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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한복입은 발레, 이러다 대중·세계화할라, UBC '춘향'

등록 2018.06.10 14: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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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한복입은 발레, 이러다 대중·세계화할라, UBC '춘향'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발레 춘향'은 증명한다. 창작발레의 대중화·세계화가 요원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4년 만인 9, 1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 '발레 춘향'을 단순히 '한류 발레'라고만 하기에는 부족하다.



옛날얘기 '춘향전'을 줄거리의 뼈대로 삼고, 패션디자이너 이정우씨가 한복을 모티브로 삼은 의상을 선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한국적인 색깔로 치장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발레 본연의 심장을 달고 이 장르의 새로운 몸짓을 펼쳐 내보였다.

춘향과 몽룡의 2인무는 황홀한 사랑의 찬가였다. 극중 연인들처럼 사랑의 격정, 아픔, 그리움, 그리고 환희에 이입된 객석은 내내 발을 동동 굴렀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발을 굴렀다) 
 
춘향·몽룡이 치르는 초야의 긴장과 설렘, 몽룡 부친의 반대로 맞이하는 이별의 절절함, 특히 역경 끝에 만난 두 사람이 2막 마지막에 선보이는 '해후 2인무'는 머뭇거리다 단호히 일어서는 사랑의 감정을 대변했다. 먹먹해진 관객들의 심장박동 소리가 투명하게 들려왔다. 



춘향과 몽룡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에 대한 관객의 몰입은, 이야기를 잘 알아서가 아니었다. 안무를 맡은 유병헌 예술감독이 줄거리에 톱니바퀴처럼 맞는 발레 동작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고급 예술이 관객들의 품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해후의 2인무에서 춘향의 환희와 원망, 몽룡의 미안함과 그리움은 몸의 상승과 하강을 수시로 오가며 표현된다. 지도의 등고선이 떠오른다. 지표의 높낮이와 기복을 나타내는 곡선이다. 발레의 새로운 지도가 여기에 있었다.

[리뷰]한복입은 발레, 이러다 대중·세계화할라, UBC '춘향'

먹을 듬뿍 머금은 서양화 붓으로 아득하게 그려낸 담채 같았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사랑의 결정체다. 부채와 소고 그리고 천 등 한국적 오브제를 활용한 춤들은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춘향과 몽룡의 2인무에 등장하는 '만프레드 교향곡'과 '템페스트', 풍운아 변학도의 해학성을 묘사한 '교향곡 1번', 방자와 향단의 코믹함을 극대화시킨 '조곡 1번' 등 차이콥스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선곡하고 편곡한 현명함은 곧 세련미 획득으로 이어졌다.

영상을 좀 더 적확하게 사용해야 하고, 남자 군무진의 동선을 좀 더 다듬을 필요성은 있어 보였다. 이런 점들만 보완하면 9월 콜롬비아 보고타 훌리오 마리오 산토도밍고 마요르극장의 초청 공연은 한국 창작 발레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은 '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참가작으로 선보였다. UBC 간판들이 총출동해 탁월한 감정 연기를 했다. 첫째날 강미선과 이현준, 두 번째 날에는 홍향기와 이동탁이 춘향과 몽룡을 맡았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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