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목동·중계동 '서울 3대 학군지' 전세시장도 꽁꽁
신학기 앞 수요 느는 '학군 특수' 실종
고금리에 월세 선호...전세 매물 쌓여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정부의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차갑다. 최근 집값 하락과 함께 전셋값도 크게 떨어지며 '역전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2023.01.29. livertrent@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3/01/29/NISI20230129_0019723773_web.jpg?rnd=20230129160534)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정부의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차갑다. 최근 집값 하락과 함께 전셋값도 크게 떨어지며 '역전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2023.01.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2년 전 거래가보다 떨어진 전세 매물이 많아졌어요."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장주로 통하는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보통 이 시기에는 전세 문의가 빗발치는데, 문의 전화 한 통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전세 호가를 수억원씩 내리고 있지만, 실제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예년 같으면 학원이나 학군 등 교육 환경이 좋은 강남으로 이사 오려는 세입자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전셋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매년 수능 이후 학원 등 좋은 교육 환경과 학군을 찾는 이사 수요로 특수를 누렸던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이른바 '서울 3대 학군지'도 역전세난을 피하지 못했다. 수능 이후 부동산 시장에 불었던 '학군 특수'가 사실상 사라졌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이사하려는 학군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 강세를 보이는 지역에서조차 역전세난을 걱정할 만큼 전세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특히 '전세 불패' 지역으로 꼽히는 대치동 아파트 단지들의 전세 호가가 이전 거래가 비해 2~3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전세 매물 적체 현상이 뚜렷하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날 서울 전세 물량은 총 5만2914건으로, 지난해 11월(4만7372건)과 비교해 11.6% 증가했다. 자치구별로 강남구 33.1%(집계 8803건), 양천구 21.7%(2323건), 노원구 10.2%(3203건) 늘었다. 통상 수능 이후 학군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 거래가 급증하지만, 최근에는 거래가 끊기면서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또 해당 지역 아파트 단지들의 전셋값 하락세는 가파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9㎡)는 지난달 31일 4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앞서 지난해 9월17일 8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빠졌다. 또 목동 '목동신시가지6단지'(전용면적 96㎡)는 지난달 8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2년 전 평균 전세가 대비 2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에선 서울 주요 지역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역전세난 더욱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주택 수요가 늘어난 데다, 매물까지 급증하면서 시세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1·3 규제 완화 대책으로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고, 신규 입주 물량 증가도 한몫하고 있다. 이달 서울에선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와 흑석리버파크(1772가구) 등의 대단지를 포함해 6303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는 연내 가장 많은 공급량이다.
전문가들은 학군 수요가 있는 지역이라도 전셋값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는 대규모 단지가 입주 예정으로, 주변 지역 주택 임대차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 환경 등 입지 조건이 좋은 지역이더라도 고금리로 시작된 역전세난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대출 금리가 7%대에 육박하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고, 전세 매물이 증가하면서 전셋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거주 의무 폐지와 신규 입주 물량 증가로 전셋값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