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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에 제주도민 갈등 ‘극심’…정부는 ‘나 몰라라’

등록 2018.06.25 15: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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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법무부 출도제한, 비겁하고 무책임한 조치”

“이슬람 관련 정확한 정보 제공·도민 의견수렴” 주문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25일 오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06.25.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25일 오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06.25.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무사증 제도를 이용해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신청자들의 수용 여부를 두고 제주도 내 찬반 논란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정작 정부는 ‘나몰라라’ 하고 있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올해 무사증 제도를 통해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인은 모두 561명이며 이 중 549명이 대거 난민 인정 신청을 했다. 이에 법무부는 이들이 다른 지역(육지부)으로 이동해 불법체류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4월30일 예멘인 난민신청자 대상 출도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중앙정부, 제주도에 ‘난민 부담’ 전가”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제주도로 전가해 도민 간 갈등을 야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소장은 “법무부의 출도제한 조치 배경에는 ‘제주도가 그동안 무사증 제도로 혜택을 받았으니 이번 사안도 제주도가 책임지라’는 식”이라며 “마치 제주도가 이 사람들을 받기 싫어 내쫓는 것처럼 얘기하는 데 난민법을 보더라도 지방정부는 난민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출도제한 조치는 굉장히 비겁한 행위이다”라며 “섬에 묶여있는 예멘인들과 문화적으로 부딪히고 실제로 함께 생활하는 건 제주도 사람인데 (법무부는)고작 일자리 매칭 두어 번 시켜주고 땡인가”라고 일갈했다.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예멘 난민들이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18.06.18.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예멘 난민들이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18.06.18. [email protected]


 

김성인 제주예멘난민대책위원장은 “(외국인 수용)인프라가 거의 없다시피하고 일자리가 1차산업에 집중된 제주도에 예멘인들을 묶어놓으니 사회적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출도제한 조치가 없었다면 제주로 들어온 예멘인 500여명은 외국인 커뮤니티가 이미 형성된 서울 이태원이나 경기 파주 및 안산 등으로 나뉘어 가서 자연스럽게 사회에 흡수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난민보호 책임은 명백히 중앙정부에 있다”며 “정부가 제주도도 우리나라의 한 영토이고 제주도민 역시 우리나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격히 증가한 예멘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제주도민이 배제되자 도민 사회 불만을 가중시켰다는 의견도 나왔다.

난민지원단체인 사단법인 피난처 이호택 대표는 “예멘인들이 갑자기 몰려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출도제한이나 무사증 불허국 지정 등의 조치가 이해는 간다”라면서도 “다만 그 과정에서 도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기회 없이 취업 지원 등을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제주도에만 떠넘긴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제주=뉴시스】강정만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24일 오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방문해 김도균 청장과 예멘난민 처리대책을 놓고 얘기를 하고 있다. 2018.06.24. (사진=제주도청 제공)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강정만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24일 오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방문해 김도균 청장과 예멘난민 처리대책을 놓고 얘기를 하고 있다. 2018.06.24. (사진=제주도청 제공) [email protected]



◇정확한 정보 제공 및 도민 사회 공론장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제주지역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법무부 등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엔 한목소리를 냈다.

신강협 소장은 “예멘인이나 이슬람교에 대한 두려움은 그들에 대한 정보가 워낙 없다보니 일부 잘못되거나 왜곡된 정보가 퍼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이슬람 문화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알아가는 기회를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호택 대표는 “난민 이슈가 불거지기 시작한 시기가 선거기간이라서 난민과 관련한 정보를 제주도민들에게 알려줄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라며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정부는 도민들이 (난민과 관련해) 오해하거나 무서워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출도제한 문제나 향후 대책에 대해 진지하게 상의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인 위원장은 “난민은 이제 (받아들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난민 수용에 반발하는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정치적 지도자는 큰 결단을 내려 국민을 설득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24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아 ‘예멘 난민 종합지원 대책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제주도민과 국민들의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주에서 진행되는 예멘 난민 심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해 줄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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