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맛있으세요?"…이산상봉 환영만찬서도 가족 情 나눔
100세 아버지에게 70세 딸이 직접 반찬 먹여줘
"우리 조카 많이 좀 달라" 접대원에게 부탁하기도
"오빠 시루떡 맛있다오…그릇에 시루떡 놓아 줘"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상봉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서 1차 이산가족상봉 남측 안종호(100) 씨가 북측 딸 안정순(70) 씨가 건네준 음식을 먹고 있다. 2018.08.20. [email protected]
20일 북측 주최로 오후 7시17분부터 금강산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가족의 정(情)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날 만찬 메뉴는 팥소빵, 떡합성, 닭튀기, 밥조개깨장무침, 청포종합냉채, 돼지고기 완자탕, 생선튀기 과일단초즙, 소고기 다짐구이, 버섯남새볶음, 오곡밥, 얼레지토장국, 수박, 단설기, 은정차(茶) 등이 제공됐다.
이와 함께 금강산 샘물과 사이다, 대동강맥주, 강계포도술공장에서 생산된 인풍술 등이 제공됐다.
가족들은 화려하게 차려진 테이블 앞에서 연신 서로의 그릇에 반찬에 담아주거나, 고령이 된 부모에게 먹여주기 바빴다.
김한일(91)씨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쑥떡과 밥조개깨장무침 등 먹을거리를 여동생 영화(76)씨 접시에 덜어주기 바빴다. 영화씨는 쑥쓰러워 하며 괜찮다는 듯 오빠의 팔을 치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한일씨와 함께 방북한 아들 종성(56)씨는 북측 사촌 명선(49)씨와 건배하며 "고맙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금강산=뉴시스】뉴스통신취재단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북측 주최 만찬에서 조권형(80) 할아버지 가족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2018.08.20. [email protected]
현숙씨의 동생들은 남측 조카인 성훈(67)씨에게 "조카 좀 많이 먹어"라며 서빙하는 접대원에게 "우리 조카 많이 좀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안정순(70)씨는 남측에서 올라온 아버지 안종호(100)씨에게 반찬을 집어줬다. 정순씨가 정호씨에게 닭튀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주며 "아버지 맛 있으세요?"하고 물으니, 정호씨는 "맛있다"며 먹었다.
유관식(89)씨 가족은 서로에게 반찬을 집어주기 바빴다. 딸 연옥(67)씨와 사촌 옥녀(63)씨는 서로 젓가락으로 떡과 닭튀기를 집어 주며 "아버지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했다.
유씨 가족은 단체상봉 때도 화기애애하고 밝았던 분위기를 이어가며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김춘식(80)씨의 북측 여동생 춘실(77), 춘녀(71)씨는 오빠 옆에 꼭 붙어서 식사를 했다. 춘실씨는 "오빠 시루떡 먹어. 맛있다오. 정말 맛있어"라며 "오빠 그릇에 시루떡을 놓아 줘"라고 말했다.
【금강산=뉴시스】뉴스통신취재단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북측 주최 만찬에서 남측 백민준(93) 할아버지가 북측 며느리 리복덕(63)의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08.20. [email protected]
신씨는 단체상봉에도 가지고 오지 않았던 카메라를 목에 걸고 나타나서, 동생 금순(70)씨의 손을 꼭 잡으면서 "보고 싶은 마음은 한도 끝도 없다"고 전했다.
신씨는 그러면서 "내가 우리 딸한테 보여주려고 사진도 가져왔다"며 "딸은 생전 고모 소리 해보지를 못했으니까"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만찬행사를 끝으로 이산가족 상봉 1일 차 행사가 종료된다. 남측 가족들은 행사 종료 후 숙소인 외금강호텔로 돌아간다.
둘째 날인 21일 남북 가족들은 숙소인 외금강 호텔 객실에서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하고, 객실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된다.
개별상봉과 식사가 끝난 뒤에는 오후 3시부터 다시 2시간 동안 단체 상봉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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