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핫이슈]'건보개혁' 패배한 트럼프 '에너지독립' 행정명령

지난 3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되는 기후 변화 규제를 철회하는 '에너지독립' 행정명령에 서명해 6개 이상의 환경규제를 철폐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철폐하고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 서명은 미국의 에너지 규제를 없애고 정부의 간섭을 중단하고 일자리를 죽이는 규제를 취소하는 역사적인 조치"라며 "'석탄 전쟁'과 '직업을 없애는 법'에 종지부가 찍혔다"라고 주장했다.
백악관도 이 행정명령이 미국의 에너지독립을 증가시키고, 석탄채굴금지로 직업을 잃은 수천만 명이 일자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호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며 오바마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에너지독립' 행정명령을 공개한 시점이 트럼프케어(ACHA·미국건강보험법)하원표결이 좌절된 지 일주일도 안됐다는 점에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3월 24일 오후 3시께 트럼프는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의 통화에서 "궁극적으로 법안을 철회하라"고 요청했다. 하원의 반대로 법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아예 철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자신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던 오바마케어 폐기·개혁에 실패했다는 소식에 주요 지지층마저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은 광산과 제조업 분야에 일하며 트럼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백인 노동자층을 공략하는 '에너지독립' 행정명령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또 다른 골칫거리를 끌어안게 됐다. 환경단체들이 소송 등 법적 대응에 착수한 것이다.
미국 내 비영리 환경단체 연합인 '자연자원보호위원회(NRDC·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정부업무 부문 관리 책임자인 데이비드 골스턴은 "트럼프에 투표한 다수의 사람들도 그에게 바라는 일이 이런 것(환경규제 행정명령 폐지)은 아니다"라며 "기후변화 규제는 미국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골스턴은 또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으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주장은 근시안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키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에너지독립 행정명령으로 환경규제들이 철폐되면서, 파리협약에서 약속한 탄소 배출량 감소 목표치를 지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195개국이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주도한 국가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규모 세계 2위이다.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25년까지 2005년 탄소 배출량에서 26%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에릭 솔하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기후 변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인 지금은 어느 나라도 변화를 시작할 때가 아니다”면서 “과학은 더 강하고 더 야심 찬 약속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준다”고 말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그랜탐 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에이제이 갬브히르 연구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 폐지로 에너지 업계가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매우 중요한 시그널이 사라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 역시 트럼프 행정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서한에서 "미국이 협약의 한 구성원으로 남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행정명령에 파리협약 탈퇴는 거론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파리협약 잔류 여부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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