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만 7000개인데…가짜뉴스 유포해도 수사 제외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박영수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2017.03.24. since1999@newsis.com
'문재인 비방글'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수사 대상
'태극기 집회' 가짜뉴스 매체는 경찰이 직접 손 못대
전문가들 "선거 끝나면 해당 언론사들 흐지부지 사라질 것"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대선을 앞두고 양산되는 '가짜뉴스'에 대해 경찰 등 관계기관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유포 주체가 정식 등록 언론사인 경우에는 아예 수사 대상에 올리지도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5일 "언론사로 정식 등재된 곳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가짜뉴스를 수정하도록 권고 조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짜뉴스란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뉴스처럼 보이지만 사실이 아닌 조작된 내용으로 구성돼 독자를 현혹시키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포된다.
인터넷상 출처 불명의 '받은 글'들이 가짜뉴스로 퍼지고 있는데 정식 언론사로 등록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언론사 등록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다.
2015년 말 기준 통계청에 등록된 일간지·통신·주간·인터넷신문 등 정기간행물(언론사)은 1만8712개다. 이중 인터넷 신문으로 분류된 매체만 무려 6650개에 달한다. 현재 7000개 안팎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영수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에게 가짜뉴스를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2017.03.24. since1999@newsis.com
경찰은 실제 언론보도 뺨칠 정도로 가짜뉴스의 형식이나 유포 형태가 갈수록 정교해지고 확산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점 등에 주목해 지난달부터 '가짜뉴스 전담반'을 설치, 운영 중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기간에 맞춰 가짜뉴스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공직선거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기조 아래 특정인에 대한 의도적이거나 반복적인 명예훼손 행위, 허위·악의적 가짜뉴스 제작 및 유포행위 등에 집중 단속을 벌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에는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방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신 구청장은 150~500명 상당이 참여한 단체대화방에서 '놈현(노무현)·문죄인(문재인)의 엄청난 비자금', '문재인을 지지하면 대한민국이 망하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다'라는 글을 게재한 혐의를 받는다.
이처럼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의 경우 경찰이 내사 및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하지만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유포한 주체가 정식 등록된 언론사인 경우에는 그게 아무리 군소매체라도 얘기가 달라진다.
예컨대 친박(친박근혜) 단체가 진행하는 태극기 집회에서 무료 배포된 신문을 만드는 언론사가 정식 등록된 매체라면, 가짜뉴스를 유포하더라도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지난 1일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친박(친박근혜)단체 사이에서 오가는 가짜뉴스 문제를 다뤘다. 친박 단체 구성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파면되고, 지난달 31일 검찰에 의해 구속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배경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7일 페이스북에서 박영수 특검이 1999년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17.2.8. (사진 =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캡처) afero@newsis.com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헌법재판관들에게 200억원을 뿌려 탄핵이 인용되게 조작했다'는 내용은 "신문에서 봤다"며 사실로 알고 있었다. 이 내용은 매주 태극기 집회에서 몇만 부씩 무료 배포된 신문에 담긴 것이었고, 해당 신문은 탄핵 정국 무렵 창간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식 언론의 보도이기 때문에 우선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수정, 해명 등의 조치가 우선된다"며 "이와 별도로 피해자 측에서 명예훼손 및 모욕, 업무방해 등으로 해당 언론사를 고발한다면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 등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등록된 언론사라 하더라도 엄정하게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등록된 언론사라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악용해 정치적으로 선동하거나 호도하는,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다"며 "경찰과 언론중재위원회가 협의해 어떤 식으로 이런 언론사를 심의하고 문제 발생 시 어떻게 처벌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물쩍하다가는 선거가 끝나고 해당 언론사는 흐지부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가짜뉴스의 심각성에 비추어 가이드라인과 처벌 적용 등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유포된 콘텐츠가 허위사실, 가짜뉴스임이 명백하고 선거 시기에 명예훼손 등을 목적으로 유포됐음을 입증하면 공직선거법상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며 "언론중재위원회 차원을 넘어 경찰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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