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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쟤가 내 SNS 문구 '손민수'했네"…짧은 문장, 저작권 보호받을 수 있을까?[법대로]

등록 2024.05.1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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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강아지 모양' 만화 제목 저작권 보호 못 받아

법원 "독창성 인정 어렵고 보전 필요성 소명 안돼"

[서울=뉴시스] 법원 로고. 2024.05.1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법원 로고. 2024.05.1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내 머릿속에서 나온, 내가 고심해 만든 명문(名文)을 누군가 따라 했다. 짧은 문장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부장판사 임해지)는 원작자 A씨가 B씨와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신청을 지난 3월14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A씨가 2020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반려견과의 일상생활을 주제로 한 만화를 게시하면서부터였다. A씨는 이듬해 그 만화에 '사랑은 강아지 모양'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80여회를 연재했다.

이를 본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이용자 B씨는 2022년 9월께부터 자신의 페이지에 '사랑은 분명 강아지 모양일 거야'라는 항목을 만들어 유기견의 임시보호·입양을 주제로 한 글을 게시했다.

이후 출판업체 운영자인 C씨는 2023년 11월30일 자신의 사업체를 통해 B가 연재한 글을 묶고, '사랑은 분명 강아지 모양일 거야' 문구의 도서를 발행했다.

A씨의 눈에는 이 정황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손민수'(다른 사람의 취향을 모방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신조어) 행위로 보였다.

A씨는 '사랑은 강아지 모양' 문구에 관한 저작인격권과 배포권 침해, 부정경쟁행위 등을 이유로 B씨와 C씨를 상대로 해당 제호의 사용 금지, 이 제호를 사용한 도서의 판매와 홍보 중지 등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며 A씨의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만족적 가처분을 발령할 정도로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짧은 문장으로 이뤄진 제호 저작물의 인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재판부는 A씨의 저작인격권 및 배포권 침해 주장과 관련해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저작물은 문학·학술·예술에 속하는 것으로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단순한 서적의 제호는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했다.

짧은 문장이나 제호를 저작물로 인정할 경우 오히려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위축돼, 당초 저작권법의 목적인 '문화 산업의 향상 발전'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또 ▲'사랑은 강아지 모양'이라는 문구는 '사랑', '강아지', '모양'이라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를 어순에 따라 구성한 문장이므로 그 표현형식이 독창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사랑'이라는 감정을 '구체적인 형태'에 비유하는 것은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점을 들어 "이 사건 문구가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1호의 '어문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부정경쟁행위 주장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제출된 소명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문구가 채권자의 '상품 표지'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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