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무역 전쟁' 총성…韓경제 '초불확실성' 시대로
환율조작국 지정 등 美中 싸움에 유탄맞나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상대로 취임사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모든 무역과 세금, 이민정책 , 외교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은 미국인 노동자와 미국인 가정의 이익을 위해 이뤄질 것이다" "다른 나라의 유린으로부터 우리의 국경을 지켜야 한다" 고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재협상 거부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폐기하겠다"며 "무역협정 위반 국가에 철퇴를 가하겠다" 등의 말로 이를 더욱 구체화했다.
한마디로 트럼프발 글로벌 무역전쟁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그 동안 다른 나라에게 빼앗긴 미국의 부, 미국민의 일자리를 되찾아 올 것을 강조하며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높이 든 트럼프의 공식 등장은 세계경제에 큰 위협요인이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경제에도 큰 위협요인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로서는 G2의 충돌 가능성이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점이다.
◇G2통상전쟁, 환율조작국 지정 등 변수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면서 우리나라의 부와 힘, 자신감을 상실했다"며 "다른 나라들이 우리 제품을 만들고 우리 기업을 훔치고 우리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과 멕시코 등을 겨냥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기존 무역협정을 재협상하겠다"고 밝힌 것은 차치하고라도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이 본격화될 경우 우리가 입는 피해는 만만찮다.
내수보다는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의 경우 보호무역주의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경우 타격이 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 동안 세계 각국이 추진했던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축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중국을 정조준할 경우 우리나라 교역의 핵심인 대(對)중국 수출도 휘청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그만큼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도 곤란한 점이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같이 끌려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현재 환율조작국보다 한 단계 낮은 '관찰대상국'이다.
◇정부, 고위급·민간채널 동원해 공식 접촉 시작
우리 정부도 미국 신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에 따라 우리 경제 전반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미국 대선에 따른 주요 동향' 보고서를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우리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미 FTA는 우선 과제는 아니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라 이슈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와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4월 초까지 고위급 채널, 민간 채널 등을 활용해 신정부 및 의회와 전방위 공식 접촉을 할 계획이다.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우리 입장이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4월 이후 신정부 정책이 보다 구체화돼 집행이 시작되는 단계에 접어들면 미국 측이 제기하는 이슈와 강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 10일 한국경제설명회를 계기로 미국 뉴욕을 방문해 월가의 글로벌 금융계 인사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진 바 있다.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회장과 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 회장과의 면담이 연이어 이뤄졌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교하면 탄핵 정국으로 리더십에 공백이 생긴 상태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시의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인사를 특임대사로 임명할 계획이다. 국제금융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직 고위공무원 서너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대외경제정책방향 수립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해외 인프라 수주를 늘리기 위해 특임대사 임명 등 외교력과 민관합동역량을 총동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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