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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커뮤니티, 여전한 즉석만남…"자제해야" 우려

등록 2020.05.20 11: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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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등서 데이트 상대 물색

이태원발 확진 187명…구로 콜센터 넘어

성소수자 사이서도 '만남 자중' 의견 나와

"커뮤니티, 성소수자들 즉석만남 부추겨"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워하는 게 '아우팅'"

인권단체들 "유일한 정보 창구로 필요해"

"코로나19 발생 후 검사 안내 정보 제공"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관계자가 방역잡업을 하고 있다. 2020.05.18. 20hwan@newsis.com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관계자가 방역잡업을 하고 있다. 2020.05.18. [email protected]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최근 성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당시 클럽을 방문했던 일부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성적 지향 등이 드러날 것(아우팅)을 우려해 검사를 받지 않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성소수자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자신과 데이트를 할 즉석만남 상대를 찾는 일부 성소수자들의 게시물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성소수자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에도 자신과 데이트를 할 상대를 찾는 글이 하루 평균 250개 이상 올라오고 있다.

이 커뮤니티의 한 게시판에는 즉석만남 상대를 찾는 게시글이 전날 하루 동안에만 약 270개가 올라왔다. 일부 성소수자들은 '악기 다루는 모임'과 '자전거 모임' 등 일반적인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기도 했지만 성관계를 위한 상대를 찾는 게시물들도 눈에 띄었다.

이 커뮤니티는 성소수자들 간의 즉석만남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던 성소수자들에게 검사를 받을 것을 독려하고 관련 정보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 기준 187명이 됐다. 지난 3월 서울 구로 콜센터 관련 집단감염으로 발생한 환자 수 169명을 넘어선 것이다. 아직 검사를 받지 않고 이태원 클럽 방문 이력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언제라도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익명 검사가 있는 만큼 사회 안전을 위해 스스로 나서서 검사를 받자"는 권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혹시나 성 정체성이 드러날까' 걱정인 일부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종적을 감추고 있다. 경찰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이태원 방문객들 중 연락이 닿지 않는 1779명을 추적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성소수자들이 지속적으로 즉석만남 상대를 물색하고 불특정 다수와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같은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도 "커뮤니티를 폐쇄하고 당분간 만남을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밝힌 A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성소수자 전용 커뮤니티는 동성애자들이 찾아갈 수 있는 찜질방 등에 대한 주소와 전화번호를 친절하게 다 적어놓는다"며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상황에서 성소수자들의 즉석만남을 부추기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2020.05.15. yesphoto@newsis.com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집 관련 없습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2020.05.15. [email protected]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집 관련 없습니다.>

A씨는 "이 커뮤니티의 경우 즉석만남 상대를 찾는 글이 하도 많이 올라와서 1분에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고, 그만큼 만남이 잘 된다는 뜻"이라며 "이런 안일한 태도가 바로 코로나19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만남을 갖는 성소수자들 중에는 직장인도 있고 유부남도 있는데, 그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코로나19나 에이즈가 아니라 바로 아우팅"이라며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대부분이 검사를 받으러 자발적으로 나오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성소수자 전용 커뮤니티를 폐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일부 단체들은 이 사이트가 코로나19 검사 관련 등 성소수자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일무이한 창구인 만큼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채윤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는 "지금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아우팅에 대한 두려움이 하루 사이에 생긴 것도 아니지만, 이 외에도 코로나19 확진자 낙인에 대한 두려움, 또 그 시기에 클럽에 갔다는 것에 대한 비난 등에 대한 두려움도 공존하고 있다"며 "아우팅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기 위한 방법은 형사처벌 등 강제적 조치보다는 사회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등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상임이사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 역시 이번 일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사용자들에게 검사를 받으라고 배너를 올리고 안내하는 등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인 만큼 지금은 문을 닫지 않고 정보 제공 역할을 계속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종걸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대책본부 활동가는 "성소수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검진 이후 코로나19에 걸리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피해를 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을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방역당국이나 지자체가 확진자에 대한 개인정보 및 개인동선을 노출하고 있는 동선 공개 방식을 바꾸고, 개인정보가 추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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