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명필' 김가진 재조명…유홍준 "'백운서경' 최초 서예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서 개막
9월19일까지 전시…현장 강연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린 동농 김가진 서예전 ‘백운서경‘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설명을 하고 있다. 2024.07.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번 서예전은 김가진이라는 근대의 위인을 세상에 널리 올바로 알리자는 뜻이 있다."
동농 김가진(1846~1922)의 최초 서예전을 기획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그동안 김가진은 독립운동가로 알려졌지만 당대 명필로도 이름을 날렸다"면서 "50대 후반 송나라 미불, 명나라 동기창, 조선의 원교 이광사 서풍을 토대로 자신만의 ‘동농체’ 행서·초서 서풍을 완성했다"고 소개했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막한 동농 김가진 서예전 '백운서경(白雲書境)은 ‘김가진의 서예 경지(境地)’를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린 동농 김가진 서예전 ‘백운서경‘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설명을 하고 있다. 2024.07.23. [email protected]
김가진은 누구인가?
당대부터 명필가로도 이름을 날려 많은 글씨 요청을 받았고, 서화계의 막후 조력자로서 1918년 최초의 근대적인 미술단체로 창립된 서화협회의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지금껏 김가진의 서예가로서의 면모는 독립운동가, 애국계몽가로서의 명성에 가리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이에 이번 전시에서는 후손가에 전래된 유묵과 여러 기관의 소장품을 한자리에 모아서 김가진의 서예 세계를 재조명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린 동농 김가진 서예전 ‘백운서경‘ 기자간담회에서 김가진이 백운동 바위에 써서 새긴 '백운동천' 글씨 탑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07.23. [email protected]
전시 제목 백운서경(白雲書境)
김가진이 ‘백운동천(白雲洞天)’ 암각 글씨(지금의 서울 자하문 터널 위쪽에 위치) *재판매 및 DB 금지
김가진은 자신의 서예 세계를 구축해 나감에 있어, 고전에 깊이 들어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입고출신(入古出新)의 자세를 견지했다.
유홍준 전 청장은 "근대기 서단(書壇)의 유행과 시시각각 변하는 취향을 좇기 보다는 오랜 기간 고법(古法)의 정수를 체득하는 데 천착하였고, 50대 후반에야 비로소 그것을 새롭게 해석한 자신만의 행서·초서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의 서예계는 추사 김정희와 하소기(何紹基), 유용(劉墉) 등 청나라 서예가들의 독특한 서풍을 추종하였고, 괴기함이나 특이함으로 이목을 끌 수 있는 글씨들이 유행하였는데, 김가진은 이러한 것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글씨의 겉모습보다는 고래부터 추구되었던 글씨의 본연적 가치에 주목하였고, 특히 미불, 동기창, 이광사가 강조한 ‘글씨의 생동감과 활력, 자연스러움’을 중시했습니다."
"김가진은 서예의 고전미를 추구했던 마지막 인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유홍준 전 청장은 "많은 행서의 서예가 중 특히 김가진은 뛰어난 필력을 보여준다. 운필에서 중봉의 힘이 살아 있고 서체에 무게감이 느껴진다. 자신만의 개성을 가미하여 정제된 세련미를 갖추었다"고 평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린 동농 김가진 서예전 ‘백운서경‘ 기자간담회에 앞서 전시를 바라보고 있다. 2024.07.23. [email protected]
7개의 테마로 김가진 삶과 예술 세계 조망
그의 평소 신조와 삶의 지향이 반영된 인장 문구를 차용하여 각 섹션 제목으로 삼았다. ▲김가진의 가문과 생애, ▲김가진의 편지와 가족을 위해 쓴 글씨, ▲김가진이 시와 격언을 쓴 글씨, ▲김가진의 각서, 비문, 현판 글씨 ▲김가진의 동지, 개화파와 독립운동가 관련 글씨 ▲김가진의 (내 마음 여기 있다네)인장 등을 선별하여 그의 서예 경지가 얼마나 넓고 또 높았는지 보여준다.
또한 김가진이 개화기의 문인 관료로서, 독립운동가로서, 시단(詩壇)과 서단(書壇)의 원로로서 활동한 인생 여정도 살펴 볼 수 있다.
전시기간인 23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3시부터 유홍준(전 문화재청장), 이동국(경기도박물관 관장), 김채식 경운초당 대표의 현장 강연이 이어진다. 전시는 9월19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