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올여름 장마, 더 세게 온다
범정부 자연재난 대책 추진

올 여름 어느 때보다 많은 비와 무더위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최근 발표한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이 매년 반복되는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기상 이변으로 갈수록 예상치 못한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함께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6일 산림청, 환경부, 기상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4년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은 산사태와 하천재해, 지하공간 침수 등 '풍수해 3대 인명피해 유형' 집중 관리를 골자로 한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경북과 전북을 중심으로 산사태 피해 사상자가 잇따른 데다 충북에서는 인근 하천 범람으로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14명이 목숨을 잃은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풍수해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총 170명으로, 이 중 75%(128명)가 이들 3대 유형에서 발생했다. 산사태 54명, 하천재해 40명, 지하공간 침수 34명이다. 문제는 올해는 예년보다 더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8월 강수량은 평년(622~790㎜)보다 비슷하거나 많겠고, 대기 불안정 및 저기압 등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들어서는 '역대 1위'를 경신하는 호우가 자주 관측되고 있으며, 시간당 50㎜ 이상 강한 호우의 발생 빈도도 기존 4~10일에서 최대 15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본격적인 장마 이전부터 집중호우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우선 산사태의 경우 사면붕괴 우려 지역 등을 집중 점검하고, 산사태 예측 정보를 현행 2단계(주의보→경보)에서 3단계(주의보→예비경보→경보)로 세분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토지 함수율(토양에 수분이 들어있는 비율)이 80%일 때 주의보, 100%일 때 경보가 내려지는데 여기에 90%일 때 발령하는 '예비경보'를 추가한 것이다. 정부는 이 경우 약 1시간의 대피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형배 행안부 자연재난대응국장은 "산사태 취약지역 대피 계획을 수립해 위험 기상이 감지될 경우 주민들이 미리 지정된 대피 장소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천 범람에 대비해서는 둔치 주차장, 하천 위 도로에 진입차단시설 180개를 추가 신설해 총 452개로 확대한다. 국가하천 중심이었던 인공지능(AI) 기반의 홍수특보 지점을 지방하천까지 포함, 기존 75개소에서 223개소로 늘린 것도 눈에 띈다. 차량이 해당 지점 인근에 진입하는 경우에는 내비게이션으로 위험을 안내할 계획이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하차도 진입차단시설 또한 256개를 추가, 총 508개로 설치한다. 또 침수 우려가 있는 지하차도에 대해서는 공무원 2명, 경찰 1명, 민간 1명 등으로 구성된 4인 담당자를 지정해 현장 통제와 관리를 강화하고, 지자체별로 달랐던 지하차도 통제 기준도 신설해 침수 깊이 15㎝로 통일하기로 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특히 올해는 지하차도에서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각 기관에서 책임지고 관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범정부 대책과 관련해 이전보다 일정 부분 개선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전반적으로 점검 대상이나 시설 등이 양적으로 크게 늘었다"며 "지난해 발생한 산사태나 하천재해, 침수 등을 주안점으로 둬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도시 침수 예보 등의 경우 전국적으로 확대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도시 침수 예보 시스템은 지난해 서울에서 올해 광주·포항·창원 3곳만 추가됐다. 호우 시 재난문자 발송도 수도권에서 전남권과 경북권만 추가된 상태다. 이 교수는 "도심 내 침수는 굉장히 좁은 지역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가급적 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해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최대한 전국적으로 예측·알림 체계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이상 기후로 갈수록 기상 예측이 어려워지고, 강도까지 심해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점은 '변수'다.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비나 더위가 온다면 어느 정도 대비가 돼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지만, 전년보다 더 심한 재난이 발생한다면 대비를 충분히 했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강수와 함께 올해 여름철 기온은 평년보다 높고, 7~8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0년간 폭염 일수는 14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폭염 발생 시작일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와 사망자는 지난해 각각 2818명, 32명으로 2020년 이후 매년 늘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실행 주체인 각 지자체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은 대전보건대 재난소방건설안전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예산을 편성할 때 방재 쪽 예산이 미흡한 곳들이 많다"며 "낙석 사고 등 재해가 계속 발생한 지역은 예측이 가능한 만큼 지자체들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10월15일까지 풍수해 대책 기간, 9월30일까지 폭염 대책 기간을 운영하고 지자체의 추진 상황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다만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공적인 영역에서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최근의 재난은 굉장히 급변하는 만큼 개개인도 여러 재난 상황에 맞게 행동 요령 등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며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괜찮겠지'라는 마인드로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빗물받이에 버렸다가 역류돼 침수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라며 "산불과 같이 여름철 자연재난에 대해서도 예방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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