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또 낮춘 올해 성장률 전망치…"대내외 불안요인 산적"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7년 제1차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2017.01.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낮췄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에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13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5%로 0.3%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월 이후 4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하게 됐다. 한은은 지난해 1월에는 3.2%의 전망치를 내놨지만 이후 4월 3.0%, 7월 2.9%, 10월 2.8%로 계속 낮췄다.
정부와 한은의 예상대로라면 지난 2014년 3.3%였던 우리 경제성장률은 2015년 2.6%로 떨어진 뒤 지난해(2.7%)와 올해까지 3년 연속 2%대에 머무르게 된다. 3년 연속 2%대 경제성장률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0년 이후 사상 처음이다.
또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앞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전망치보다도 낮다. 정부는 앞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6%로 낮춘 바 있다.
다만 한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기관보다는 같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 한국금융연구원 2.5%, 산업연구원 2.5%, 나이스신용평가는 2.4%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이들보다 더 낮은 2.2%로 보고 있다.
이는 수출 여건 회복 등 국내 경기에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는 점 등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경기지표들도 예상보다는 준수한 결과를 내보였다. 우리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는 수출은 전년 대비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며 새해 첫 출발을 알렸다. 관세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1월 1~1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액은 11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7% 증가했다.
11월 산업생산도 전월에 비해 1.6% 증가하며 3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자동차 파업 종료,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영향이 약화되고 광공업(3.4%)과 건설업(6.4%) 등에서 생산이 늘면서 지난 5월(2.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수출지표가 호조를 보여주면서 국내 경기의 절벽 리스크를 완화해줄 분위기"라며 "수출단가와 글로벌 경기, 글로벌 투자 사이클 회복과 환율효과 등으로 국내 수출경기 회복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하방리스크가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과 유럽의 대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고,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정책금리가 내년과 2018년에 각각 3회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추가적인 시장금리 상승과 미 달러화 강세 등으로 신흥시장국으로부터의 투자자금 이탈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대내적으로도 탄핵정국에 따른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고병원성(H5N6형)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특히 민간소비와 그간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건설투자마저 지난해 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2.4%에서 2.0%로, 건설투자 증가율은 9.1%에서 1.8%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LG경제연구원은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국내경제의 장기성장 저하 우려가 커지면서 주택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착공된 물량들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어지겠지만 신규 분양이 줄어들면서 건설투자 증가율은 평년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가 상승이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떨어뜨려 내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경제주체들의 소비 및 투자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한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경기의 하방리스크는 점차 확대되는 국면"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더해 일본은 여전히 회복세가 미약하고 중국 위안화 절하와 외환보유고 감소 우려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한국이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짚었다.
이어 "대내적으로도 최소 1분기 내 탄핵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내수 소비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구조적인 고령화와 가계부채 증가, 고용 악화, 김영란법 등도 여전한 소비 제약요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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