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조화, 장관 조문도 사양…절제된 文대통령 모친상(종합)
차분하게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원칙 고수
정당 대표와 총리 등의 경우 예외적으로 받아
靑 직원들 조문과 현장 파견도 엄격히 제한
【부산=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두 손을 모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19.10.30.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 안호균 기자 =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는 30일 사회 각계의 애도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전날 발표한 대로 외부 인사의 조문과 조화를 사양하고 차분하게 '가족장'을 치르겠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고인의 빈소는 남천성당 내 추모관에 마련됐다. 성당 내 출입은 가족들과 신자들로 철저히 제한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인사들의 조문과 조화는 대부분 반려되고 있다.
이날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낙연 총리, 국무위원 일동'이라는 문구가 적힌 조화를 보냈지만 반려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보낸 조화를 실은 트럭도 성당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전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보낸 근조기도 반입되지 않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빈소를 찾았다가 되돌아갔다. 김 의원의 경우 전날 저녁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성당에 왔지만 조문을 하지 못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의 경우 성당 안까지는 들어왔지만 조문은 하지 못하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조문을 하러 왔다가 되돌아갔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30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서 전 국무위원 일동이 보낸 조화가 되돌아가고 있다.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과 가까운 참모들도 성당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참여정부 때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전날 오후 빈소를 방문해 문 대통령을 잠시 만났지만 조문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까지 문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수행했던 조한기 전 1부속비서관도 빈소를 찾았으나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간혹 빈소를 찾아와 조문을 하고 싶다고 문의하는 일반 시민들도 있지만 대부분 문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남천성당 앞에 찾아온 한 시민은 "사저 바로 옆에서 산다. 미사도 드리고 조문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호처 관계자는 "가족장으로 하기로 했다. 유족의 뜻이라 이해 부탁드린다. 정부 인사들도 다 돌아가셨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시민은 조문은 하지 못하고 성당에서 일반미사만 보고 돌아갔다.
일각에서는 북한 측에서 조의를 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청와대는 그럴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문은 가족들에 한해서만 받고 있다. 5부 요인이나 외국 사절이 와도 정중하게 사양한다는 방침"이라며 "북한의 조화 등도 얘기 나온 게 없다"고 말했다.
【부산=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찾은 7대 종단 지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19.10.30. [email protected]
종교계 대표들과 문 대통령과 가까운 종교인들의 경우 일부 조문이 허용됐다.
손삼석 천주교 부산교구장 등 7대 종단 대표들은 이날 오전 9시55분께 빈소에 입장했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송기인 신부도 따로 조문을 하러 왔다.
정당 대표들과 국무총리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조문을 받기로 했다.
천주교 신자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께 부인과 함께 남천성당을 방문해 미사를 보고 빈소를 조문했다.
정 대표는 "조문을 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훌륭한 어머니를 잃으셔서 상심이 크시겠다고 말씀드렸다. 문 대통령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어제 부음 얘기를 듣고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간다고 얘기하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19.10.30. [email protected]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오후 1시20분께 빈소에 도착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 31일 조문을 하고 장례 미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총리는 이날 오후 4시께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어머님의 신앙에 따라 천주교 의식으로 가족과 친지끼리 장례를 치르려고 한다"며 "많은 분들의 조의를 마음으로만 받는 것을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서도 조문을 오지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정을 살펴주실 것을 부탁드리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청와대 직원들의 조문과 현장 파견도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대변인 등 주요 직원들도 오지 못하게 하고 필수 인원만 오게 했다"며 "1부속비서관, 2부속비서관, 총무비서관, 경호처장 등만 와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인의 장례는 31일까지 3일장으로 치러진다. 장례미사는 31일 오전 10시30분 남천성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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