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근거 보고서 공개하라"

"의사진행 업무 지장 없어…국민의 알권리 등 확보"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법원이 지난해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하면서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한 근거가 된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하태흥)는 참여연대가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테러방지법 심사기간 지정 관련' 문서를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정 전 의장은 당시 국정원장에게 안보 상황과 법안 필요성 의견을 들었고 법률자문을 거쳐 직권상정 요건이 충족됐다고 판단, 지난해 2월23일 국회법상 심사기간을 지정했다. 이 문서는 그 과정에서 국회사무처가 작성해 보고했다.
재판부는 "문서에는 국가비상사태 정의 및 국내외 상황, 법무법인의 상반된 의견 등이 적혔고 문서 작성자의 의견이나 판단은 포함돼있지 않다"며 "국회법상 국가비상사태 판단 절차가 따로 있지 않아 의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결국 스스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서가 공개돼도 장래에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 같은 서류 작성이나 의장의 의견수렴·판단 등에 영향이 있거나 의사진행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반면 국민의 알권리,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 이익은 확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정 전 의장은 2015년 말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다고 했다가 이 문서를 보고받고 태도를 바꿔 직권상정 했다"며 "상당수 국회의원이 표결을 저지하고자 필리버스터를 했고 여론에서도 국정원에 감청·계좌추적권을 주는 테러방지법의 직권상정을 두고 절차적 정당성 등 논란이 일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참여연대가 함께 청구한 '기타 판단자료 일체'는 너무 포괄적이고 막연해 그 내용과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전 의장은 지난해 2월23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을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심사기간을 지정했다. 이후 테러방지법은 지난해 3월2일 가결돼 다음날 공포됐다.
당시 참여연대는 "정 전 의장이 테러방지법 지연을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한 근거자료 일체를 공개해달라"고 청구했지만, 국회 사무총장은 "정보공개법상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는 등 비공개 사유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소송을 냈고, 그 과정에서 판단 근거가 된 "법률자문보고서 및 기타 판단자료 일체를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3월 법안이 가결돼 더 이상 의사결정 과정에 있지 않고 공개될 경우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도 않는다"며 "정보 공개로 인해 국민의 알권리 등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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