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공식회의 '패싱' 바른정당···이대로 몰락하나

통합파-자강파, 장외에서 서로 비난만
【서울=뉴시스】홍세희 기자 = 바른정당이 분당(分黨)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이틀째 공식회의를 생략하면서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바른정당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 대 당 보수통합을 제안한 11일 이후 이틀 연속 공식회의를 생략했다.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도 모자라 갈팡질팡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14일 "이틀 동안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지도부가 지방에서 국감을 하느라 물리적으로 회의를 하기 어려웠다"며 "16일에는 국감대책회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회의를 진행하지 않는 표면적 이유는 당 지도부의 '국정감사 일정' 때문이지만 통합파와 자강파간 갈등 등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바른정당을 제외한 원내 정당들이 국감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오전 공식 회의를 열어 당내외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의석이 6석에 불과한 정의당조차 빠짐없이 오전 공식 회의를 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바른정당 통합파가 이르면 다음 주 탈당을 결행할 조짐을 보이자 자강파는 연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를 비난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른바 '총질'을 해 대는 형국인 것이다.
자강파인 지상욱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통합파를 향해 "정치공학적으로 머리 숫자만 채우겠다는 것"이라며 "본인들이 주도해서 11월에 전당대회를 잡아놓고는 또 안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지 의원은 통합파가 보수통합 명분으로 삼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에 대해서도 "홍준표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표리부동하게 이용해 먹고 버리고(했다)"라며 "자신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표리부동하게 써왔는데 그것을 갖고 국민들에게 혁신했다고 하는 것은 궁색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지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지난 대선 전에 13분이 나갔는데 야반도주다. 이번에 당 대 당 통합, 보수통합 운운하는 것은 보쌈도주"라고 원색 비난했다.
같은 자강파인 정운천 최고위원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되면 의원들 빼가기가 되는 것"이라며 "결국 당 대 당 통합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 (13명의 1차 탈당 때보다) 더 큰 지탄을 받을 것"이라며 "지금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 결성을 하는데 정치공학적으로 몇 명이 간다고 가정해보라. 국민들이 용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통합파는 한국당 내 보수통합 추진 세력과 발을 맞추며 분당 가능성을 끊임없이 거론하고 있다. 그동안 이렇다 할 명분을 찾지 못했다가 추석 민심에 기댄 홍 대표의 발언을 빌미로 탈당 분위기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는 것이다.
황영철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당 시기에 대해 "시기는 못 박고 있지 않다"며 "다만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탔으니 이 통합 논의가 동력을 잃지 않고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진영의 대통합이라는 명분을 걸었으니 당 대 당 통합논의를 통해 분열되기 전의 체제로 갔으면 한다"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통합을 바라는 의원들이 독자적으로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거듭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결국 자강파와 통합파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이르면 다음 주 중 분당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주 중반께 한국당이 윤리위를 열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자강파는 통합파가 탈당하더라도 11월1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전대)를 차질 없이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유승민, 하태경, 박인숙 의원과 원외인 정문헌 전 사무총장 등 모두 자강파다. 분당 사태로 전대마저 '그들만의 리그'에 그칠 공산이 큰 상황이다.
정운천 최고위원은 "몇 분 나간다고 해서 우리가 전당대회를 못할 것은 없다"고 했고, 지상욱 의원도 "한명이 남아도 우리는 무릎 꿇고 사죄하고, 환골탈태하겠다는 초심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대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바른정당이 무사히 새 지도부를 꾸린다 해도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군소정당으로 남게 돼 내년 지방선거까지 당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바른정당의 의석수는 교섭단체 지위 유지에 필요한 최소치인 20석이다.
통합파 의원들이 탈당을 결행할 경우 해당 의원의 지역구 기초의원 등도 함께 탈당할 가능성이 높아 지방선거에서 실제 후보를 낼 수 있는 지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 하면 바른정당은 안에서부터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차기 당 대표로 가장 유력한 유승민 의원의 입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당대표로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 그가 옛 새누리당을 탈당하며 내세운 개혁보수의 실험은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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