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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모녀→형제'로 경영교체…상속세 어떻게?

등록 2024.05.19 09:01:00수정 2024.05.19 09: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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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단독대표 체제로

상속세 마련 총력…지분 매각설은 부인

한미약품 대표 오르면 조직개편 나설듯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한미사이언스 임종윤·종훈 사내이사. (사진=임종윤 사내이사 측 제공) 2024.04.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한미사이언스 임종윤·종훈 사내이사. (사진=임종윤 사내이사 측 제공) 2024.04.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가 '화합'을 표방한지 한달여만에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형제 경영'을 본격화했다. 불편한 동거를 포기하고 경영 효율화를 통한 'NEW 한미' 건설에 집중한다는 의지다. NEW 한미를 위해 꺼야 하는 가장 급한 불인 상속세 재원 마련에 시장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송영숙 회장과 차남 임종훈 공동 대표이사 체제에서 임종훈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송영숙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이사에서 해임되고, 사내이사직만 유지하게 됐다. 한미사이언스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시를 통해 설명했다.

지난달 4일 이사회에서 신임 임종훈 대표와 기존 송영숙 대표의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하며 가족 간 화합 의지를 밝힌 지 한달여만이다. 경영권 분쟁 후 처음 열린 이사회에서 가족 간 협력을 토대로 새로운 한미를 경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미 오너일가는 올 1월부터 '한미-OCI그룹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에 임종윤·임종훈 장·차남이 반대하며 갈등이 본격화됐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주주제안 등 갈등과 반목 끝에 지난 3월28일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사내이사 등 5명의 이사 선임 주주제안이 통과했다. 고 임성기 회장 정신을 계승해 그룹 정상화에 힘 쏟겠다고 강조한 장·차남이 이사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며 경영권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모녀의 한미-OCI그룹 통합 계획은 무산됐고, 차남은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올랐다. 장남 임종윤 이사는 내달 18일 임시 주총을 통해 한미약품 대표이사에 오를 예정이다.

이날 임시 주총 후 임종훈 대표는 취재진들에게 "한미그룹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다"며 "여러 측면에서 회사 발전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상속세 총알 마련에 총력

이번 경영진 재정비 후 임종훈 대표와 임종윤 사내이사는 시급한 상속세 총알 마련에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장·차남과 모녀 등 4명은 남은 2600억원 상당의 상속세 미납분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700억원 규모의 3차 납부 기한은 지난 3월이었으며 오너 일가는 이달까지 납부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상환해야 하는 주식담보대출도 5300억원 가량이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추진됐던 OCI 통합이 불발됐기에 온전히 다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재원 마련을 위해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고 있다. 여러 차례 해외 사모펀드에 대한 지분 매각 협상설도 나왔지만 정작 임종윤 이사는 부인하는 상황이다. 임종윤 이사 측 관계자는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유치하지 않는다는 게 임종윤 사내이사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대표 오르는 즉시 조직 개편 나설 듯

형제가 그리는 뉴 한미를 어떻게 체계화할지도 주목된다. 두 사람은 3월 주총 전부터 1조원 투자 유치, 1조원 순이익 달성을 통한 시총 50조원 그룹에 진입하는 뉴 한미를 제시해왔다. 새로운 사업 모델로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사업(CDMO)을 제시했고,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모델도 언급했다.

내달 임시 주총·이사회를 통해 임종윤 이사가 한미약품 대표에 오르면 곧 조직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미약품을 ▲제조사업부 ▲국내사업부 ▲마케팅사업부 ▲개발사업부 ▲국외사업부 등 5개 사업부와 1개의 ▲연구센터로 운영하는 '5+1' 체제 전략을 제시했다.

임주현 부회장은 연구센터를 담당, 신약 개발에 주력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5+1 체제는 실적 위주의 사업구조로 재편해 순이익률 3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모든 사업부 임원을 마치 영업사원처럼 직접 발로 뛰며 성과를 내자는 취지로, 향후 한미약품 성장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격변의 시기를 맞은 한미그룹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미그룹의 전직 임원은 "상속세 해결을 위해 외부세력이 들어온다면 신약 개발 투자를 뚝심있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 염려 된다"며 "외부 세력이 경영에 참여하면 단기간 회사를 되파는 데 집중하며 장기 사업을 소외시킬 수 있다. 형제가 잘 봉합해 갈 것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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