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갤러리로 들어온 '시한폭탄맨' 샘바이펜 [박현주 아트클럽]
그래피티 아티스트에서 대형화랑 전속작가로
'미쉐린 타이어 캐릭터'로 유명세
1년간 개인전 준비 '시한폭탄맨' 확장
입체 페인팅 시리즈 'Wall' 시리즈 최초 공개
화면속 도상 활용한 아트상품도 전시 판매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11일 오전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개인전 연 작가 샘바이펜이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2025.04.11.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4/11/NISI20250411_0001815531_web.jpg?rnd=20250411144724)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11일 오전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개인전 연 작가 샘바이펜이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2025.04.11.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알려진 샘바이펜(SAMBYPEN·본명 김세동·33)이 길거리를 벗어났다. 국내 5대 화랑인 PKM갤러리와 전속을 맺고 개인전을 펼친다.
11일 PKM갤러리에서 만난 그는 얼떨떨한 모습을 보였다. "커머셜(브랜드 협업)작업을 하며 자유롭게 살면서도 언젠가 큰 갤러리에서 작가로서 전시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와서 무서운 것도 있었어요." 야망이 있던 그는 "'내가 준비가 됐나' 하는 생각도 길게 했고, 어느 정도 확신이 들어 전속 결정을 하게 됐다"며 설렘의 마음을 전했다.
묶이기 싫어 '전속은 안 한다'는 '요즘 작가'들과 달리 샘바이펜의 계약도 이례적이지만, 그동안 중견 작가들의 미술관급 전시를 기획해온 PKM갤러리의 새로운 변화도 주목된다. 윤형근, 유영국, 구정아, 백현진 등 국내 유명 작가들과 올라퍼 엘리아슨, 토마스 루프, 호르헤 파르도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개인전을 열며 PKM은 기획 화랑으로서 면모를 과시해왔다.
스트리트 아트(거리 예술)장르인 그래피티 아트티스를 수용한 건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갤러리의 행보로 보인다. 그림만이 아닌 다양한 작업으로 컬래버레이션 할 수 있는 마케팅 장점도 있다.

PKM 갤러리, 샘바이펜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3년 간 작가를 지켜봤다"는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지난해 전속을 하고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오히려 작가에 시너지를 느꼈다"고 했다.
"10년을 현장에서 일하면서 브랜드 협업도 많이 하고 캐릭터도 만들어서 인지 커뮤니케이션도 잘되고, 작가의 확고한 의지와 고집도 있어 준비하는 과정이 좋았다"는 것.
박 대표는 "샘바이펜과의 전속은 미술 시장 확장"이라는 의미다. "요즘 제너레이션이 생각하는 미술을 더 넓게 보기 위한 것"으로 "작가와 전속을 맺는 요건인 '유지 가능성'과 '발전 가능성'인데, 샘바이펜에 부합했다"고 말했다.
"작가 본인이 갖고 있는 타고난 탤런트와 함께 엉덩이 질리게 작업으로 끌고 나가는 지구력이 필요한데, 이 작가한테 2가지가 보였어요. 자유로움을 유지하면서 팝아트 영역에서 단단하고 큰 작가로 보다 나은 사람들에게 수용될 수 있는 관계성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샘바이펜, child wall.2025. 227.3*171.8cm *재판매 및 DB 금지
'미쉐린 타이어 캐릭터'로 주목 받은 작가는 원래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패션계에서 일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당연히 패션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막상 대학을 가니까 옷을 쇼핑하는 걸 좋아하지, 옷을 만드는 것은 적성이 아니더라고요."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다니다 중퇴하며 방황을 했던 그는 욕망의 자신을 찾았다. 한국에 돌아온 24세부터 '스트리트 아트'에 빠져들었다. 주변에 있던 인디 뮤지션 친구들이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을 하나 팔면 빨리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무모한 생각'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이끌었고, '마스코트 굿즈' 돈벌이를 하면서도 매년 개인전을 열었다.
2015년 미쉐린 기업의 마스코트를 풍자한 작업을 선보인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도쿄, 홍콩, 라스베가스, 마이애미 등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했다. 미술 전시 뿐 아니라 나이키, 포르쉐, 어도비, KB국민카드 등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협업하고 상품과 벽화, 공공미술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가며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그런데 작품이 알려지면서 최근 몇 년 간 큰 슬럼프가 왔다. "내 작업이 계속 SNS에 공개될 때마다 너무 창피하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에 오로지 돈벌이가 되는 수단이 되니까 거기서 오는 이상한 감정들이 있었다"면서 "과감하게 커머셜(기업 브랜드)작품을 중단하고 2년 전부터 작업에 집중해보자 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했다.

PKM갤러리 샘바이펜 전시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안목있는 갤러리에 상업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1992년생 작가는 날개를 달면서 작업의 변화도 왔다. "상업씬과 비슷한데 이번 전시에 평면 작업들이 새롭게 나왔어요. 이전 커머셜 작업할 때는 외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개인 작업으로 풀고, 그걸 모아서 개인전을 했는데, 이번엔 준비 과정이 완전 달랐어요. 주제를 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무엇일까 생각을 하고 작업을 하니 깊이 있는 사고와 함께 저한테는 하나로 묶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벌이를 위해 택했던 '미쉐린 캐릭터'라는 지름길의 댓가는 이제 극복했다. "스스로 관리가 안될 정도로 일이 많았고 그걸 쳐내느라 힘들었어요. 어마어마한 돈은 못 벌었지만 제 나이에 먹고 싶은 거 시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벌어보긴 했어요. 그렇게 부딪히면서 배웠던 것들, 그 경험이 이번 전시까지 이끌어 온 것 같습니다."

PKM갤러리 샘바이펜 아트샵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미쉐린에서 '시한폭탄맨'으로 변신한 그의 캐릭터가 PKM갤러리를 활기차게 하고 있다. 4년 전 '사과 박스' 뇌물을 보고 떠올린 빨간색 폭탄 머리를 한 '시한폭탄맨'의 '노는 판'이 커졌다. 에드워드 호퍼나 에두아르 마네 등 고전 명화와 심슨 가족, 포켓몬스터, 꼬마유령 캐스퍼 등의 만화 캐릭터들과 함께 천연덕스럽게 자리 잡은 채 말을 건넨다.
오는 12일부터 PKM갤러리에서 펼치는 샘바이펜의 개인전 'LAZY'는 이전 전시와 달리 러그 등 다양한 굿즈도 판매한다.
현대인의 ‘게으름’의 심리를 주제로 한 신작 페인팅 18점과 함께, 화면 속 도상을 활용한 아트 상품, 전시 주제에서 영감을 받은 젊은 뮤지션들의 음원도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SAMBYPEN, Chaotic Wall,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샘바이펜의 생각의 결과물인 입체적인 페인팅 'Wall' 시리즈가 최초로 소개된다. 펜 드로잉과 컴퓨터 그래픽스, CNC 가공, 물감칠을 거쳐 탄생한 작품은 불안한 삶을 뚫고 나온 젊은 작가의 투지력을 보여준다.
회화의 영역에 진입한 낙서 같은 작품은 경계에서 도발한 발칙함이 돋보인다. 작업은 노동집약적이다. 쌓아 올린 미디엄을 스프레이와 물감으로 도색했다가 갈아내기를 반복하고, 다시 세필로 그리는 방법을 통해 거리의 외벽을 연상케 하는 회화를 완성했다. 그 안에는 풍화된 글자와 그림, 다이너마이트와 탱크, 귀여운 동식물 캐릭터가 공존한다. 풍선껌의 판박이 스티커처럼 화면 여기저기에 붙은 'FAKE'라는 단어는 ‘순수 예술이 진짜 순수한가’에 대한 작가의 질문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5월17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