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무력사용 우려"

【모스크바=AP/뉴시스】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만나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7.04.12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독자적인 무력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하기 위해 미사일 공격을 가한 행위를 비난하면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분명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미국정부 관계자들의 말이 제각각이어서 큰 혼선을 빚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가 당신의 입장과 미국의 입장, 당신 행정부의 진정한 의도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아사드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니키 헤일리 주 유엔 미국대사는 지난 9일 CNN 방송 시사프로그램 '스테이트 오브 디 유니언'에 출연해 "아사드가 권좌에 있으면 정치적 해결의 선택지가 없다. 아사드가 있으면 평화롭고 안정된 정부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을 제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헤일리 대사는 앞서 5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옹호하는 일관되고 잘못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러시아의 (아사드 정권에 대한)옹호 앞에서 죽어가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같은 날 ABC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아사드 대통령의 운명은 시리아 국민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아사드 정권의 교체 문제까지는 나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의 우선순위는 여전히 이슬람국가(IS) 격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의 이런 견해차와 관련해 라브로프 장관은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아사드 정권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대해 많은 의문을 지니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쌍무적 관계 혹은 국제적 어젠다에서 매우 모호하면서도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라브로프 장관은 틸러슨 장관이 전날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담에서 행한 발언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날렸다. 틸러슨 장관은 이탈리아 루카에서 열린 G7 외교장관 회담 마지막 날인 11일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함께 아사드 정권에 대적해 싸울 것인지 아니면 아사드 정권과 함께 할 것인지 양자택일해야 한다"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라브로프 장관은 이와 관련 “잘못된 선택사항들(wrong choices)” 이라면서 미국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와 미국이 양국 간 모든 문제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틸러슨 장관의 방문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 테러리스트 전선 구축 등 양국 간 협력이 가능한지를 솔직하게 전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틸러슨 장관이 시리아 뿐 아니라 리비아와 예멘,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군축문제 등에 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설명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을 누구보다도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시절부터 친 러시아적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1월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 이상의 리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을 “의심 없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시리아 문제를 둘러싸고 불화를 겪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9명의 민간인을 살상한 화학무기 공격을 주도한 인물로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응징하기 위해 7일 시리아 동부해상에 있는 해군 구축함 USS포터 함과 USS로스 함에서 시리아 중서부 지역에 위치한 알 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향해 60여 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국영 미르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시리아 공군기지 미사일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거듭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시리아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어디 있나. 어디에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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