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거장 박서보 "내 그림? 대체불가능...NFT 허락 안해"
"토큰은 몰라도 '대체불가능한'이라는 말의 의미는 안다"
"디지털의 형식으로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
박서보미술관 경북 예천에 건립...2025년 개관 예정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단색화 대가 박서보 화가가 15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9.15. [email protected]
미술계에서 디지털 자산인 NFT 열풍이 불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90)이 'NFT 미술품'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박서보 화백은 최근 자신의 누리 소통망에 "주변에서 자꾸 NFT 이야기를 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박 화백은 "손자 말이, 대체불가능한 토큰이라고 하던데, 토큰은 몰라도 '대체불가능한'이라는 말의 의미는 안다"며 그림과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 그림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사진을 찍어 만든 디지털 이미지가 대체불가능한 것이라는 이름으로 고가에 팔리며 자신의 그림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작품을 디지털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누구도 내 작품 이미지를 NFT라는 이름의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내 작품이 디지털의 형식으로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 것으로, 지난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비플의 작품이 약 783억 원에 팔리면서 세계적으로 NFT 열풍이 불었다. NFT 시장이 급팽창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NFT 미술품이 개발되고 판매되고 있지만 저작권 문제 등과 맞물려 투자 주의보도 일고 있다.
박서보 화백이 "나한테 오지 않은 시대까지 넘볼 생각이 없다"며 "NFT, 디지털의 형식으로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미술인들도 응원을 보내고 있다.
박 화백의 글에는 "공감합니다", "너나나나 다들 NFT, 오십년 공부하고 하시면 좋겠는데, "NFT는 사기입니다", "디지털? 가상 그림? 가짜그림, 가짜 작품이 더 맞는 말"이라는 댓글을 남겨, NFT가 차세대 디지털 자산으로 뜨고 있지만 ‘NFT 미술품’에 대해선 아직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뉴시스]박서보 SNS 캡처
'단색화 거장'으로 불리며 지난 10여 년 전 팔순에 최고의 화가로 등극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화가는 환갑 이후부터가 절정'이라는 말을 박서보 화백이 증명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끝까지 살아남아 단색화를 일궈내고 세계화시켰다"는 그의 말이 빈말이 아닌 이유다. 일본 유학파 등 이전 세대와 달리 '토종 미술인'인 그의 그림 '묘법'은 마법이 됐다.
2016년 영국 런던 화이트 큐브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데이미언 허스트와 트레이시 에민 등 영국 스타 작가뿐 아니라 전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취급하는 세계 최고의 화랑에서 연 한국 작가 초대전은 한국 미술계의 쾌거이자 일대 사건이었다. 이후 세계 최고 화랑들의 러브콜이 이어져 파리 페로탕 갤러리, 국립 그랑팔레미술관, 도코갤러리, 홍콩 아시아소사이티등에서 전시를 열었다. '붓을 놓는다'는 팔순 이후부터 후끈한 봄날이 이어진 '행복한 화가'다.
작품값도 10년전보다 최고 20배 정도 상승했다. 박서보 화백은 평균 호당가격이 10여년 전보다 10배 올라 50만원이었던 호당가격은 2015년 400만원을 넘겼다. 100호 크기이면, 기본 4억선에 거래되는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대규모 회고전에 이어 국제갤러리에서 지난달 개인전을 열었다. 내년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전시 계획도 잡혔다. 한국미술 발전에 공헌해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금관 문화훈장을 지난달 받았다.
한편 박 화백의 고향인 경북 예천에 '박서보 미술관'이 설립된다. 경북 예천은 총 사업비 295억원을 들여 예천 남산공원 내에 부지 7만1700㎡, 지하1층 지상3층, 건축연면적 4832㎡ 규모로 건립할 계획이다. 2025년 개관할 예정이다.
[예천=뉴시스] 김진호 기자 = 예천군청 회의실에서 박서보미술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예천군 제공) 2020.08.2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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