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판 될 성남구도심...'민원 폭탄' 대응책 마련 시급

【성남=뉴시스】 이정하 기자 = 지난 6월29일 막바지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2동 수정구청 옆 신흥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장. 인근 주민들은 "비산먼지로 인해 숨을 쉴 수 없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0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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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시스】 이정하 기자 =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장기간 개발이 중단됐던 경기 성남지역 옛 시가지 일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일제히 기지개를 켰다.
 
 수정·중원구 10여개 단지에 개발면적만 135만여㎡에 이른다. 본격적인 이주와 철거공사가 시작되면서 공사장 주변 일대에서 비산먼지 및 공사소음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로여건이 마땅치 않은 구도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보행이나 빈집관리 등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도심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으로 변모할 구도심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음·비산먼지 '민원 폭탄'

 지난 6월 29일 오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건우아파트(1만7915㎡·503가구) 재건축 현장.
 
 골조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이 곳은 공사소음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소음·진동관리법상 생활소음 규제기준치(주거지역 65㏈)를 수차례 초과해 6차례나 행정처분을 받았다.

 소음발생행위 중지명령도 3차례나 받아 사실상 공사 중단도 반복됐다. 진우아파트 재건축 현장은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주택이 밀집해 있고, 공사장 바로 옆에 사찰도 있다.

 인근 주택 거주 한 주민은 "철거공사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소음과 진동, 먼지에 평온한 일상이 깨졌다"며 "지금은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시점이 지나 나아졌다. 결국 행정처분은 일시적일뿐 모든 불편은 주민들이 참고 견딜 수 밖에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성남=뉴시스】 이정하 기자 = 지난 6월2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건우아파트 재건축 현장. 철거 및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소음 민원이 있따라 6차례나 행정처분을 받는 등 공사에 따른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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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진우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1㎞ 가량 떨어진 수정구 신흥2동 수정구청 옆 신흥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장. 올해 초부터 시작된 철거공사가 거의 마무리단계에 들어가 곳곳에 흙더미만 쌓여 있었다.

 봄철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 가운데 철거작업이 진행되면서 소음과 비산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 우려 민원이 잇따랐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외벽에 현수막을 내걸고 "하루도 편하게 쉼을 쉴 수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주변에 초·중학교도 있어 공사 기간 통학 안전 등을 우려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 구도심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 될 판

 비단 이들 공사현장뿐 아니라 공사장 주변은 어딜 가나 소음과 진동, 비산먼지, 안전 등의 민원이 빈발하게 마련이지만, 성남 구도심지역은 특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장기간 침체기에 빠졌던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구도심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이 될 판이다.  

  3일 성남시에 따르면 현재 수정·중원구 내 '철거형' 개발사업인 재개발·재건축단지가 10여곳에 면적만 135만㎡(3만2000여가구)에 이른다. 이들 단지 대부분은 신흥역을 중심으로 반경 1.5㎞ 안에 몰려 있다.

 우선 주택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건우아파트와 신흥주공아파트를 비롯해 금광3구역(2만1764㎡·711가구) 재건축사업도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면서 철거공사를 앞두고 있다. 성지·궁전아파트(2만6223㎡)와 은행주공아파트(15만4411㎡)는 재건축이 확정돼 관련 절차를 밟고 있어 그나마 사업시기가 겹치지 않는다.

 202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라 2007년 지정된 14개 주택재개발구역 중 2단계인 신흥2(21만350㎡·6488가구)·중1(10만8423㎡·3113가구)·금광1(23만3366㎡·7499가구) 등 3개 구역도 현재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마치고, 이주가 진행 중이다.
 
 중1·금광1구역은 이주율이 70%를 넘어섰고, 신흥2구역은 이달부터 이주가 시작됐다. 2단계 사업은 2010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가 2013년 말 재개된 곳이다.  

 3단계인 산성구역(15만2837㎡·4499가구)과 상대원2(24만2318㎡·6075㎡)구역은 시공사 선정을 완료했으며,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성남=뉴시스】 이정선 기자 = 7월부터 이주가 시작된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2동 신흥2구역 재개발구역. 사진은 이주를 앞둔 지난 6월22일 신흥2구역 골목에 가구 등 각종 쓰레기가 쌓인 모습. 20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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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단계 구역인 단대·중3 등 2개 구역은 2014년 입주를 완료했고, 태평3 등 나머지 7개 재개발구역은 현재 진행 중인 2030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용역을 통해 재검토하고 있다. 

 ◇ 주민안전 종합대책 마련돼야

 성남 구도심처럼 반경 1.5㎞ 내 좁은 공간에 밀집된 재개발·재건축단지가 동시다발적으로 공사에 들어가면 소음이나 비산먼지 등 공사로 인한 집단민원 발생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시는 재개발·재건축 단지별로 사업계획 인가 시 방음벽 설치와 먼지 날림 방지, 공사 시간 조정 등의 대책은 마련한 상태다.

 하지만 소음이나 비산먼지 신고가 접수되면 담당 부서에서 현장에 나가 소음 등을 측정하는 현재 방식의 대응이 한계가 있음은 앞서 건우아파트나 신흥주공아파트 재건축 등의 사례에서 이미 드러났다. 방음을 위한 에어벽을 설치하고 소음 발생 공사 시간을 조정해도 소음을 줄이는데 역부족이었다. 

 구도심 주민들은 공사장 비산먼지의 경우 구도심 전체 대기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고, 협소한 도로에 둘러싸인 공사현장마다 쉴 새 없이 중장비 등 공사 차량이 활보하게 돼 안전사고도 우려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단지별 대책보다 강화된 구도심 전체에 대한 안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남시의회 안광환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달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구도심 지역 곳곳에서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공사현장에서 비롯된 소음과 진동, 비산먼지 피해는 물론 이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문제나 공가관리, 통학로 등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컨트롤타워와 종합대책이 없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구도심 일대 도시재생사업의 경우 일정 기간을 두고 '순환식 개발'이 이뤄져야 '거대한 공사장'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실련경기도협의회 노건형 사무처장은 "구도심 재생사업이 한번에 몰리면 공사로 인한 각종 피해 뿐 아니라 구도심 지역의 전세값 폭등이나 일반분양하는 아파트 미분양 등의 부작용이 크다"며 "앞으로 진행될 도시재생사업은 2035 도시정비기본계획 용역 등을 통해 일정 간격을 두고 단계별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처장은 이어 "특히 낡은 구도심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목적의 도시재생사업이 현재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또다른 고통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며 "현재 진행중인 사업장은 주민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시가 공사 공정마다 현장 점검을 강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감독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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