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측, 최순실-고영태 내연관계 주장…탄핵심판 본질 호도 비판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01.23. [email protected]
고영태 '주장' 믿기 어렵다는 점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
법조계 "본질 호도 수준 떨어지는 신문 자제해야" 지적
【서울=뉴시스】김승모 나운채 기자 = 박근혜 대통령 측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더블루K 전 이사인 고영태씨가 내연관계였다가 둘 사이가 틀어지면서 국정농단사건이 불거졌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최씨와 고 전 이사의 사적관계를 부각시켜 비선실세를 두고 국정을 농단해온 박 대통령 탄핵심판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무리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의 이같은 주장은 지난 16일 열린 5차 변론에서 최씨가 "고씨가 이 정권 끝날 무렵에 게이트를 터트리겠다며 협조해서 도와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달래가면서 도와줬는데. 결국 더블루K와 (게이트가) 연결됐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고 전 이사의 발언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을 이런 식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은 증인으로 나온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을 상대로 최씨와 고씨가 내연관계였음을 확인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 측은 차씨에게 "검찰에서 최씨와 고씨가 어떤 관계냐는 질문에 내연관계라고 말했다"며 맞는지 확인을 구했다.
"그렇게 추측된다고 말했다"는 차씨의 대답이 나오자 "추측이 된다고 말한 게 아니고 '(내연관계)였습니다'라고 진술했다"고 재차 확인을 구했다.
하지만 차씨는 "검찰 조사받을 때 기억이 나는데 제 개인적으로 제가 느낄 때는 그리 생각한다고 했었다"고 단정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 측은 차씨가 검찰 조사에서 밝힌 진술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 측은 "2014년 7~8월께 청담동 레스토랑에 가보니 고씨와 최씨가 함께 아침을 먹는데 둘이 딱 붙어서 먹는 것을 보고 내연관계를 의심하게 됐다고 진술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차씨는 "그때 분위기가 정상적이진 않았다"며 "약간 일반적인 상황으로 안 보였고 (당시) 제가 느낀 것을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 신문을 마치고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2017.01.16. [email protected]
차씨는 박 대통령 측이 "2014년 9월께 최씨가 매우 화를 내며 고씨 집에 갔는데 젊은 여자가 자고 있었다"며 "그 여자가 오히려 (최씨를 가리켜) 아줌마 누구냐고 그래서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고 얘기했다. 고씨도 차씨에게 최씨가 1억원을 갖고 나갔다면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 것이 맞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이에 박 대통령 측이 "양측 입장을 듣다보니 자연스레 두 사람이 연인 사이에서 한쪽이 바람을 피우다 걸린 전형적인 다툼 모습을 보이기에 내연관계로 확신한 것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그렇게 생각했단 것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은 "차씨와 고씨가 단둘이 있을 때 (고 전 이사가) 정말 죽고 싶다고 얘기했었다는데 최씨와 돈 때문에 성관계를 가져야 하는 것에 대해 토로하는 느낌을 받았느냐"고도 질문을 던졌다.
차씨는 "(토로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을 정확히 제 입으로 안 했다"면서 "고씨가 저를 만나면 눈물을 글썽이며 저한테 '죽고싶다'고 말해 왜 그렇게 힘들어하냐고 물으니 뭔가 얘기하려는 데 못하고 계속 그런 게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봤을 때는 최씨하고 고씨가 싸워서 헤어지고 최씨가 고씨 집에 갔다가 그런 광경을 보면서 싸우고 헤어지면서 혼자 그렇게 생각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고씨가 그리 힘들다고 했던 게 최씨하고 그런 관계였었나보다 라고 제가 생각한 것"이라며 단정하지 않았다.
차씨는 박 대통령 측이 "둘 사이에 나이 차이가 아주 많이 난다"며 "내연관계 유지해주는 것은 돈 때문이었나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면서도 "그런데 잘못하면 저도 위증이 된다. 제가 눈으로 보거나 한 건 아니고 두 사람의 당시 상황을 보면서 제가 느낀 감정을 검찰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차씨는 박 대통령 측이 '둘이 언제부터 사귄 것으로 아느냐'는 재차 질문에도 "두 사람이 사귄다는 것은 확신을 갖고 말 못한다"며 내연관계를 기정사실화 하지는 않았다.
법조계 한 인사는 "박 대통령 측이 국정농단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마치 최씨와 고씨가 사랑싸움을 하다가 관계가 틀어져서 불거진 파편 정도로 몰아가려는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도 기가 막히는데 탄핵심판에 임하는 박 대통령 측의 수준 또한 너무 한심해서 말을 잊게 한다. 본질을 호도하려 하더라도 수준을 좀 높이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해주고 싶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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