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극장들 "'옥자'가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이른바 '넷플릭스 논란'을 일으켰던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이번엔 국내 극장들과 상영 방식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국내 극장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선(先)극장 개봉·후(後)넷플릭스 공개' 방침을 고수하면서 오는 29일 '옥자'를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선보이려던 넷플릭스의 방침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국내 극장들은 넷플릭스 영화의 극장·온라인 동시 상영 추진이 극장 생태계를 해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유독 홀드백(hold back) 기간(영화가 극장 상영 후 IPTV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최소 상영 기간)이 3주로 짧은데(미국 90일, 프랑스 3년), 넷플릭스가 이것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극장 사업은 물론 영화 유통 질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공식적으로는 "논의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넷플릭스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상황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옥자'가 워낙 주목받고 있고,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보고싶어하는 관객이 많아서 극장과 인터넷에서 동시 개봉해도 극장은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선례를 남기게 되면 이후에 유통 단계에서 벌어질 여러가지 일들을 제어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이기 때문에 확답은 할 수 없다"면서도 "동시 개봉은 불가하다는 기조는 분명하다"고 했다.
넷플릭스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지난 3월 '옥자'의 국내 배급을 담당한 뉴(NEW)를 통해 6월29일 극장·온라인 동시 개봉 확정 소식을 알렸는데, 이 발표가 국내 극장과 전혀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옥자'의 극장 상영을 두고 마치 시혜를 배푸는 것처럼 행동하는데, 이건 잘못된 것 아니냐"며 "이런 식의 일처리는 넷플릭스가 '옥자'를 수단 삼아 국내 가입자를 늘리려는 행동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극장들이 이처럼 강경한 대응을 내세우면서 '옥자'의 봉 감독, 틸다 스윈턴·제이크 질렌할 등 출연 배우들이 참여하는 레드카펫 행사 등의 진행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옥자'의 대대저인 홍보 행사가 이달 중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극장 3사는 한 목소리로 "극장 대관은 영화의 국내 극장 상영이 전제됐을 때 가능한 게 원칙"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한편 '옥자' 측은 이와 관련, "극장 관계자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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