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브랜드인 시대, 김화진 '스탠퍼드가 하버드에 간 이유'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로스쿨 도입 이전 이야기다. 어느 날 경영대 3학년이라는 학생이 연락을 보내 왔다. 사시에 최종 합격했는데 아직 학교를 1년 넘게 다녀야 하기 때문에 뭘 해야 할지 상담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말로는 축하를 했지만 진심으로 축하하기는 어려웠다. 평생 소양이 되는 기초적인 법학공부는 물론이고 그 학생이 과연 자신의 전공학과 공부에 매진하게 될까. 정상적인 대학과정을 통해서는 법학공부도 전공공부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이 학원가에서 양성된 이런 학생을 엘리트 법조인으로 배출하는 게 과연 옳을까. 그건 우리 사회에는 물론 이 우수한 학생의 인생에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스탠퍼드가 하버드에 간 이유'를 냈다.
하버드·스탠퍼드 등 세계 최고를 다투는 대학들에서의 경험과 그에 대한 단상을 풀어낸 책이다. 우수한 대학들이 가진 강점을 살피고, 우리 대학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왜 대학들이 1위 경쟁을 할까. 대학도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의 세계에서 최고의 브랜드는 최고의 학생과 교수를 끌어들인다. 이들이 가장 창의적인 무언가(breakthrough)를 이루어 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대학뿐 아니라 주변 경제와 생태계에 큰 이익이 생긴다."
"매년 해외에서 발표되는 각종 대학 순위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은 별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높지 못하다는 것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가지는 위상과 비교해서다. 보고에 의하면 세계의 많은 대학들이 순위와 그 산정 기준으로 자체 진단을 하고 개혁에 활용한다. 아시아권 대학들은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순위를 중요하게 여긴다. 분야별 세부 순위가 이민정책에 반영되는 나라도 있다. 대학이 학문과 교육의 본질이 아닌 외양에 매달린다고 비판할 일만은 아니다. 발전기금 모금과 마찬가지로 본질가치의 향상에 도움되는 일은 마뜩치 않아도 챙겨야 한다. 대학도 브랜드인 시대다."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은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마치 지난 30년 동안 하버드와 함께 있었다는 착각이 들었다"며 "저자의 경험과 창의력으로 영상화된 하버드의 현재와 미래가 오늘의 우리에게도 흥미진진한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고 읽었다. 352쪽, 2만4000원,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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