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응원' 박태환 "내일 이후 내가 韓 수영 유일 메달리스트가 아닐 것"[파리2024]
남자 계영 800m 메달 도전에 "한국 수영 역사에 값진 일"
[파리=뉴시스] 김희준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에서 SBS 해설위원을 맡는 박태환이 2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라데팡스 아레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해설위원으로 2024 파리 올림픽 현장을 찾은 '한국 수영의 살아있는 역사' 박태환(35)이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내뱉은 말이다.
SBS 해설위원을 맡아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에 도전하는 후배들과 함께하는 박태환은 26일(현지시각)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종목이 열린 파리라데팡스 아레나를 찾았다.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한 박태환은 후배들을 향해 진심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태환은 "복수의 한국 선수들이 세계 최정상권에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후배들이 목소리를 크게 높여서 외칠 수 있는 만큼의 위상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자랑스러운 후배들 덕분에 나도 이런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맙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이 딴 메달은 총 4개로, 모두 박태환의 역영에서 나왔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최초의 메달을 땄다.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을 수확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자유형 200m, 4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금세대의 등장으로 르네상스를 열어젖힌 한국 수영은 이번 올림픽에서 런던 대회 이후 끊겼던 메달 명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사상 첫 복수 메달리스트의 탄생을 바라고 있다.
첫 주자는 김우민(강원도청)이다. 올해 남자 자유형 400m 기록 순위에서 루카스 마르텐스(독일·3분40초33), 일라이자 위닝턴(3분41초41), 새뮤얼 쇼트(이상 호주·3분41초64)에 이어 3분42초42로 4위인 김우민은 강력한 메달 후보로 거론된다.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세계선수권 3회 연속 메달을 일구고 올해 2월 도하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건 황선우(강원도청) 또한 유력 메달 후보다.
김우민은 27일 남자 자유형 400m 예선과 결승을 치른다. 황선우는 28일 자유형 200m 예선과 준결승에 나서고, 29일 결승 레이스를 펼친다.
자유형 200m와 400m 모두 박태환의 주종목이자 현역 시절 올림픽 메달을 딴 적이 있는 종목들이다. 이 종목에서 후배들이 메달 후보로 꼽히는 것이 각별할 수 밖에 없다.
박태환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수영 선수들이 많아졌는데 남자 자유형 400m가 있어서 너무 좋다. 김우민이 금메달을 땄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금메달을 이루는 것은 김우민 본인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잘해왔기 때문에 하던대로 하면 충분히 본인이 원하는 곳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김우민이 시상대에는 반드시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 메달 색까지 예상하기는 조심스럽다"며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제일 좋은 색깔을 목에 걸었으면 한다. 아까 몸 푸는 것을 잠깐 봤는데 가벼워보이고,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이 보이더라"고 평가했다.
황선우에 대해서는 "3년 전 도쿄 올림픽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아쉬운 면이 있었다. 그간 보완했을테니 아쉬웠던 부분을 잘 달랬으면 좋겠다"며 "본인이 가진 욕심에 치우쳐서 레이스하기보다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했던 텐션이나 기억을 살려서 레이스를 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태환은 "올림픽에서 기록이 좋지 않아도 금메달을 따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메달을 계속 생각하면 레이스가 꼬일 수 있다"며 "스스로가 기록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레이스를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우민의 경우 올해 자유형 400m 최고기록은 개인 최고기록이기도 하다. 박태환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작성한 한국기록인 3분41초53과 1초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박태환은 "김우민이 파리 올림픽에서 나의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 3분40초대를 기록해야 시상대에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선우, 김우민을 앞세운 남자 대표팀이 계영 800m 메달을 넘보고 있는 것도 홀로 한국 수영을 이끌던 박태환에게는 감회가 새롭다. 박태환의 현역 시절에는 저변이 넓지 않아 올림픽 단체전 출전조차 쉽지 않았다.
"왜 지금 나왔을까요"라고 농담한 박태환은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때 개인전에서 메달을 상상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단체전에서 메달을 넘볼 수 있고 도전한다는 것에 머릿속이 하애진다"며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 수영 역사에 값진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태환은 "개인 종목에 치중하다보면 단체전이라는 것을 쉽게 볼 수도 있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메달까지 넘본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수영의 위상과 실력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반겼다.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선수 중 박태환과 현역 시절을 같이 한 선수도 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맏언니' 김서영(경북도청)이다. 김서영은 이번 대회 여자 개인혼영 200m에 출전한다.
김서영은 2012년 런던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4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아직 올림픽에서 결승에 오른 적은 없다.
박태환은 "예전에 정말 어린 선수였는데 이제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를 맡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잘 버텨온 것 같다"며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을텐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혼영 200m는 김서영이 가장 욕심을 내는 종목인데 결승까지 가서 원하는 기록을 냈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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